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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이야기 " 매니저가 되다"
스타메이커, 스타제조기, 매니저계의 신화, 마이더스의 손. 이 모두가 나를 따라다니는 과분한 수식어들이다. 그런 나에게 사람들은 매니저의
길이나 캐스팅 방법, 스타가 되는 과정 등을 궁금해 하며 많은 질문을 해온다. 이 많은 질문에 한가지 확실한 정답은 없지만 내가 지금껏
걸어온 길을 돌이켜본다면 어느 정도 답이 될 거라는 생각에 보잘것없는 지난 시절을 공개하려 한다.
남들처럼 정상적으로 고등학교까지 마친 나는 색다른 호기심에 연극영화과를 지원했다. 운좋게도(?) 대학에 무사히
진학한 뒤로는 연극이란 또 다른 세상에 푹 빠졌다. 모든 것을 벗고 순수로 돌아간 느낌. 연극을 해 본 사람이라면 분명 그 매력에 공감할
것이다. 그러나 1학년 시절 세 편의 연극을 하는 동안 난 또다른 길을 준비해야 했다. 발음이 안좋으니 연기보단 다른 분야를 택하라는 교수님의
충고 때문이었다.
2학년때부터는 기획사 일을 하는 선배사무실에 나갔다. 처음 접해 보는 일이라 모든 것이 신기해 보였지만 진지하게
하나하나 배워갔다. 마침 올림픽이 열리던 해라 어느 때보다 이벤트 기회도 많아 기획서를 만들어 대기업을 상대로 실전감각을 익혔다.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졸업 무렵 회사를 차렸지만 결과는 허망했다. 어린 나이에 많을 걸 느낀 소중한 시간이었다.
음반 일에 관심이 많던 나는 무턱대고 당대 최고의 스타였던 조용필씨의
사무실 '필기획'을 찾아갔다. 아무래도 이쪽 일을 배울 바에야 가장 많은 걸 얻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그러나 아무 인연도 없이 당장 일을
시작할 순 없었다. 그동안 경험에서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느꼈던 나는 인내와 끈기 작전으로 나섰다. 사무실 대표였던 조영일 실장(조용필씨
친형)에게 석 달이 넘게 안부전화를 했을 정도다. 3개월 후 "근성이 맘에 든다"는 조실장의 허락이 떨어졌다.
꿈에 그리던 톱스타 사무실로의 입성. 그러나 내겐 크게 달라질 것도 없었다. 조용필
선배에게는 '삼촌'이라 부르며 편하게 다가갔다. 남들처럼 스타들의 외적인 것에 집착해 일부러 잘보이려 하는 것이 싫어서였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비해 스타들은 사람들의 정이나 관심에 메말라 있는 편이다. 그런 스타들의 이면을 빨리 파악한 것도 내겐 행운이었다.
그러던 중 기회가 왔다. 조용필 선배가 일본공연
수행매니저로 나를 지목한 것이다. 갓 들어온 말단 매니저로선 뜻밖의 영광이었다. 난 그럴수록 좋은 기회를 잘 살려야 한다는 생각 뿐이었다.
일본 출장기간 동안 나는 '그만 좀 쳐다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조용필
선배의 몸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았다. 줄담배를 피우시는 분이라 내 양복주머니에 항상 담배와 재떨이를 준비했는데 그 모습에 작은 감동을
느끼셨다고 한다. 공연이 끝난 밤에는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선배의 인간적인 모습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었다. 아침에는 먼저 일어나서 녹차를
준비하고 안마까지 해드렸고 저녁엔 선배의 속옷을 빨아 널며 정성을 다했다. 내 스스로가 그렇게 하지 않으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어느
날인가 선배의 공연모습을 보며 '저런 분의 심부름을 하고 있는 내가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후엔 선배가 날 대하는 것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타와 매니저 사이는 믿음이 없으면 결코 맺어질 수 없다는 걸 느꼈다. 마음을 열고 서로에 대한 신뢰와 애정을
가지면 일도 저절로 되는 것이다. 이해관계를 둘러싼 갈등 같은 데선 결코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때 느꼈던 생각들은 지금에도 변함이
없으며 지금의 나를 있게 해 준 커다란 깨달음이었다.
[ 출처 : http://www.star.co.kr/sidus/academy/calum_jung_01.as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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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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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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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댓글
손님!
2002-05-26 22:25:48
신영혜
2002-05-26 23:46:53
이영미
2002-05-27 07:25:53
신영혜
2002-05-27 19: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