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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한겨레21 함 가셔서 세분 만나 보세여, 저 혼날까봐, 다 못 퍼왔슴다...^^*
사진 잘 나왔던데여, 앨범쟈켓 들고 촬영하셨더라구여...수고하셨습니다...^^*
<기사 즐감^^>
강산이 변해도 여전히 한 가수만을 좋아하는 오빠부대 1세대, 그들의 계속되는 열광.
3월16일 저녁 일곱시 반부터 경희대 평화의 전당에서 열린 ‘나눔 2001’ 콘서트. 여행스케치와 자우림의 노래에 이어 드디어 들국화가 등장했다. 뜨거운 박수소리와 함께 관객의 환호성이 여기저기서 솟았다. “들국화 파이팅!” 하고 소리치는 30대 남성도 있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의 마지막 소절이 공연장을 강타하자, 눈시울을 적시는 여성팬도 보였다. 대부분 적잖이 나이먹은 어른들이다.
직접 팸플릿 만들고 전단지도 배포
마음속에 간직해놓은 스타가 한명쯤 있는지. 요즘 올드팬들은 마음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않는다. 직접 팸플릿도 만들고 전단지도 배포한다. 팬이라고 하면 대개 H.O.T나 god 공연에서 막대풍선을 흔드는 10대학생들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십년 이십년 꾸준히 한 스타를 위하여 활동하는 팬들도 많다.
이날 공연장에서 모습을 드러낸 팬클럽 <들국화>도 한달에 한번씩 정기모임을 갖는 등 지속적으로 활동하는 열혈분자들이다. 직장인 송대순(33)씨는 “공연에 오기 위해서는 회사 조퇴도 불사한다”고 말한다. 팬클럽 회원이자 구성애씨의 매니저이기도 한 박지나(35)씨는 들국화 활동 16년 동안의 자료를 모아두었다가 올 2월 들국화 트리뷰트 음반을 낼 때 도움을 주기도 했다. 트리뷰트 음반에 들어간 대부분의 사진이 박씨가 모은 자료다. 팬클럽 모임 때 자신이 일하는 식당을 장소로 제공한다는 김선태(32)씨는 들국화 음악을 가리켜 “세상을 살아가면서 힘들 때 기도문처럼 활력을 주는 음악”이라고 말한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핵의학자 김천기(47)씨 역시 대표적인 올드팬이다. 1년에 두번 한국의 대학에 강의하러 오는 김씨는, 공연 시간이 맞으면 보러도 오고 팬클럽의 홈페이지에 글도 올린다. 음감이 좋아 노래를 듣다가 아니다 싶으면 전인권씨에게 지적도 해준다고 한다.
이런 나이먹은 팬들의 움직임은 열정적이면서도 부단하다. 10년 동안 이승철씨의 음악을 좋아한 김미미(39)씨는 지난해 12월 이승철씨의 콘서트 계획이 잡히자, 직장을 다니는 틈틈이 찬바람을 맞으며 길에서 팸플릿을 나눠주었다. 김씨는 “이승철씨나 기획사에서 부탁한 것이 아니다. 우리 스스로 원해서 한 것이다”라고 밝힌다. 아르바이트생을 쓰면 2∼3장씩 한번에 뿌릴 수도 있지만 팬들이 직접 나눠주면 버리는 종이 없이 정성스럽게 나눠줄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이외에도 산울림, 변진섭 등도 올드팬들의 끊임없는 사랑을 받는다. 이승철이나 변진섭의 팬클럽은 스키캠프나 여름캠프, 산행도 간다. 최근 이런 캠프에는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주부들이 많다고 한다.
>>>> 여기서부터 '조용필 팬클'과 관련된 기사임....^^
몇십년씩 꾸준히 팬활동을 하면서 가수에 대한 중장기적인 후원계획을 가지고 있는 대표적인 예가 조용필 팬클럽이다. 일부 조용필 팬클럽은 인터넷 박물관, 생가 복원, 기념관 건립 등을 현재 계획중이다. 팬클럽 <작은 천국>의 회장 최종근(28)씨는 “기념관 건립을 위해 지금까지 300만원을 모았다”면서 “액수는 적지만 시작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용필 팬클럽은 특히 조용필씨가 30여년 가수활동을 해왔다는 점 때문에 팬들 연령대가 넓고 규모와 조직력이 막강하기로 유명하다. 최종근씨는 또 “나이든 팬들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느는 추세다. 인터넷으로 인해 어렸을 때 만난 팬들이 서로를 찾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십몇년 전 ‘오빠’를 쫓아다니며 전국을 누빌 때 늘 보던 얼굴들이 있는데, “또 보네요” 하고 인사했던 사람들이 나이먹어서 인터넷을 통해 서로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가요순위프로 폐지 등 문화운동 나서기도
8살 때부터 조용필씨를 좋아했다는 정은희(28)씨는 “10대 때 조용필씨는 열광되고 흥분된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우상이었다. 지금은 맑은 공기를 좋아하듯이 그 음악을 생활의 일부로서 좋아한다”라고 말한다. 이런 팬들은 대부분 직장이 있기 때문에 직장생활에서 익힌 기술을 팬활동에 응용하는 일도 적지 않다. 조용필 30주년 기념 공연 때는 팬클럽에서 그의 팸플릿을 만들었는데, 자료도 팬들이 모았을뿐더러 편집이나 인쇄까지 자체적으로 해결했다. 그쪽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조용필 홈페이지 ‘미지의 세계’ 역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하는 팬이 스스로 만들었다고 한다.
이른바 오빠부대 1세대인 이들은 여러 가지 면에서 성숙된 팬문화를 이끌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다. 일단 공연에 가거나 음반을 사는 데 그치지 않고, 방송사 가요프로그램에서 다양한 세대를 배려하도록 의견을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지난해 11월 예술의전당에서 조용필 콘서트가 있었을 때의 일이다. 한 방송사에서 이 공연을 화요일 새벽 1시 넘어서 중계했다. 팬들은 이에 항의해 방송사 홈페이지에 하루에 몇백개씩 글을 올렸다. “외국에서는 가수가 오래 활동을 할수록 인정해주는데 우리나라는 반대로 찬밥취급을 한다. 화요일 1시 넘어서 누가 텔레비전을 보느냐. 거물급 가수를 이렇게 박대해서야 되느냐”는 의견이었다. 정은희씨는 “지난해 ‘포크 빅4’ 콘서트도 12시 넘어서, 이미자씨 40주년 콘서트도 12시 넘어서야 텔레비전에 방영되었다. 30대 이상은 잠이 없다고 생각하는 건가?”라고 반문한다. 올 들어 하춘하씨의 40주년 기념 공연이 있었는데 이 방영시간은 토요일 11시로 배정되었다. 한 조용필 팬은 “좋은 징조로 본다. 그때 우리가 항의한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라며 만족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나이든 팬들이 결집하면 가요프로그램이 너무 10대 위주로 짜이는 것을 제어하는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오는 4월 조용필 팬클럽은 독립된 팬클럽을 결집하는 ‘필21’이라는 조직을 발족할 예정이다. 공연 때 팬클럽끼리 표를 배분하는 방법이나, 연대해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상의할 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서다.
이렇게 가수를 지지하고 후원해주는 팬덤이 문화운동으로까지 활동영역을 넓힌 예가 서태지 팬클럽이다. 지난해 9월 서태지 컴백쇼에서는 “오빠, 이제는 우리도 컸어요. 오빠를 지킬 수 있어요”라고 한 여성팬이 말하는 장면이 멀티비전을 통해 방영되었다. 이 말은 여러 가지 의미를 지닌다. 팬들 스스로 “우리가 어른이 되어서 스타를 보호한다”는 관념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무엇으로부터 태지를 지킨다는 말일까. ‘태지매니아’의 김지영(31)씨는 이렇게 설명한다. “서태지씨가 자유로운 음악활동을 하기 어려운 제도적 제약들이 있다. 그런 낙후된 가요환경을 태지 팬들이 바꿔나갈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제로 서태지 팬클럽의 일부 멤버들은 대중음악바꾸기위원회(대바위)의 씨앗이 되어 가요순위프로그램 폐지운동 등 가요환경을 바꾸기 위한 문화운동에 나서고 있다.
그들은 한때 철없이 열광하지 않았네
1987년 3월 한 잡지에는 “조용필에 미친 소녀 1만5700명”이라는 제목으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실렸다.
“일방적이고 비현실적이며 환상적으로 브라운관의 스타를 따르게 되면 결국 그 사람은 비현실적 존재로 굳어지고 맙니다.” 한국사회병리연구소장 백아무개 박사의 글이었다. 그는 ‘한때 그러겠지’ 하는 기성세대들의 판단도 큰 문제라고 주장하면서 “왜 그게 당사자만의 문제입니까. 그들이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 되었을 때 어떤 행동을 보일지 알 수 없는 것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14년이 지난 지금, 당시의 준엄한 질타를 올드팬들은 웃으면서 읽는다. 11살 때부터 조용필씨 노래를 듣고 좋아했다는 이정미(29)씨는 이렇게 말한다. “가수가 30년 동안 한길을 걷는 것도 힘들지만 20년 동안 한 가수를 좋아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좋아해 왔다면 이건 결코 ‘철없이 열광하는 애들’이 아니다. 속으로 ‘내가 왜 이 가수를 좋아하지?’ 하는 질문을 여러 번 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철학이 서 있다는 것이다.” 그때 우려의 대상이던 그들은 지금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멀쩡하게 회사를 다니고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리고 당시에 기성세대들이 ‘한때 그러겠지’라고 판단했다면, 그것 역시 그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강산이 한번 이상 변한 지금도 그들은 공연장에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고 종이 꽃가루를 뿌린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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