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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새벽,그토록 弼님을 싫어하던 제친구가 울면서 전화를 걸어서.

고독한영혼, 2001-06-30 03:51:47

조회 수
1042
추천 수
51
           " 너.. 어제.. 조용필 공연.. 봐..완..냐 ? "


       취기가 뚝뚝 묻어나는 혀짧은 목소리로,
       새벽 1시쯤 오랜 知友가 뜻밖의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초등학교시절부터 지금까지 20여년동안,
       삶의 많은 부분들을 공유해오며 동감해왔던 둘도없이 절친한 친구였습니다.

       사업에 실패한후, 지독한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 거리고 있었을 때...
       1년이 넘게 술병들과 상대가 되지않는 씨름을 해대며 對人기피증에 걸려있었을 때...
       굳게 잠겨있는 내 방문을 부수고 들어와  망가지고 헝클어진 날 부둥켜안고,
       뜨겁고 가슴더운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부어주던 그런 친구였습니다.

       하지만, 유독 趙容弼님에 對한 견해만큼은 일치하지 않아,
       늘 제가슴을 답답하게 짓눌러왔던 친구이기도 했기에
       님의 이름을 대화 첫머리에 올린 것에 의아한 마음부터 가지며 되물었습니다.


           " 누구?  너 지금, 趙容弼님 공연 봤냐구 물어본거 맞니? "
           " 그래!  네녀석이 네자신보다 더 사랑하고 아낀다는 바로 그 조용필성님!...... "
           "  ............................... "


       참, 까닭없이 弼님을 미워하고 싫어하던 친구였습니다.
       趙容弼님의 弼자만 나와도...
        '네 人生이 그렇게 꼬인것두 다 어두침침하고 퇴폐적인 조용필을 좋아해서그래!' 하며
       어처구니 없는 어불성설격의 핀잔을 주던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애조띈 님의 목소리가 염세적이고 처량해보여서 듣기 거북하다고...
       魂을 다해 열창하시는 님의 모습이 왠지 힘에 겨워보여 안스럽기만 하다고...
       같이 집에서 술을마실때 님의 노랠 들려주면 궁상맞은 노래좀 제발 끄라고...
        제가 지독하게 님을 사랑하듯이 정말 더 지독하게 님을 배척했던 그런 녀석이었습니다.

       그제 아침까지만 해도......
         '서울방송에서 弼님 공연 방송하니까  집에서 같이 술한잔하며 보자'는 내 제안에
         '그럴시간있음 잠이나 한숨 더자겠다'며  퉁명스런 목소리로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바로 그 친구가, 먼저 님의 공연을 봤냐고 물어왔으니................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수화기만 들고 있는데  다시 녀석의 습기찬 음성이 들려왔습니다.


          " 임마... 나두 趙容弼성님 좋아하게 됐다.
            딱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는데,암튼......
            술한잔 마시고 성님 노랠 들으면서 요즘 나, 많이 운다.......
            뭔 노래가 그렇게 사람 가슴을 저리게 만든다냐.....
            이게 다, 네녀석에게 전염돼버린거니까 책임져, 임마! "


                - 그럼.... 책임지구 말구....
                   趙容弼님의 음악나라 國民으로 등록된것 먼저 진심으루 환영하구,
                   유일하게 너와내가 일치하지 않았던 최후의 장벽이 무너져 내렸으니
                   내가 찐하게 쐬주 한잔 사주마...........
                   이 징그럽게 이쁘구 착한 친구야............... -


          " 너, 또 소설 나부랭이 쓴다고 원고지 만지작거리구 있냐?
            되지두 않는 글 집어치우고 빨랑 우리집으루 튀어 와라.
            나, 지금 용필성님 노래틀어놓구 마누라랑 찐하게 한잔하구 있다.
            네 소원대루 우리 용필성님 노래를 안주삼아 딥따 술두 퍼먹구,
            노래방가서 네 그 멜랑꼬랑한 목소리루 용필성님 노래두 부르구 그러자, 임마! "


               - 그러구 말구......
                  가서 그동안 네녀석이 그렇게 구박하고 멸시했던 우리 弼님의 인생역정과....
                  부피를 측량할수조차없는 무한하고 위대하신 음악세계와....
                  弼님께서 우리들에게 주셨던 위안과 감동의 그 뜨거운 노래들을
                  이제서야 님의 진가를 깨우친 네녀석에게,
                  밤이 새도록 쐬주한잔을 벗삼아 진솔하게 얘기하고,또 얘기해주마..... -


       거의 날아가다시피 최고조의 기분으로 녀석의 집에 도착했고,
       녀석의 바램대로 弼님의 노래를 들었고,
       이세상에서 가장 기분좋고 맛있는 술을 마셨고,
       그동안 녀석이 느끼지 못해왔던 弼님의 위대한 삶에 對해
       격정적인 토론을 밤새도록 했습니다.
          
       술자리가 한창 무르익어 갈무렵........
       그 잡음조차도 아름답게 들리는 1集 LP판의 백미, " 한 오백년 "이 흘렀습니다.


          " 마! 저노래가 네놈이 첨 용필성님 좋아하게 된 바루 그 노래랬지? "


               - 그래.....예전에 弼님이 日本에 처음 진출하셨을때....
                  ' 한국에서 날아온 왜소한 체구의 매혹적가수 '
                  ' 한국에서는 국민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가수 '
                  그렇게 통상적으로만 기사를 써왔던 日本기자들 앞에서
                  저 한오백년을 비롯해 몇곡을 육성으로 부르셨는데,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눈시울을 벌겋게 붉히며
                  통역하던 우리측 관계자에게 이렇게 얘기하더란다.....

                    '한국말을 몰라서 무슨뜻인지는 모르겠지만 까닭없이 슬프다고...
                     가슴깊숙히 뜨거운 무엇인가가 치밀어오르고 온 몸에 전율이 흐른다고...'

                 그리고, 다음날 아침 신문에 약속이나 한듯 일제히.......

                   ' 恨과 魂을 다한 열창, 목청만이 아닌 영혼으로 부르는 위대한 가수! '
                   ' 작고 왜소한 체구, 하지만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파워풀한 창법! '
                   ' 노래를 생명처럼 아끼며 호흡처럼 사랑할줄아는
                        日本열도에는 존재조차하지 않는  대단한 뮤지션! '
                   ' 최고라는 표현조차 부끄러울뿐인 세계적인 아티스트! '

                글로써 표현할수있는 찬사란 찬사는 모두 다 아낌없이 쏟아부었단다....
                이렇게 말이 통하지 않는 他民族까지도 그위대하심에 존경과 경의를 보내드리는데,
                하물며 같은 민족인 네녀석이 그동안 弼님을 그토록 홀대하고 무시했으니....
                앞으로 나보다 더 깊게 弼님을 사랑하고 끊임없는 응원을 보내드리거라.이녀석아...



       다른 사람이 소유하고 있는 인격의 향기와,
       삶에 대한 진지하고도 적극적인 접근방법과,
       주어진 재능에 대한 진지한 자기계발과 끊임없는 노력을
       아무리 열성적으로 이해시키고 납득시키려 애를 써봐도

       한사람에게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로 억지로 되어지는 일이 아니라는것을, 새삼 깨닫습니다.

       결국엔 그스스로가 어쩔수없는 이끌림에 의해
       자연적으로, 또한 필연적으로
       그사람이 좋아질수밖에 없게 되어있음을.....
       제 친구를 보며 뒤늦게 깨닫게 됩니다.

       긴시간을 弼님을 그토록 배척해왔던 제 친구녀석도 이제서야,  
       자신이 안락하게 쉴수있는 자신의 소리가 무엇이었는지 발견하게 된것처럼 말입니다.

       제 친구녀석처럼 趙容弼님을 제대로 발견해내지 못하고 살아가고있는 다른 사람들도,
       언젠가는 필연적으로 가슴저리게 趙容弼님을 느끼며,
       弼님의 뜨겁고 진지했던 음악人生을 탐구하고 채집해낼날이 반드시 올것입니다.

      
          - 비가 내리는 窓가.... 弼님의 노래속에서 여전히 행복한 어제,그리고 오늘.....
           부끄럽고 고독한 영혼을 가진 이못난 사람에겐 정말 최고의 나날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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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수현 1999-10-23 114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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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박상준 1999-10-23 9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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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박상준 1999-10-23 9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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