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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가 되고 싶다면 음악을 해라”
가요계 현실 신랄하게 비판한 가수 이은미
“대중의 사랑이 날 밀어가지만 인기에 발목 잡히진 않겠다”
우리 가요계 시스템의 문제는 사실 어디부터 손대야 할지 모른다. 음반 시장이 빠른 속도로 커가고 있지만 내실은 없고 오히려 나쁜 구조만이 더욱 견고해지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아무도 큰소리로 말할 수 없었던 문제에 대해 가수 이은미가 총대를 맸다.
한 남성 잡지에 기고한 ‘당신도 가수인가’라는 글에서 그는 가수의 자질, 대중에 대한 책임감 등 가요계 전반적 시스템의 문제를 솔직하고도 날카롭게 비판했던 것. 그러나 이니셜로 지적한 가수의 팬클럽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인신공격성 반론이 쏟아지고 있어 글을 쓴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뜨거운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만났다.
“현역에 발 담그고 있는 사람으로서 자성의 계기를 마련해 보자고 쓴 글이다.”
얼마 전 한 잡지에 쓴 ‘당신도 가수인가’라는 글로 인해 곤욕을 치렀던 가수 이은미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딴지를 걸거나 원색적인 욕을 할 것이 아니라 글의 전후맥락에서 또 그런 말을 하게 된 동기에 대해서 이해해줄 것을 당부한다.
그는 글에서 “그룹 S가 TV에 나와서 한 말이라고는 ‘이번 앨범의 의상 컨셉은요’가 전부였다” “그룹 F는 음마다 컴퓨터로 교정해 주지 않으면 들어줄 수 없는”아이들이었으며 “S는 가수가 아니라 마케터처럼 보인다” 등 가수들의 문제를 지적했었다.
이은미는 “내가 이니셜로 거론한 가수의 경우 그 팬들도 그 문제를 알고 있다는 거 아닌가” 라며 “그들과 싸움하자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기본을 만들어 보자는 거다. 가수라면 자기 음반에 책임을 져야한다”고 덧붙인다. 음반 녹음할 때 한번 노래부르는 것으로 가수가 되고, 노래보다는 개인기나 다른 요소로 떠서 음반을 파는 지금의 시스템은 노래는 못해도 다른 것들만 받쳐주면 누구든 인기를 얻는 연예인이 될 수 있다는 허영심을 심어준다는 것. 이런 허영심은 아마추어리즘을 죽이고 결국은 가요 발전에 장애가 될 거라는 얘기다.
사실 그가 이번에 가수까지 거론해가며 비판했던 것은 그 가수가 아니라 그런 가수를 만들어낸 시스템, 즉 제작자를 비판하기 위해서였다.
이번 일로 자신의 팬들이 만들어놓은 사이트가 무차별로 공격을 당했다는 그는 그런 욕설에 대해서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내 말이 틀리지 않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그는 “날 믿어준 팬들에게 상처를 주어 미안할 뿐”이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그는 “한국음악엔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이 표현하지 못하는 슬픔이 있다. 특히 일본 음악과 비교할 때 하드웨어나 시스템에 있어서는 밀릴지 몰라도 아티스트의 감성이나 능력 면에선 분명 경쟁력이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시스템에서 양산된 가요문화라면 문화개방 이후를 장담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물론 존경하는 선배가수와 잘하는 동료와 후배를 보면 기쁨을 느낀다. 들국화나 하덕규는 그에게 한국에서 음악을 한다는 게 뭔지 가르쳐준 소중한 선배다.
공연장에서 좋은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많은 돈을 들이는 조용필의 경우 배울 점이 많은 선배이고 또 그런 노력을 아끼지 않는 이승환, 김건모 역시 칭찬받을 만한 동료다.
“대중의 사랑이 날 밀어가지만 대중이 보내는 인기에 발목 잡히지는 않겠다”는 그는 사랑하는 사람의 기운과 감정을 노래하고 현실의 벽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지워줄 수 있는 음악을 하겠다고 한다. 자신의 음악이 사회에 보탬이 됐으면 하는 생각에서 사회단체의 콘서트에도 발벗고 나서는 그는 20일 의문사진상조사위의 공연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새 앨범에서 “곡의 세션과 가사 등 한곡 한곡마다 정성을 다했다”는 그는 6월 2일 세종문화회관 공연(02-574-6882)을 시작으로 전국 공연에 나설 예정.
다음 앨범인 6집 앨범까지는 솔로로 활동하고 그 다음부터는 자신의 밴드와 함께 활동할 계획을 갖고 있다.“이번 앨범이 잘되어 투어버스를 살 수 있었으면 한다”는 그는 밴드와 함께 이동하면서 어느 공연장이든 가슴 터지는 생생한 음악을 들려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한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에도 아티스트로 평가받는다면 좋겠다”는 맨발의 디바 이은미. 대중에 대한 문화적 책임과 정체성을 가진 여성 뮤지션으로 거듭나는 그를 주목한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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