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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써핑하다가 발견한 기산데요, 너무 어이가 없네요.
날짜 : 2001년 9월 21일
출처 : 한국일보
삽질 : 라이코스코리아 뉴스
<삶과 생각>
변호사일을 시작한 후 나는 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라디오를 듣게되었는데, 어느 날인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가슴이 찡해졌다. 어찌어찌 노력한 끝에 그 노래가 조용필이라는 가수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무실 직원에게 신곡이 나왔더라며 테이프를 사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때 그 직원이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참 지난 후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좋은 노래가 새로 나왔더라고 이야기하며 그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모두들 폭소를 터트리는 것이었다.
이미 10년도 더 된 노래이고, 아마 그 가수가 지금은 그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제야 그 직원이 왜 그리 이상한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간에 그노래의 가사는 참으로 와 닿는 것이었다. 구절구절이 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필요로 하기때문'이라는 부분은 가슴이 아프도록 부러운 선언이었다.
법원에는 법관 3인이 재판하는 합의재판부가 있는데, 1명의 부장 판사와 2명의 배석 판사가 있다. 같은 합의부에 근무하는 법관들은 깨어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합의도 하고 토론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서 같이 일을 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배석 판사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였다. 특히 모든 배석 판사들이 힘들어하는, '벙커'라고 애칭되는 부장 판사를 만나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배석 판사로 근무하던 어느 해, 유난히 힘든사건이 많이 모인 재판부에 근무하는 중에 인사이동이 있었다. 새로운 부장 판사를 모시게 되었는데, 동료 법관들이 한 번씩 방에 들러 위로의 말을 던지고 가는 것이었다.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그 '벙커'에 걸린 것이었다. 사실 그 분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 잘 알지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위로를 받다보니 절로 앞날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나 정작 그 분과 6개월 정도 같이 근무한 후 '될 수만 있다면 나도 벙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공공연한 소망이 되었다.
그 때 받은 가르침으로 가장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봅시다'였다. 합의 도중 이말을 듣게되면 며칠쯤 기꺼이(?) 밤샘을 하면서 기록을 다시 검토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더욱 심각한 화두가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고민을 했지만, 해야 할 일이 단순했다. 사실 선택할 수 있는 방향도 넓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될 순간들이 참 많아졌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 만큼 선택한 후에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될 책임감도 더 많아졌음을 느낀다. 영향력이 생기고 책임이 무거워 질수록, 그 자리를 어떻게, 알마만큼 지키느냐에 따라서 결과에 차이가 나며 그 파급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하여 고민을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사람은 또한 남의 자리를 넘보지 않는 지혜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어찌된 일인지 모든 문제를 다 자신이 해결하려 들고, 모든 문제에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들을 본다. 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말 우리들의 자리는 어디쯤일까?
나는 누구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은 무엇이며, 그 일이 왜 나에게 맡겨졌는지, 그리고 지금 이시대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 황덕남 변호사 --
날짜 : 2001년 9월 21일
출처 : 한국일보
삽질 : 라이코스코리아 뉴스
<삶과 생각>
변호사일을 시작한 후 나는 차 안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다보니 라디오를 듣게되었는데, 어느 날인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가슴이 찡해졌다. 어찌어찌 노력한 끝에 그 노래가 조용필이라는 가수의 '킬리만자로의 표범' 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무실 직원에게 신곡이 나왔더라며 테이프를 사다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때 그 직원이 표현하기 어려운 표정을 지어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참 지난 후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좋은 노래가 새로 나왔더라고 이야기하며 그 노래를 들려주었더니, 모두들 폭소를 터트리는 것이었다.
이미 10년도 더 된 노래이고, 아마 그 가수가 지금은 그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을지 모르겠다는 말을 하였다. 그제야 그 직원이 왜 그리 이상한 표정을 지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어쨌거나간에 그노래의 가사는 참으로 와 닿는 것이었다. 구절구절이 다 그렇지만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필요로 하기때문'이라는 부분은 가슴이 아프도록 부러운 선언이었다.
법원에는 법관 3인이 재판하는 합의재판부가 있는데, 1명의 부장 판사와 2명의 배석 판사가 있다. 같은 합의부에 근무하는 법관들은 깨어있는 시간을 기준으로 한다면 가족들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면서 합의도 하고 토론도 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떤 사람을 만나서 같이 일을 하느냐가 대단히 중요한 문제가 되는데, 배석 판사 입장에서는 더욱 절실한 문제였다. 특히 모든 배석 판사들이 힘들어하는, '벙커'라고 애칭되는 부장 판사를 만나는 것은 정말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배석 판사로 근무하던 어느 해, 유난히 힘든사건이 많이 모인 재판부에 근무하는 중에 인사이동이 있었다. 새로운 부장 판사를 모시게 되었는데, 동료 법관들이 한 번씩 방에 들러 위로의 말을 던지고 가는 것이었다.
모두 피하고 싶어하는 그 '벙커'에 걸린 것이었다. 사실 그 분을 직접 겪어본 적이 없어 잘 알지 못했는데, 여기저기서 위로를 받다보니 절로 앞날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다.
그러나 정작 그 분과 6개월 정도 같이 근무한 후 '될 수만 있다면 나도 벙커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것이 나의 공공연한 소망이 되었다.
그 때 받은 가르침으로 가장 머릿속에 남아있는 것은 '우리가 왜 이 자리에 있는지 한 번 생각해 봅시다'였다. 합의 도중 이말을 듣게되면 며칠쯤 기꺼이(?) 밤샘을 하면서 기록을 다시 검토할 수 밖에 없었다.
요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이유'는 더욱 심각한 화두가 되었다. 젊은 시절에는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것 같아 고민을 했지만, 해야 할 일이 단순했다. 사실 선택할 수 있는 방향도 넓지 않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르고 세상이 복잡해지면서 선택하지 않으면 안될 순간들이 참 많아졌다.
그러나 선택의 기회가 많아진 만큼 선택한 후에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키지 않으면 안될 책임감도 더 많아졌음을 느낀다. 영향력이 생기고 책임이 무거워 질수록, 그 자리를 어떻게, 알마만큼 지키느냐에 따라서 결과에 차이가 나며 그 파급효과 또한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지금 이자리에 있는 이유에 대하여 고민을 아니할 수 없는 것이다.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는 사람은 또한 남의 자리를 넘보지 않는 지혜도 갖추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요즈음 어찌된 일인지 모든 문제를 다 자신이 해결하려 들고, 모든 문제에 자신이 아니면 안된다는 자신감에 차있는 사람들을 본다. 이들을 볼 때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정말 우리들의 자리는 어디쯤일까?
나는 누구이고, 나에게 주어진 일은 무엇이며, 그 일이 왜 나에게 맡겨졌는지, 그리고 지금 이시대가 나를 간절히 필요로 하는지 심각하게 생각해보아야겠다.
-- 황덕남 변호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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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
1999-10-23 | 9340 | ||
1 |
안녕하세요 |
1999-10-23 | 9527 |
12 댓글
동방불패
2001-11-12 07:45:52
동방불패
2001-11-12 07:51:36
하얀모래
2001-11-12 08:05:15
하얀모래
2001-11-12 08:06:40
하얀모래
2001-11-12 08:08:00
하얀모래
2001-11-12 08:08:41
이호수
2001-11-12 09:00:52
이미소
2001-11-12 19:37:27
이미소
2001-11-12 19:38:52
김영미(필사랑)
2001-11-12 22:35:25
김영미(필사랑)
2001-11-12 22:38:31
김영미(필사랑)
2001-11-12 22:41: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