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지구 레코드사 녹음실에서 제 5집에 들어갈 신곡을 연습한 후 밤늦게 귀가했습니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거실에 들어서는 순간 커다란 케이크가 눈에 띄었습니다.
'웬 것이냐고?'고 물었더니 '아까 어느 소녀팬이 생일을 축하 한다며 놓고갔다' 고 했어요.

이 말을 듣고 저는 생일 케이크를 선물한 팬의 정성이 고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민망하고 안타까운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년 2월부터 3월 사이에 느닷없이 '생일을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오는 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사람이나 동물이나 태어난 생일은 한 번뿐입니다.

그런데 저의 경우는 뭐가 잘못 됐는지 1년에 3번이나 '생일'을 치르고 있어요.
제가 애기한것은 아닌데 용케 날짜를 알고 있는 사람들이 그때마다 축하를 해주시기 때문입니다.

금년에도 2월 3일과 3월 17일.21일에 제 생일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안에서 가장 여동생을 많이 두더니, 이젠 생일도 몇차례 찾아먹는 욕심장이라고 삐죽거릴 아가씨도 있겠지만 글쎄요, 감사하다고만 할 수도 없습니다.

3월 21일은 진짜 제 생일이 아니어요. 아버지가 호적에 올리실때 날짜를 착각하셨는지 주민등록엔 그렇게 되어 있습니다.
제가 태어난 날은 음력 2월 3일인데 이것을 양력으로 환산하면 83년 올해는 3월 17일이 되더군요.

그런데 음력을 양력으로 착각한 어떤 팬은 2월 3일에 '생일을 축하한다'며 선물을 보내오기도 했어요.
팬 여러분, 제 생일은 음력 2월 3일뿐입니다.
주민등록에 날짜가 그렇게 되어 있다고 진짜 생일이라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한 가지 부탁은 학생 신분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선물은 보내지 말라는 것입니다.
여러분은 지금 대부분 공부하는 학생일 것이며, 어른들한테 용돈을 타서 쓰는 입장일 것입니다.
값비싼 케이크나 물건은 제게 보내도 반갑지가 않군요.
여러분이 정성스럽게 그린 생일 카드 한 장이라면 제일 고맙고 제가 부담없이 받을 수 있어요.
어쨌든 생일 축하를 해주신 팬 여러분에게 이 지면을 빌어서 감사의 말씀을 올리는 바입니다.

----- 1983년 3월 7일------

**** 여러분!
조용필님 태어 나신 날은 음력 2월 3일입니다.
올해는 환산해보니, 2월 25일 일요일이 되는군요..
그날 잊지마시고 방송국에 생일축하 엽서라도, 또는 팩스라도
신청곡과 함께 모두들 한 통씩 날립시다.
예전 전성기때는 위의 필님 글처럼 생일 3번씩이나 각 라디오
방송국마다 축하편지와 엽서들로 물결이었답니다.
각 프로그램마다 용필님 생일날이면 몸살을 앓았었죠..
(본인들 멘트로 엄청난 물량이었다고 애기했음.. 그것도 일년에
3번씩이나 이런 홍역을 치른다고 함..)
올해는 정확한 날짜에,이미 불혹의 나이도 넘기신 필님의 생일을
우리 팬들이 뜨거운 성원 속에 축하해드리면 더더욱 좋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