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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조용필이 가요계에 만들어내고 있는 파장은 마침내 열풍을 넘어 하나의 신드롬이 되어가고 있는 듯하다. 우리는 지금, 이곳에서 그야말로 ‘전설이 살아있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를 목도하고 있는 셈이다. 조용필 19집 앨범의 프로듀서들은 무슨 심정으로 이 앨범을 만들었을까. 조용필 19집 [Hello]를 프로듀싱 ‘해 낸’ 두 명의 프로듀서, 박병준과 MGR의 진솔한 고백을 들어보자.
2011년 ‘바람의 노래’ 투어 상반기가 끝난 지난 가을 초로 기억된다. 하반기 공연을 며칠 앞두고 공연에 관한 준비로 조용필 선생님께서 나의 작업실로 오셨다. 늦은 시간 작업을 마치고 배웅을 해 드리는데 돌아서며 물으시길 "출출하지 않아?" 당연히 출출했기에 가까운 선술집에 자리 잡게 되었다. 나누는 대화 대부분이 음악에 관한 얘기뿐, 마치 고교 시절 친구들과 나누는 대화처럼 가슴 설레게 하는 음악이야기로 밤이 깊었다.
그러고는 며칠 뒤 어느 날 공연장에서 대기실로 나를 찾으셨다. 들어가 의자에 채 앉기도 전에 하시는 말씀이 "음반을 만들어야겠어." 19집 음반 제작 진행을 맡아보라 하시는데, 이것은 가문의 영광이면서도 다시 고3 수험생으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그날 선술집에서 음악적 코드가 통하는 것을 느꼈는데, 내 역사상 길이 남을 막중한 임무를 주시다니……
나의 첫 번째 작업은 기억을 되살리는 것이었다. 9살 때부터 선생님의 팬이었던 내가 그 당시 과연 어떤 것에 사로잡혔었는지 떠올렸다. 두 번째는 정리였다. 그 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명곡들을 노래하셨는데, 또 다른 장르를 해야 하나? 새로운 앨범에는 장르를 정하기보단 패션을 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했다. 세 번째는 한국 가요사에 남을 텐데…팀이 필요했다. 파트너가 필요했던 것이다. 바로 박용찬 씨(MGR)였다. 그의 음악적 재능과 좋은 결과물을 위한 집중력을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기에 적임자라고 판단됐다. 선생님께 그를 추천했고 흔쾌히 허락해주셨다.
그 뒤로 많은 시간을 선생님과 보내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화의 90%가 음악 이야기였고, 그 때 마다 깜짝깜짝 놀래야 했는데 그 이유는 가왕 조용필도 아니었고, 환갑이 지난 노인도 아니었다. 그냥 음악을 좋아하는 에너지가 넘치는 풋풋한 청년의 모습이었다. 뻔한 곡을 들려드린다면 실망하실 거라는 생각에 섣불리 데모곡을 들려 드리지 못하고 시간을 보냈다. 원래 약속한 날보다 두 달여가 지나 연말 공연이 끝날 즈음, 곡을 들려 들었는데 비교적 만족해하셨다. 그 곡들이 ‘서툰 바람’, ‘그리운 것은’이다.
첫 단추를 끼운 후라 진도가 빨라질 줄 알았는데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 곡을 만들어 오는 여러 뮤지션들…정말 좋은 곡들이 많았는데 패션이 문제였다. 드레스나 정장을 원했던 게 아니라 조금은 창의적인 캐쥬얼을 원했던 것인데. 그렇게 설명하면 좀 많이 찢어진 청바지가 만들어져 오기도 했다. 너무 어렵게 접근하지 않아도 된다는 답을 해줘야 했다. 나름 장벽이었다. 그 오래 전에 ‘엄마야~!’를 외쳤으며, ‘못 찾겠다 꾀꼬리’를 노래하셨던 분인데 종이 한 장 차이로 설명이 안 되었다. 그때 박용찬 씨(MGR)의 아이디어는 ‘시야를 좀 넓혀보자’였다.
‘조용필’ 이름을 모르는 작곡가라면 가능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만날 수 있었던 곡들이 ‘설렘’, ‘말해볼까’, ‘바운스’, ‘헬로우’였다. 300여 곡 이상을 받아 진지하게 듣는 과정을 거쳤으며 미국, 영국, 스웨덴, 호주 등등 다국적 작곡가의 총출동이었다. 그때야 앨범의 윤곽이 보이기 시작했다. '널 만나면', '충전이 필요해'까지도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여덟 곡을 놓고 전체 그림을 짜고 있는데…뭔가 아쉬운 점을 모두가 느끼고 있었다. 일부 곡들은 리듬 녹음을 해놓은 상태였지만 조금 부족한 느낌이 지워지지 않았다. 그렇게 잠깐 주춤했던 어느 날 선생님께서 "여덟 마디만 만들어 놓은 곡이 있는데 들어볼래?" 하시며 건반 앞에 자리를 잡으셨다. 여덟 마디 후, 나는 1초도 머뭇거리지 않고, "이 곡 마무리하셔서 녹음하시죠"라고 자신 있게 말씀 드렸다. 그 뒤 계속 곡 작업을 하시면서 왜 이렇게 쑥스러워하시는지 나머지 부분 들려달라고 조르면 계속 '내일' 이라고만 하셨다. 그 곡이 '어느 날 귀로에서'이다. 실은 선생님의 악보집에는 내가 알 수 없는 여러 곡이 보였지만 선뜻 여쭈어보지 못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으로 자신의 것을 내려놓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와 같은 시기에 일주일 동안 작업실 밖을 나오지 않던 박용찬 씨(MGR)가 구겨져 알아보지 못할 악보 한 장을 들고 와서 곡 설명을 하였다. 그 곡이 '걷고 싶다'.
구체적인 앨범 구상이 마무리되었다. 녹음 단계에 가서 가끔 생기는 문제점은 그리 큰 문제도 아니었다. 좋은 녹음이 있던 날은 모두가 즐거워하고, 어렵게 해도 녹음을 마치지 못한 날은 내일을 기약하며 쉬면 그만이었다.
노래 녹음 시점에서 선생님이 선보인 신공은 모든 가수에게 실시간 중계를 해주고 싶었다. 멜로디 악보를 만드신 다음에 가사를 적는다. 멀리서 보면 딱 공부하는 학생인데 보통 자리 잡으면 기본이 네 시간. 그렇게 곡 분석이 끝나고 가사를 입에 붙여 발성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고민하신 후, 노래 녹음에 들어가신다.
많은 가수와 녹음을 해봤지만 처음 목격되는 광경이다. 나는 "가수 조용필의 목소리는 타고났다기 보단 노력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끊임없이 연구하는 자세와 집중력은 타고났다."고 생각한다. 데모를 듣고 곡을 선별할 때도 최소 다섯 번 이상 들으신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반적인 때에 ‘아니다‘싶은 곡은 전주만 듣고 넘기는 경우도 많다. 마음에 드는 곡은 듣고 본인이 직접 채보해 악보를 만든 다음, 노래 불러보시고 사용할지 안 할지를 결정하신다.
그렇게 1년 6개월의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너무 오랜만에 하는 음반 작업인데 한꺼번에 열 곡을 하려니 너무 힘들다.” 하시며 이제는 평소에 녹음하자고 하신다. 이내 웃으시며…“더 힘 빠지기 전에 30곡만 만들어 놓자. 먼 훗날 너희들이 발표하던가...” 라고 하시는데 별 대답을 못 해 드렸다.
항상 새로운 것, 트렌디함을 잃지 않고 음악에 빠진 조용필. 음악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 분이기에 음악에만 몰두하느라 까먹을 수 있는 것들을 뒷정리하면서 보조를 맞추는 일을 하고서 보니 나를 “조용필의 프로듀서”라고 불러 준다.
기분 좋고 듣기 좋지만 느껴지는 건 막중한 책임감이다. 지금보다 더 몰두하는 방법밖에는 없을 것 같다. 이런 열정과 노력이 대중의 좋은 반응으로 나타나서 위로가 되고 또다시 새로운 힘을 솟구치게 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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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댓글
무정(當_當)
2013-05-08 19:57:50
위의 주소로 가셔서 덧글 많이 답시다.
글 중에.. “너무 오랜만에 하는 음반 작업인데 한꺼번에 열 곡을 하려니 너무 힘들다.”
하시며 이제는 평소에 녹음하자고 하신다.
이내 웃으시며…“더 힘 빠지기 전에 30곡만 만들어 놓자. 먼 훗날 너희들이 발표하던가...”
라고 하시는데 별 대답을 못 해 드렸다. <--- 눈이 시큰해지네요..
꿈의요정
2013-05-08 20:12:11
그러게 눈물이나~~~
말그대로 웃고있어도 눈물이난다규...
필조
2013-05-08 20:27:23
나도 나이들어 가면서 오빠처럼 얼굴에 편안함과 넉넉함이 묻어나오도록 마음 가짐을 정갈하게. ^_^
필사랑♡김영미
2013-05-08 20:36:26
정말....무슨 말을 해야할지...마음이 아프네요.
오빠가 쇼케이스 인터뷰에서도 나이 얘기 하시면서...한해 한해가 아까워죽겠다...웃으시면서 말씀하시는데도
그때 그 말씀에 팬으로서 가슴이 먹먹하며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우리 팬들의 하루 하루를 모아서 오빠에게 드릴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생각도 했었는데...ㅠ.ㅠ
오빠....힘내세요. 그래도 오빠 곁에는 항상 우리가 있어요..이 말이 위로가 될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사랑합니다..영원히~~^^
꿈이좋아
2013-05-08 21:33:50
저두 다녀왔는데...마음이 짠 하더라구요... 오빠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