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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글> 아니, 이곳에 조용필이?

필매냐, 2002-10-11 07:5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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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 문화

  

강 진 구


크리스천문화커뮤니케이션 연구소장,
한동대 교수, 영화평론가

  

한 지방의 소도시 번화가를 걷다가 발견한 일이다. 번화가라고는 하지만 소도시의 경우 기껏해야 1-2백미터 가량의 대로변 양쪽에 상점과 음식점, 주점들이 늘어선 모양을 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한 나이트클럽 앞에 내건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조영필, 드디어 전격 출연!”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화의 시대가 왔다”고 늘 외치는 나로서도 놀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아니, 이런 작은 도시까지 그 유명한 조용필이 공연을 하러 온단 말인가!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조용필의 공연이 늘 매진되어왔던 것을 본 필자로서는 이제는 서울이나 부산 같은 대도시뿐 아니라 작은 도시까지 조용필을 초청할 만큼 경제적 문화적 수준이 향상되었구나 하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 몇 걸음을 더 걷다보니 이번에는 또 다른 현수막이 나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조용남, 주말 출연 보장!”



아니 이번에는 조영남까지? 이때부터 생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이 사람들이 유명가수라고는 하지만, 10대 중심의 가요판도에서 밀려나 돈이 궁해지니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하는 별별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중요한 것을 생각하고 기도하기에도 바쁜 세상에 이런 것 가지고 고민할 수는 없는 일이라 그냥 지나치고 말았지만, 그 실체는 곧 밝혀지고 말았다. 내가 이름을 잘못 본 것이다. 조영필은 조용필이 아니었고, 조용남 역시 조영남이 아니었다. 이름하여 모창가수들. 유명한 대형가수 흉내를 내는 사람들로서 이름까지 유사하게 모방하여 관심을 끌려는 전략에서 생겨난 이름이었다. 모창가수의 존재를 모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문화 전문가마저도 잠시 속일 수 있을 만큼 그 이름 짓는 아이디어가 매우 재치 있음은 물론이다.



그날 저녁 나는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차 안 라디오에서 가수 배철수가 아닌 비슷한 이름의 배칠수가 똑같은 목소리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들었고, 광고를 통해 유명해진 탤런트 김정은이 주연한다는 영화 ‘재밌는 영화’에 대한 소개도 들었다. 이 영화는 이미 개봉된 28편의 한국 영화 가운데 유명한 장면을 패러디해서 재구성한 영화다. 가히 패러디 세상이 온 것이다.



패러디(parody)의 사전적 정의는 저명한 작가의 시(詩)의 문체나 운율(韻律)을 모방하여 그것을 풍자적 또는 조롱삼아 꾸민 익살스러운 시문(詩文)을 말한다. 여기에는 권위 있고 인기있는 대상이나 작품에 다소 변화를 줌으로써 풍자의 효과를 노리는 문학의 한 부류로 인정받는 측면이 있는가 하면, 창조성이 결여된 상태로 즉흥적 효과와 상업성을 노리는 삼류문화라는 불명예가 함께 붙어 다니고 있다.



패러디에 창조성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는 이 글에서는 논외의 대상이다. 패러디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해 아래 새로운 것이 어디 있겠는가”라는 성서의 문구를 또다시 원용한다면 막상 할 말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러디 문화를 만드는 자세가 창조 정신을 기반으로 하지 않을 때 그것은 한낱 속물적이며 수고 없이 열매를 맛보려는 것에 다를 바 없어 보인다. 특히 패러디가 오리지널을 능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것은 항상 빚진 자로서의 삶을 살 수밖에 없으며 문화의 발전에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사실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패러디가 가지고 있는 풍자의 성격은 여전히 패러디의 가치를 인정하게 만드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세르반테스의 명작 ‘돈키호테’가 중세의 거들먹거리기 좋아하고 계급에 따라 사람을 평가하는 신분 사회에 대한 풍자와 조롱을 담은 패러디 문학이라는 사실은 이를 증명한다. 또한 힘없고 소외받는 사람이 주류 사회에 대항하는 이유 있는 항거의 수단이며 심리적으로는 카타르시스 효과를 제공하는 데 그 효용성을 인정받으면서 패러디가 존재해왔다는 사실은 오늘날 유행하는 패러디를 살펴본다는 것이 곧 우리 사회를 이해하는 중요한 척도라는 사실을 의미하기도 한다.



우리가 귀기울이면 곧잘 들을 수 있는 패러디란 곧 오늘날 우리 사회의 모순과 불만에 대한 시대의 외침일 수 있는 것이다. “열나게 연체한 당신, 떠나라”(H카드). “내게 겁을 주는 나의 ** 카드야”(L카드). “빚으로 사세요”(B카드). “아, 죽고싶다. 같이 메꾸실래요. **카드”(K카드). “내 남편이에요, 능력 없는 놈이죠”(S카드).



최근 우리는 카드빚 때문에 자살과 살인을 하고 온 집안이 풍비박산 나는 사건들을 접해오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떤 정책적 대안이 나오고 있지 않은 현실 속에서 카드광고를 흉내낸 패러디는 현실의 모순과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는 약자의 메가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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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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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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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준 1999-10-23 9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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