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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월 27일 (일)/제 374회
인기와 PR비
이상호 기자:
자꾸듣다 보면 좋아지게 되는 것이 음악,특히 대중가요의 속성입니다.그래서 신곡이 나오면
음반 제작사들은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방송에 더 나오게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칩니다.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돈을 뿌리거나 향응을 베푼다는 말이 들리기도 하고, 다른한편에서는 홍보비가 없어서 좋은 음악을 알릴 수 없다고 울상짓는 사람도 있습니다.대중음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른바 PR비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영상취재 양성호/영상편집 오수해/AD 강효임
올해로 음악생활 11년째인 가수 시후, 그는 곧 발매될 5집 앨범의 홍보를 위해 지난 연말부터 직접 거리로 나섰습니다. 새 앨범을 들고 방송사를 찾아다닐 여력이 없어서 방송출연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시후/가수:
방법은 이 방법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어요.다른 것보다......직접 만나는게 좋다고 생각을 해서... 날씨가 너무 춥네요.근데 효과라기보다 어차피 방송에서 할 수 없으니까 다른 방법을 한번 해 보는 거죠.
2년전 4집을 냈을때는 그래도 몇차례 이곳저곳 라디오나 TV에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당시에는 그도 홍보비용인 이른바 PR비를 사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시후/가수:
라디오 같은 경우는 제가 활동했을때는 라디오가 보통 100만원 이었거든요.TV가 500정도가 됐고요.
-한번에?
아니..두달이에요.두 달정도를 한 라디오 수당 1주일에 한번씩,아니면 그 일주일에 두 번을 틀어주고 그 다음주는 쉬는 경우도 있고 그렇죠.PR비를 안받는 분도 있지만 또 받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당연한 얘기고요.
최소한으로 줄여도 보통 PR비는 억대를 훌쩍 넘긴다고 말합니다.
-보통 PR비로 최저 예산을 잡았을 때, 라디오 6천,TV6천을 잡아요.케이블,지면 해 가지고 한 1억 5천정도 잡거든요.그게 최소 비용이에요.아주 최소의 비용인데....이게 좀더 업그레이드가 되면 좀 더 되죠.
4집때처럼 홍보를 펼칠 돈도 없지만 더 이상 PR비 관행에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조우진/프로듀서:
노래좋고 잘되면 뭐하냐.(방송에)많이 나와야지..
-어떻게 방법이 있겠지...어때? 믹싱이 괜찮은 거 같아?
하여간 모질게 끝까지 잘 만든 거니까 잘해봐라.
-저 망한 가수가 나와서 안됐으니까, 다 얘기하고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까봐 나는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요.그게 아니라 자신도 다 알고 있는 현실이거든요.근데 자신있게 나와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에요.
얼마전 검찰은 한 가요프로그램의 PD에게 방송에 출연시켜 달라며 1800만원 어치의 향응과 해외여행 등을 제공한 음반 기획사를 적발했습니다.
수사관관계자:
자기들이 이리 저리 이야기하고 다녀서 범죄를 우리가 인지한 거예요.직접 불어서 물어보니 보통 많이 하면 몇 천만원, 그건 적게 받는 거지..원래 비행기표 하고, 외국 호텔비하고 우리는 그런 것을 모두 현금으로 칩니다.
금품을 받았던 가요 프로그램 PD는 실제 음반 PR기간 4개월동안 모두 6차례 이 가수를 출연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막바지 PR기간에는 두차례나 프로그램의 첫머리를 장식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당시 음반판매량이 3만 여장에 불과했던 무명가수가 한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에 그처럼 자주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이런 궁금증은 나머지 공중파 채널 두곳의 가요프로를 조사해본 뒤에는 석연치 않은 의혹으로 다가왔습니다.한 방송사의 경우 4개월 남짓한 PR기간 동안 무려 8번을 출연시켰습니다.남들은 단 한번도 출연이 어렵다는 가요 프로에 무명의 신인가수가 격주 꼴로 출연한 셈입니다.또 다른 방송사의 경우 가요 프로에는 한달에 한번꼴인 4차례 출연하는데 그쳤지만,대신 각종 오락프로에 11차례나 집중적으로 출연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방송 관계자:
와서 얘기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방송을 틀어주신적이 없단 말씀이세요?
와서 얘기하시죠.
B방송 관계자:
우리는 그냥 순수하게 OO씨가 얘기해서 찍어온 것을 틀어준 것밖에 없어요.가수 전혀 몰랐고,부탁을 해서 (그 가수랑)같이 얘기한 거예요.
한 기획사 간부는 소속 가수의 음반 홍보를 위해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고 털어놨습니다.
-많이 썼네..
A기획사 관계자:
5억은 안 썼어요..5억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 3억 썼나? 다른 PR비까지 합해서 한5억 썼겠지..돈(PR비) 쓴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많이 안 써도 되겠지... 그랬어요..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물론 돈을 받지 않는 PD들도 많지만 개중에는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PD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A기획사 관계자:
우리가 방송을 좀 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해당 PD가)"아휴 죽겠다.이번 달 카드값도 많이 나오고.."이러면 (PR비를)줘요..따로 만나서 줘요..
음반 기획사나 매니저가 신곡이 나왔을 때 PR비를 뿌리는 데는 일정한 공식이 있어 보입니다.최종 목적지는 TV이고 그곳에 가기위해 신문과 라디오, 그리고 케이블 음악방송등이 동원되는 형식입니다.스포츠신문은 PR전이 시작되는 격전장입니다.
B기획사 사장:
묶어서 가는 거죠...천씩...천만 원,이천만원,이런 식으로...아예 신문 하나를 잡고 가요...
-잡는다는 게 뭐예요?
아예 그쪽으로만 (그 신문만)파는 거예요.그러면 거의 매일 신문지면에 나와요.거의 매일...
이들이 이른바 잡았다고 하는 신문에 실제 특정 가수의 홍보성 기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전문 시민단체와 함께 조사해봤습니다.해당가수에 대한 톱기사의 수는 다른 신문보다 조금 많았고 특히 처리된 기사의 양, 즉 기사 단수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최고 두 배에 달했습니다.이런 현상은 이 가수의 후속 앨범의 경우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동연/문화개혁 시민연대 사무차장:
일종의 홍보하는 어떤 과정이랄까.그 과정에 있어서 이 스포츠 연예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고,또 이 가수의 인기를 올리는데 있어서 일종의 굳히기 효과를 발휘하고 그거를 이용해서 방송과 연결시키려고 하는 그런 거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TV순위 프로그램의 출연은 라디오에 몇 번이나 출연했는지를 따져서 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때문에 라디오 출연은 바로 TV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인 셈입니다.
C기획사 사장:
제일 먼저 가는 곳이 TV프로그램 PD보다는 라디오 프로그램 PD쪽에 먼저 갑니다.
일단...2~3주 라디오 쪽에 핵심적으로 공략을 하게 됩니다.그렇게 하면 라디오 횟수가 꽉 차고, 그렇게 노출된 음악에 대해 청취자에 대한 반응이 올라올 것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TV에서 (PR비를 받는 명목을)찾아가는 거죠...
라디오 방송 수 집계에는 공중파 3사 라디오뿐 아니라 일반 라디오 방송의 출연 횟수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PR활동의 대상이 됩니다.채널과 프로그램 수가 많기 때문에 라디오의 경우 전문 PR맨까지 동원한다는 게 당사자들의 증언입니다.
C기획사 사장:
이른바 PR비 제공을 위한 전문 매니저가 있습니다.그런 매니저를 통해서 몇 천만 원씩을 주네...억을 주네...이렇게 하면 그 매니저는 자기가 알아서 출연시킬 때 출연시키고, 몇회 출연시키고,나머지 부분에서 요령껏 돈을 떼 가고,집에 생활비 가져다 주고 음반 팔리면 인세받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획사의 한 사장은 촌지를 넣은 양주박스를 직접 돌리면서 대중음악 풍토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D기획사 사장:
(해당)PD들한테 가서 차 키를 달라고 그래요.차를 한참 찾다보니까 2층에 주차가 되어 있더라고요.거기를 쇼핑백 하나를 들고 벽을 타서 기어올라가서 그 좁은 데서 차 문열고 (쇼핑백을)조수석에 놓고 나왔던 적이 있죠.
-음악을 하겠다고 나선 분이신데,심정이 어때요?
진짜 처참하죠...처참하고,꼭 이렇게 음악을 해야 되나...
공중파 TV는 음반 PR의 꽃입니다.공중파 순위 프로그램 출연과 함께 오락 프로그램의 앞뒤에 붙는 뮤직비디오는 이른바 PR저의 승부처 입니다.한 방송사의 경우 로비 대상이 담당 PD선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말도 심심지 않게 나옵니다.
E기획사 사장:
방송 책임자에게 3천만 원을 주니까 그 다음에도 스케줄을 계속 내려 주더라고요.
-방송 스케줄을?
네...오늘은 이리 가서 저거 하고,내일은 저리하고... 그렇게 내려줘요.한달 정도를 (방송스케줄을)주더라고요.
최근 들어 촌지의 형태가 단발성인 현금에서 해당 연예기획사의 주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한 기획사 사장은 귀띔합니다.
C기획사 사장:
이제 점점 엔터테이먼트 업계 쪽으로 창업투자사에서 투자받아서 코스닥 상장하는 음반사들이 많이 올라가고 있잖아요.그러면서 아예 그냥 노골적으로 촌지가 아닌 주식 증여,평생 이제 이걸로 그냥 한방에 가주십시오.(하는 식으로)...
한 중견 예능 PD는 기획사 측과 사실상 동업자 관계라고 시중 자금 관계자가 증언합니다.
시중 자금 관계자:
그쪽 의사결정을 다 한 대요.뭐 넣자,뭐 하자,그런걸 다 결정을 하나 봐요.실제로 편당 할 때도 많이,OOPD님이 나서서 주도를 하고 그랬어요.
요즘 들어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케이블 음악방송,대중 음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PR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면서 광고협찬비등의 명목으로 내놓고 선곡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써야죠.사업자 등록증 있죠?
-네.
-그거 가져오셔서 쓰시면 돼요.
-(들어갈 수 있는)시기가 어느 정도?
-2월달 되어야 합니다.
-네?
-2월달이요?
-그렇게 많이 밀려있어요?
-네...
-몇팀이나 밀려있어요,지금?
-그거까지도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라디오 빼고요.지금 뮤직박스 차트(방송횟수 집계표에)에 잡히는 방송국이 공중파 3사 하구요.케이블 쪽에는 저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거의 1/3을 저희가 가지고 있다는 거죠.횟수를..
연예 기획사들은 최근 내부 협의를 거쳐 케이블 음악 방송의 선곡료 수수행위를 금지 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공들여 음악을 만들어 놓고도 PR비가 없어 음악의 꿈을 접는다는 가수들이 있습니다.PR비 마련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또 음반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그런가 하면,좋은 음악,좋은 방송을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권리 찾기도 음반 연예산업에 투명성이 확보될 때만 가능합니다.
탁현민/대중음악 개혁포럼 간사:
PR비로 인해서 노출되는 방송의 양이,총량이 적다하더라도 만약에 그게 단 하나만 있다고 하더라도,이것은 시민들...음악에 대한 접근권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고,방송사는 좋은 음악을 선별해서 시민들에게 보여줘야하는,또는 들려줘야 하는 권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정당당한 게임의 룰을 지키는것,대중음악계도 예외일순 없습니다.그것이야말로 대다수 올곧은 PD들의 바람이기도 하고,또 방송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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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1월 27일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의 대본입니다.
주 내용은 가수를 라디오나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서 기획사 측에서 홍보비 명목으로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까지 피디들에게 일명 PR비를 바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몇달전 모 가요프로그램의 피디가 신인가수측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피디직을 사퇴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피디들이 PR비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가지고도 홍보비가 없어 가수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피디들이 홍보비를 받는것이 사실이라면,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순위도 홍보비에 따라 1위까지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입니다.
이런 현실은 잘못된 것입니다.
음악팬의 권리로, 또 시청자의 권리로 이 사건을 제대로 알고, 또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현재 검찰 측에서는 계속 조사 중이고, 피디들은 성명서를 통해 홍보비를 받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줬다는 사람은 많은데 받았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입니다.
이번 사건은 연제협과는 달리 크게 이목을 끌지 못하고 그저 흩어질 수 도 있습니다.(연제협사건도 크게 결론본것은없지만)
여러분의 관심만이 이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여기,음악팬이자,또한 시청자인 여러분께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수들도,피디들의 이른바 PR비 요구로 휘둘릴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대중음악판바꾸기위원회
http://daebawe.org
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인기와 PR비
이상호 기자:
자꾸듣다 보면 좋아지게 되는 것이 음악,특히 대중가요의 속성입니다.그래서 신곡이 나오면
음반 제작사들은 어떻게든 한번이라도 방송에 더 나오게 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칩니다.이 과정에서 프로그램 담당자에게 돈을 뿌리거나 향응을 베푼다는 말이 들리기도 하고, 다른한편에서는 홍보비가 없어서 좋은 음악을 알릴 수 없다고 울상짓는 사람도 있습니다.대중음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이른바 PR비의 실체를 취재했습니다.
영상취재 양성호/영상편집 오수해/AD 강효임
올해로 음악생활 11년째인 가수 시후, 그는 곧 발매될 5집 앨범의 홍보를 위해 지난 연말부터 직접 거리로 나섰습니다. 새 앨범을 들고 방송사를 찾아다닐 여력이 없어서 방송출연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입니다.
시후/가수:
방법은 이 방법이 가장 낫다고 생각했어요.다른 것보다......직접 만나는게 좋다고 생각을 해서... 날씨가 너무 춥네요.근데 효과라기보다 어차피 방송에서 할 수 없으니까 다른 방법을 한번 해 보는 거죠.
2년전 4집을 냈을때는 그래도 몇차례 이곳저곳 라디오나 TV에 출연한 적이 있었습니다.당시에는 그도 홍보비용인 이른바 PR비를 사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시후/가수:
라디오 같은 경우는 제가 활동했을때는 라디오가 보통 100만원 이었거든요.TV가 500정도가 됐고요.
-한번에?
아니..두달이에요.두 달정도를 한 라디오 수당 1주일에 한번씩,아니면 그 일주일에 두 번을 틀어주고 그 다음주는 쉬는 경우도 있고 그렇죠.PR비를 안받는 분도 있지만 또 받는 분들이 있다는 것도 당연한 얘기고요.
최소한으로 줄여도 보통 PR비는 억대를 훌쩍 넘긴다고 말합니다.
-보통 PR비로 최저 예산을 잡았을 때, 라디오 6천,TV6천을 잡아요.케이블,지면 해 가지고 한 1억 5천정도 잡거든요.그게 최소 비용이에요.아주 최소의 비용인데....이게 좀더 업그레이드가 되면 좀 더 되죠.
4집때처럼 홍보를 펼칠 돈도 없지만 더 이상 PR비 관행에 타협하고 싶지 않다고 말합니다.
조우진/프로듀서:
노래좋고 잘되면 뭐하냐.(방송에)많이 나와야지..
-어떻게 방법이 있겠지...어때? 믹싱이 괜찮은 거 같아?
하여간 모질게 끝까지 잘 만든 거니까 잘해봐라.
-저 망한 가수가 나와서 안됐으니까, 다 얘기하고 들어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까봐 나는 그게 제일 마음이 아파요.그게 아니라 자신도 다 알고 있는 현실이거든요.근데 자신있게 나와서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얘기에요.
얼마전 검찰은 한 가요프로그램의 PD에게 방송에 출연시켜 달라며 1800만원 어치의 향응과 해외여행 등을 제공한 음반 기획사를 적발했습니다.
수사관관계자:
자기들이 이리 저리 이야기하고 다녀서 범죄를 우리가 인지한 거예요.직접 불어서 물어보니 보통 많이 하면 몇 천만원, 그건 적게 받는 거지..원래 비행기표 하고, 외국 호텔비하고 우리는 그런 것을 모두 현금으로 칩니다.
금품을 받았던 가요 프로그램 PD는 실제 음반 PR기간 4개월동안 모두 6차례 이 가수를 출연시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막바지 PR기간에는 두차례나 프로그램의 첫머리를 장식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당시 음반판매량이 3만 여장에 불과했던 무명가수가 한 방송사의 가요프로그램에 그처럼 자주 오를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이었을까.이런 궁금증은 나머지 공중파 채널 두곳의 가요프로를 조사해본 뒤에는 석연치 않은 의혹으로 다가왔습니다.한 방송사의 경우 4개월 남짓한 PR기간 동안 무려 8번을 출연시켰습니다.남들은 단 한번도 출연이 어렵다는 가요 프로에 무명의 신인가수가 격주 꼴로 출연한 셈입니다.또 다른 방송사의 경우 가요 프로에는 한달에 한번꼴인 4차례 출연하는데 그쳤지만,대신 각종 오락프로에 11차례나 집중적으로 출연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A방송 관계자:
와서 얘기하시는게 좋을 것 같은데요.
-방송을 틀어주신적이 없단 말씀이세요?
와서 얘기하시죠.
B방송 관계자:
우리는 그냥 순수하게 OO씨가 얘기해서 찍어온 것을 틀어준 것밖에 없어요.가수 전혀 몰랐고,부탁을 해서 (그 가수랑)같이 얘기한 거예요.
한 기획사 간부는 소속 가수의 음반 홍보를 위해 당초 예상했던 것 이상의 돈이 들어갔다고 털어놨습니다.
-많이 썼네..
A기획사 관계자:
5억은 안 썼어요..5억 정도까지는 아니고 한 3억 썼나? 다른 PR비까지 합해서 한5억 썼겠지..돈(PR비) 쓴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많이 안 써도 되겠지... 그랬어요..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물론 돈을 받지 않는 PD들도 많지만 개중에는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PD도 있었다고 말합니다.
A기획사 관계자:
우리가 방송을 좀 해달라고 하고 있는데, (해당 PD가)"아휴 죽겠다.이번 달 카드값도 많이 나오고.."이러면 (PR비를)줘요..따로 만나서 줘요..
음반 기획사나 매니저가 신곡이 나왔을 때 PR비를 뿌리는 데는 일정한 공식이 있어 보입니다.최종 목적지는 TV이고 그곳에 가기위해 신문과 라디오, 그리고 케이블 음악방송등이 동원되는 형식입니다.스포츠신문은 PR전이 시작되는 격전장입니다.
B기획사 사장:
묶어서 가는 거죠...천씩...천만 원,이천만원,이런 식으로...아예 신문 하나를 잡고 가요...
-잡는다는 게 뭐예요?
아예 그쪽으로만 (그 신문만)파는 거예요.그러면 거의 매일 신문지면에 나와요.거의 매일...
이들이 이른바 잡았다고 하는 신문에 실제 특정 가수의 홍보성 기사가 얼마나 반영됐는지를 전문 시민단체와 함께 조사해봤습니다.해당가수에 대한 톱기사의 수는 다른 신문보다 조금 많았고 특히 처리된 기사의 양, 즉 기사 단수는 다른 경쟁사에 비해 최고 두 배에 달했습니다.이런 현상은 이 가수의 후속 앨범의 경우에도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이동연/문화개혁 시민연대 사무차장:
일종의 홍보하는 어떤 과정이랄까.그 과정에 있어서 이 스포츠 연예지가 차지하는 역할은 굉장히 중요하고,또 이 가수의 인기를 올리는데 있어서 일종의 굳히기 효과를 발휘하고 그거를 이용해서 방송과 연결시키려고 하는 그런 거가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TV순위 프로그램의 출연은 라디오에 몇 번이나 출연했는지를 따져서 결정되는 것이 보통입니다. 때문에 라디오 출연은 바로 TV로 건너가기 위한 다리인 셈입니다.
C기획사 사장:
제일 먼저 가는 곳이 TV프로그램 PD보다는 라디오 프로그램 PD쪽에 먼저 갑니다.
일단...2~3주 라디오 쪽에 핵심적으로 공략을 하게 됩니다.그렇게 하면 라디오 횟수가 꽉 차고, 그렇게 노출된 음악에 대해 청취자에 대한 반응이 올라올 것 아닙니까? 그걸 가지고 TV에서 (PR비를 받는 명목을)찾아가는 거죠...
라디오 방송 수 집계에는 공중파 3사 라디오뿐 아니라 일반 라디오 방송의 출연 횟수까지 포함되기 때문에 이들 모두가 PR활동의 대상이 됩니다.채널과 프로그램 수가 많기 때문에 라디오의 경우 전문 PR맨까지 동원한다는 게 당사자들의 증언입니다.
C기획사 사장:
이른바 PR비 제공을 위한 전문 매니저가 있습니다.그런 매니저를 통해서 몇 천만 원씩을 주네...억을 주네...이렇게 하면 그 매니저는 자기가 알아서 출연시킬 때 출연시키고, 몇회 출연시키고,나머지 부분에서 요령껏 돈을 떼 가고,집에 생활비 가져다 주고 음반 팔리면 인세받고...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기획사의 한 사장은 촌지를 넣은 양주박스를 직접 돌리면서 대중음악 풍토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고 말합니다.
D기획사 사장:
(해당)PD들한테 가서 차 키를 달라고 그래요.차를 한참 찾다보니까 2층에 주차가 되어 있더라고요.거기를 쇼핑백 하나를 들고 벽을 타서 기어올라가서 그 좁은 데서 차 문열고 (쇼핑백을)조수석에 놓고 나왔던 적이 있죠.
-음악을 하겠다고 나선 분이신데,심정이 어때요?
진짜 처참하죠...처참하고,꼭 이렇게 음악을 해야 되나...
공중파 TV는 음반 PR의 꽃입니다.공중파 순위 프로그램 출연과 함께 오락 프로그램의 앞뒤에 붙는 뮤직비디오는 이른바 PR저의 승부처 입니다.한 방송사의 경우 로비 대상이 담당 PD선 이상으로 올라간다는 말도 심심지 않게 나옵니다.
E기획사 사장:
방송 책임자에게 3천만 원을 주니까 그 다음에도 스케줄을 계속 내려 주더라고요.
-방송 스케줄을?
네...오늘은 이리 가서 저거 하고,내일은 저리하고... 그렇게 내려줘요.한달 정도를 (방송스케줄을)주더라고요.
최근 들어 촌지의 형태가 단발성인 현금에서 해당 연예기획사의 주식으로 바뀌는 추세라고 한 기획사 사장은 귀띔합니다.
C기획사 사장:
이제 점점 엔터테이먼트 업계 쪽으로 창업투자사에서 투자받아서 코스닥 상장하는 음반사들이 많이 올라가고 있잖아요.그러면서 아예 그냥 노골적으로 촌지가 아닌 주식 증여,평생 이제 이걸로 그냥 한방에 가주십시오.(하는 식으로)...
한 중견 예능 PD는 기획사 측과 사실상 동업자 관계라고 시중 자금 관계자가 증언합니다.
시중 자금 관계자:
그쪽 의사결정을 다 한 대요.뭐 넣자,뭐 하자,그런걸 다 결정을 하나 봐요.실제로 편당 할 때도 많이,OOPD님이 나서서 주도를 하고 그랬어요.
요즘 들어 새로운 매체로 각광받고 있는 케이블 음악방송,대중 음악 발전에 기여할 것이라는 당초 기대와는 달리 PR비 경쟁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뮤직 비디오를 틀어주면서 광고협찬비등의 명목으로 내놓고 선곡료를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써야죠.사업자 등록증 있죠?
-네.
-그거 가져오셔서 쓰시면 돼요.
-(들어갈 수 있는)시기가 어느 정도?
-2월달 되어야 합니다.
-네?
-2월달이요?
-그렇게 많이 밀려있어요?
-네...
-몇팀이나 밀려있어요,지금?
-그거까지도 제가 말씀드리기 어렵고요.
-라디오 빼고요.지금 뮤직박스 차트(방송횟수 집계표에)에 잡히는 방송국이 공중파 3사 하구요.케이블 쪽에는 저희밖에 없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거의 1/3을 저희가 가지고 있다는 거죠.횟수를..
연예 기획사들은 최근 내부 협의를 거쳐 케이블 음악 방송의 선곡료 수수행위를 금지 해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공들여 음악을 만들어 놓고도 PR비가 없어 음악의 꿈을 접는다는 가수들이 있습니다.PR비 마련을 위해 비자금을 조성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또 음반산업 발전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그런가 하면,좋은 음악,좋은 방송을 듣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권리 찾기도 음반 연예산업에 투명성이 확보될 때만 가능합니다.
탁현민/대중음악 개혁포럼 간사:
PR비로 인해서 노출되는 방송의 양이,총량이 적다하더라도 만약에 그게 단 하나만 있다고 하더라도,이것은 시민들...음악에 대한 접근권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고,방송사는 좋은 음악을 선별해서 시민들에게 보여줘야하는,또는 들려줘야 하는 권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정당당한 게임의 룰을 지키는것,대중음악계도 예외일순 없습니다.그것이야말로 대다수 올곧은 PD들의 바람이기도 하고,또 방송이 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이유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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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1월 27일 방영된 시사매거진 2580의 대본입니다.
주 내용은 가수를 라디오나 가요 프로그램에 출연시키기 위해서 기획사 측에서 홍보비 명목으로 적게는 몇백만원에서 많게는 몇억원까지 피디들에게 일명 PR비를 바친다는 내용입니다.
실제로 몇달전 모 가요프로그램의 피디가 신인가수측에게 돈을 받은 혐의로 피디직을 사퇴한 적이 있었습니다.
물론 모든 피디들이 PR비를 받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좋은 음악을 가지고도 홍보비가 없어 가수활동을 하지 못한다는 가수가 존재한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또한 피디들이 홍보비를 받는것이 사실이라면, 가요 순위 프로그램의 순위도 홍보비에 따라 1위까지 변동이 생길 수도 있는 것 입니다.
이런 현실은 잘못된 것입니다.
음악팬의 권리로, 또 시청자의 권리로 이 사건을 제대로 알고, 또 권리를 주장해야 합니다.
현재 검찰 측에서는 계속 조사 중이고, 피디들은 성명서를 통해 홍보비를 받은 사실을 완강히 부인하고 있습니다.
줬다는 사람은 많은데 받았다는 사람이 없다는 것 입니다.
이번 사건은 연제협과는 달리 크게 이목을 끌지 못하고 그저 흩어질 수 도 있습니다.(연제협사건도 크게 결론본것은없지만)
여러분의 관심만이 이런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는데 큰 역할을 합니다.
여기,음악팬이자,또한 시청자인 여러분께 이 사건에 대한 관심을 바랍니다.
여러분의 가수들도,피디들의 이른바 PR비 요구로 휘둘릴 수 있음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더욱 자세한 내용을 알고 싶으신 분은 대중음악판바꾸기위원회
http://daebawe.org
를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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