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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가을에 떠나간...(영혼은 잠이 들고, 예전 그대로...)

새벽이슬, 2001-10-09 04:00:20

조회 수
518
추천 수
17
>
>나뭇잎이 황금빛과 붉은빛으로 물들어 가는 이 맘때면
>
>3년전에 갑자기 쓰러지셔서 일주일동안 중환자실에서 혼수상태로
>
>계시다가 끝내 '영혼은 잠이 들고' 하늘 나라로 가신 아빠가 생각 난다....
>
>
>
>~~~~~~~~~~~~~~~~~~~~~~~~~~~~~~~~~~~~~~~~~~~~~~~~~~~~~~~~~~~~~~
>
>중학교때였다..
>
>단잠을 쿨쿨 자고 있던 어느 날 이른 아침...
>
>"미향아~~~ 용필이가 결혼했단다,.. 얼른 일어 나봐"
>
>"아빠~~~~ 갑자기 웬 그런 거짓말을 해... 자고 있는 사람에게..(투덜 투덜..)
>
>"저봐,,,,방금 뉴스에 나왔단 말야..."
>
>'뉴스에...?' (후다닥~~~~~)
>
>
>다른 채널로 돌리자 그곳에서도 필님의 <극비 산사 결혼>이란
>내용으로 결혼식 내용이  아침,,아니 새벽 뉴스 부터 각 방송사마다
>앞 다퉈 보도를 하고 있었다.
>
>
>조용필의 광적인 팬이었던 딸을 두었던 나의 아빠는
>질투 어린 반,,,근심 어린 반으로 나의 행동에 대하여
>꾸중과 잔소리도 하시고, 때론 정보 제공도 해주시곤 하셨다.
>
>
>혼수상태로 중환자실에 들어 가시기 전에,
>평소에 뇌출혈의 후휴증으로 몸이 안 좋으셨던 아빠...
>
>뇌출혈의 영향으로 뇌 일부분의 손상을 입게 되어,
>언어와 신체의 부자유..그리고 판단력마저
>정상인 보다는 많이 떨어지는 상태로 몇년을 지내오셨다.
>
>
>그런 와중에도 텔레비젼에 <조용필>..그가 나올때면..
>
>어김 없이 내게 전화가 온다.
>
>"야.....지, 지....금...텔...레..."(한 문장을 말하기를 무척 힘들어 함)
>
>(아빠의 말을 기다리다 못해..)"텔레비젼에..왜?"
>
>난 아빠가 왜 전화를 하셨는지 알면서도
>아빠의 말을 끝까지 유도 해내려고 모른척 묻는다.
>
>"그니까...그.....그... 그 사람.."
>(머리엔 떠오르는데 단어가 생각이 나질 않아 애 태우는 아빠,,)
>
>"그 사람이 누군데,...말을 해야 알지.."
>(어눌한 아빠의 음성에 목이 메인다)
>
>"니가..... 좋아하는.... 사..사..람.... 말야..."
>
>"누구..? 조용필?"
>
>"그,그...래...조..용..필..."
>
>"아...아빠 그것 때문에 전화 했어? 나 벌써 보고 있어..아빠 고마워"
>
>
>~~~~~~~~~~~~~~~~~~~~~~~~~~~~~~~~~~~~~~~~~~~~~~~~~~~~~~~~~~~~~~~~~~~~
>
>병원에서 퇴원후에 몇년간을 집 안에서만 지내 오신 아빠..
>
>그 좋아하시던 술도..담배도...커피도 ...고기도
>친구들도..고스톱도...
>모든 삶의 희락을 접어야 했던 아빠..
>
>몸이 불편하신 아빠에게 내가  사드렸던  흔들의자가
>거실에 덩그라니 놓아져 있었던 그 날이 자꾸만 생각이 난다.
>
>
>조용필밖에 모른다며 잔소리 하셨던
>건강했을때의 아빠..
>
>조용필 나온다고 텔레비젼 보라고 전화 주시던
>몸이 불편했을때의 아빠...
>
>중환자실에 누워 인공 호흡기에 의존한 채로 숨을 이어 가던 그 일주일,,
>
>숨을 거두기 이틀전에...
>의사의 한마디 "뇌사상태입니다."
>
>끝내 회복을 못하고...
>유언 한마디도 못하고 아빠는 생을 마감 하고 있었다.
>
>누워 계신 아빠의 손을 쓰다듬고
>
>아빠의 몸과 얼굴..다리를 깨끗히 닦아 드리며
>
>몸이 행여나 굳을까봐 내내 주물러 드리며
>깨어 나기를 기다렸건만..
>기적을 바랬건만..
>
>
>지나온 몇년의 무의미한 삶이 싫으셨을까..
>
>
>끝내 눈을 뜨지 못하고 뇌사 판정 이틀 후에 "운명하셨습니다"
>
>라는 의사의 말 앞에 우리는 아빠를 보내야 만 했다.
>
>
>아빠를 산에 묻고 내려 오던 그 시골 학교의(충북 괴산 백봉 초등학교)
>은행나무는 너무도 아름다웠고 가을 하늘은 청명하기 그지 없었다.
>
>몸은 비록 불편하고 사고 능력도 떨어지고 말씀도 제대로 못하시며
>
>새장안의 갇힌 새처럼 거실의 흔들 의자에 몸을 맡긴채
>
>남은 몇년을 살다 간 아빠의 인생이었지만..
>
>
>젊었던 아빠의 화려하고 멋진 인생 이야기를 아빠 친구분들께
>전해 듣고..우리 네 남매는 가슴 뿌듯함을 느꼈다.
>
>
>
>가을이 어느새 내 곁에 다가 올때면...
>
>'예전 그대로' 지금도 조용필 콘서트장을 다니는 나의 모습을
>
>하늘 나라에서 내려다 보고 계실 아빠가 더더욱 생각이 난다.
>
>
>
>     ♡지금 내가 살아 가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
>         이렇게 살아 있기에 생각하게 되는 '아름다운향기'였습니다.
>
>

우린 또 그런 사연을 안고 살아가는군요...
가슴이 아려오는 느낌입니다...
난 아직도 아버님이 살아 계신데...
항상 돌아가시면 어쩌나??? 하면서 막연한 마음으로 살아 왔는데...

다시 한번 부모님의 존재 의미를 새삼 일깨워 주신 님께 감사 드립니다...
아울러 필님에 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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