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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 쓰려고 했는데 워낙 연말에 이것저것 있어서 이제서야 쓰게 되네요 ^^. 필님과의 만남 후기 올립니다. 만남의 날 행사자체에 대한 자세한 후기는 여러 번 올라갔으므로 전 "뒷얘기"들을 중심으로 쓰죠. 걍 회고하는 형태이므로 반말로 나갑니당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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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예술의 전당 공연때... 그 당시에는 '팬클럽 운영진 연합'의 모습을 하고 있던 필21에서 필님과 팬들과의 만남을 ypc기획사에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돌아온 답은 "필님이 공연때문에 좀 바쁘신 관계로 좀 무리다... 내년에 해 보자." 우리가 막무가내로 때쓸 입장이 아니였다. 결국 아쉽지만 2002년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1월 초... 서정주님이 다시 한번 YPC기획사측에 제안을 했고 블루시나스님이 행사프로그램 초안을 작성해 YPC기획사에 제출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그렇게 오랫동안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필님과의 만남이 확정되었다. 만남의 날은 12월 22일.. 그러면 겨우 5주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였다. 급히 필21 운영진 모임이 있었다. 서울 어딘가의 중국집에 모인 우리들은 탕수육, 자장면, 잡채등 시켜놓고 행사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소주, 맥주도 있었다 ㅋㅋㅋ) 팬클 소개, 선물 증정, 사회 볼 사람, 추첨해서 당첨된 사람은 필님과 사진 찍기, 필21 제1차 정기모임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물론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필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이였다. (마치 TV의 토크쇼처럼) 우리가 준비한 질문을 필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가기로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내가 그걸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좌석배치를 얘기하다가 나는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필님과의 토크를 진행하는 호스트는 필님과 단 둘이 앉게 된다는 것을... 허거거.. 무자게 좋았고 떨렸다. ㅋㅋㅋ
일단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는 쳤다. 뭐 대본도 미리 다 짜여있는 거구 그게 힘들까? 아니야.. 걍 하면 되지 머. 이렇게 내 자신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굉장히 중대한 위치였다. 물론 필님이 계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겠지만, 내가 너무 재미없게 진행하면 필님이 지루해 하실 수도 있고, 또 너무 오버해서도 재미있게 해 보려구 해도 안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그리 긴장되지 않았다. 대학시절에 밴드에서 guitar를 연주하며 무대에 수 없이 서 본 경험이 있었기에 머 그정도쯤이야 하고 내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12월 22일은 성큼성큼 다가왔고 어느새 겨우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필님과 단 둘이 앞에 앉게 되다니... 이미 한달 동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믿겨지지가 않았다. 최종 확인을 위한 필21 운영진 모임이 있었다. 여기서 난 중대한(?) 제안을 했다. 프로그램 중 약간 코믹한 순서를 위해 내가 구상한 게 있다... 내가 작년 대구 공연때 있었던 일의 자료화면을 필님께 보여드리고 맥주를 한잔 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작년 대구공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해 드리면... 작년 5월에 있었던 대구공연에 가지고 갈 플랭카드의 문구를 구상하던 중 '조용필형 화이팅'과 같은, 약간 "뻔한" 문구를 벗어나 조금 기발한 걸 하나 생각해 냈다. 바로 "조용필형, 저랑 맥주 한잔해요" ㅋㅋㅋ. 그건 바로 내 꿈이였다. 필님께서 따라 주신 맥주 한잔 받아마시는 거.. ㅋㅋㅋ. 그런데 그 대구 공연에서 필님은 나의 그 '유치한' 플랭카드를 보시고 대꾸를 해 주셨다. "맥주 한잔 하자구요? 좋습니다" <-- 이렇게, 헤헤헤. 이 장면이 TV로도 중계되었고... 물론 내가 그 응답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그걸 가지고 만남의 장소에서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동시에 내 꿈★도 이루보기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로 작정했다.
이 나의 제안은 필21 운영진 모임에서 재미있을 거라고 동의를 받았고 결국 행사 프로그램에 포함 ^^ 맥주 병과 잔을 테이블 밑에 숨기고 있다가 주섬주섬 꺼내서 술을 받아 마신 뒤에 오징어 안주를 꺼내는 코믹한 순간을 연출하기로 했다.
하루 전 12월 21일 밤. 잠이 오질 않았다. 3년이 넘게 미지의 세계를 운영했지만 필님을 제대로 뵙거나 인사드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다니, 그것도 바로 옆에 앉게 되는 영광을 누리다니 너무 기뻤고 또 내가 재미있게 진행을 할까 하는 걱정도 따랐다. 결국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드디어 12월 22일. 아침부터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미리 옷도 입어보고, 그날 필요한 준비물들 점검해 보구... 머 이러다 보니 벌써 오후 3시... 팔레스 호텔에 갔다. 이미 많은 분들이 나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블루시나스님이 쓰신 대본을 읽으며 질문 하나하나마다 어떤 식으로 재미있게 필님께 여쭈어 볼지를 생각했다.
시간은 금방 4시, 5시, 6시.. 이렇게 흘러 갔다. 점점 나는 긴장이 됐고, 그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던 부페도 먹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내 평생 이렇게 긴장해 보긴 처음이였다. 심장이 얼마나 뛰던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리왔다 저리왔다.. 안절부절... ㅋㅋㅋ
6시 45분경.. 작은천국의 최종근님, 이터널리부회장 황규영님, 나, 이렇게 세명은 곧 도착하실 필님을 영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오는 차마다 벤츠인가 확인하기 바빴고…ㅋㅋㅋ 필님은 정확히 7시에 도착하셨다. 벤츠가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오며 속도를 낮추는 그 짧은 30초 정도…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드디어 차 문이 열리는 순간… TV에서만 봐 왔던 그 장면… 필님이 바로 내 앞에서 차에서 내리시고 있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ㅋㅋㅋ. 그런데 감기에 걸리셔서 조금 힘드신 모습이어서 안타까웠다.
우리 셋은 실은 필님이 도착하시면 각자 소개하고 인사 드리기로 했었는데 아무도 입을 못 열었다. 필님이 궁전홀을 향해 걸어가실 때 나는 뒤만 쫄쫄 따라갔다. 그러다 계단을 내려갈 때 용기를 내서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조용필님, 저는 미지의 세계를 운영하는 박상준입니다” 라고… 그러자 필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니가 박상준이야?”라고... ㅋㅋㅋ.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어찌나 정겹던지… 오히려 “박상준씨 안녕하세요” 하고 형식을 따지는 말투이셨다면 서운했을 것이다. 오, 필님이 나를 알고 계셨구나, T.T <-- 감격의 눈물…
궁전홀 입장… 수 많은 팬들이 꽃가루를 필님께 뿌렸고 나는 길 헤치고 나가느라 바빴다 ^^. 무대 위에 올라가 필님과 단 둘이 앞에 앉으니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 전에 수 없이 읽었던 프로그램 순서를 다 까먹어버려 일단 무대에 올라간 뒤에 뭘 해야하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ㅋㅋㅋ.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실은 여기서 난 중대한 실수를 하는데… 케익 절단식이 있었는데 당연히 필님께 ‘케익 자르러 내려가시죠’ 해야 하는데 난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저 케익 좀 자르고 올게요.’ 푸하하하하… 아무 영문도 모르시는 불쌍한(?) 필님은 '응.. 그래 어서 다녀와' 하시고.. ㅋㅋㅋ. 무대를 나 혼자 내려가다가 중간에 나의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다. ㅋㅋㅋ 다시 올라가 필님 모시고 내려와 케익을 자른 후 다시 좌석에 앉고…
너무 긴장이 돼 마이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여기 앉아있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저 지금 너무 떨려요” 그런데 그때 팬들이 웃기 시작했다. 순간 왠가 했는데 곧 알게 됐다. 필님이 긴장 풀라는 듯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시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긴장돼서 누가 내 등 두드리는 것도 몰랐던 것이었다. 팬들이 웃는 것을 먼저 깨달았었다.
그런데 거짓말 같지만 필님이 그렇게 해 주시니까 점점 마음이 가라앉았다. 필님이 내가 긴장해서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뵌 적이 없었는데… 바로 옆에 1시간 20분 동안 앉아서 느낀 점을 얘기하자면… 물론 준비된 대본에 “젊어 보이신다.. 비결이 뭐냐” 하고 묻는 부분이 있었지만… 진짜 젊어 보이셨다. 피부도 탱탱하고 뽀샤시 했다. 나중에 행사 끝내고 악수할 때 깨달았지만 손도 참 고우시다. 그 동안 수없이 ‘필님 손은 너무 부드럽다’ 하는 말은 들어왔지만 설마 했는데… 이건 진짜다. ^^
필님이 대답을 너무 잘해주셔서 나는 진행이 너무 쉬웠다. 진짜 음악얘기만 나오면 너무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았다. 덕택에 대본에 준비되지 않았던 것들도 여러가지 여쭈어 볼 수 있었다. ‘생명’의 마지막 부분에서 쓰러지시는 연출에 관해서… 뮤지컬에 관해서… 등등.
하지만 필님이 감기 걸리셨다는 것이 프로그램 진행 내내 마음에 걸렸다. 생각 같아선 밤새 “가둬두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프시다는 데 우리 욕심만 채울 수도 없었다. 가끔 마이크에서 입 때고 조용히 내가 ‘몸 괜찮으세요?’ 하고 물으면 ‘괜찮아’ 하고 끄떡끄떡 해 주시긴 했지만… 기침도 하셨고 목도 확실히 잠기셨고…
설문조사 항목들을 볼 땐 참 재치있게 대답해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필님이 얄미웠을 때’란 농담적인 조사내용에 대한 답의 1위가 ‘올해 대구공연에서 결혼반지 끼고 오셨을 때’라고 나오자 ‘그런 줄 알았으면 오늘도 끼고 올 걸 그랬네’ 하고 짓궂은 답을 해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설문조사 끝나고 드디어 나의 꿈★을 이룰 시간.. ㅋㅋㅋ.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필님께 보여드렸다. 동영상은 작년 대구공연에서 필님이 직접 ‘맥주 한잔 하자구요? 좋습니다’ 하시는 부분.. ^^. 그걸 보여드리고 제가 ‘믿기지 않겠지만 저 플랭카드를 들고 있던 게 접니다.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 하며 맥주병을 꺼내자 필님이 흔쾌히 허락하신다. 내가 두 손으로 잔을 들자 필님이 맥주를 따라 주시고… 나의 꿈★은 이루어졌다, 푸하하하.
계속 했으면 했지만 몸도 아프신데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1시간 20분 동안 빨리빨리 진행해서 준비된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다 할 수 있었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 안타깝게도 프로그램에서 빠진 것이 두 가지 있었다. 그것들은 3명 추첨해서 필님과 개인사진 찍기와 또 다른 3명 추첨해서 필님 싸인 받기… 6명 추첨, 앞에 나오기, 포즈 취하기 등등 하는 데 적어도 10분 이상이 소요될 거 같아 슬프지만 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인사하고 일어나실 때 악수를 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이제 언제나 이런 자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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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1시간20분 동안 참석해 주신 필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저를 진행자로 밀어주신 필21 운영자분들께도 감사 드리구요. 그 “가문의 영광”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평생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 참석해 주신 많은 팬들, 오시고는 싶었지만 여건상 마음만으로 함께 하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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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예술의 전당 공연때... 그 당시에는 '팬클럽 운영진 연합'의 모습을 하고 있던 필21에서 필님과 팬들과의 만남을 ypc기획사에 제안했다. 하지만 당시 돌아온 답은 "필님이 공연때문에 좀 바쁘신 관계로 좀 무리다... 내년에 해 보자." 우리가 막무가내로 때쓸 입장이 아니였다. 결국 아쉽지만 2002년을 기대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1월 초... 서정주님이 다시 한번 YPC기획사측에 제안을 했고 블루시나스님이 행사프로그램 초안을 작성해 YPC기획사에 제출했다. 그로부터 약 2주 후 그렇게 오랫동안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필님과의 만남이 확정되었다. 만남의 날은 12월 22일.. 그러면 겨우 5주정도밖에 남지 않은 시간이였다. 급히 필21 운영진 모임이 있었다. 서울 어딘가의 중국집에 모인 우리들은 탕수육, 자장면, 잡채등 시켜놓고 행사 프로그램을 구성하기 시작했다. (물론 소주, 맥주도 있었다 ㅋㅋㅋ) 팬클 소개, 선물 증정, 사회 볼 사람, 추첨해서 당첨된 사람은 필님과 사진 찍기, 필21 제1차 정기모임 등등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물론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필님이 말씀하시는 부분이였다. (마치 TV의 토크쇼처럼) 우리가 준비한 질문을 필님이 답하는 형식으로 가기로 했는데 어찌어찌 하다가 내가 그걸 진행하게 됐다. 그런데 좌석배치를 얘기하다가 나는 중대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필님과의 토크를 진행하는 호스트는 필님과 단 둘이 앉게 된다는 것을... 허거거.. 무자게 좋았고 떨렸다. ㅋㅋㅋ
일단 잘 할 수 있다고 큰 소리는 쳤다. 뭐 대본도 미리 다 짜여있는 거구 그게 힘들까? 아니야.. 걍 하면 되지 머. 이렇게 내 자신에게 말했다. 하지만 그 자리는 굉장히 중대한 위치였다. 물론 필님이 계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재미있겠지만, 내가 너무 재미없게 진행하면 필님이 지루해 하실 수도 있고, 또 너무 오버해서도 재미있게 해 보려구 해도 안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 있었으니 그 당시에는 그리 긴장되지 않았다. 대학시절에 밴드에서 guitar를 연주하며 무대에 수 없이 서 본 경험이 있었기에 머 그정도쯤이야 하고 내 자신을 안심시켰다.
그러나... 12월 22일은 성큼성큼 다가왔고 어느새 겨우 일주일 밖에 남지 않았다. 이때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은근히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필님과 단 둘이 앞에 앉게 되다니... 이미 한달 동안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믿겨지지가 않았다. 최종 확인을 위한 필21 운영진 모임이 있었다. 여기서 난 중대한(?) 제안을 했다. 프로그램 중 약간 코믹한 순서를 위해 내가 구상한 게 있다... 내가 작년 대구 공연때 있었던 일의 자료화면을 필님께 보여드리고 맥주를 한잔 하는 것은 어떨까...
여기서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작년 대구공연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설명해 드리면... 작년 5월에 있었던 대구공연에 가지고 갈 플랭카드의 문구를 구상하던 중 '조용필형 화이팅'과 같은, 약간 "뻔한" 문구를 벗어나 조금 기발한 걸 하나 생각해 냈다. 바로 "조용필형, 저랑 맥주 한잔해요" ㅋㅋㅋ. 그건 바로 내 꿈이였다. 필님께서 따라 주신 맥주 한잔 받아마시는 거.. ㅋㅋㅋ. 그런데 그 대구 공연에서 필님은 나의 그 '유치한' 플랭카드를 보시고 대꾸를 해 주셨다. "맥주 한잔 하자구요? 좋습니다" <-- 이렇게, 헤헤헤. 이 장면이 TV로도 중계되었고... 물론 내가 그 응답을 진지하게 받아들인 건 아니지만, 그걸 가지고 만남의 장소에서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동시에 내 꿈★도 이루보기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보기로 작정했다.
이 나의 제안은 필21 운영진 모임에서 재미있을 거라고 동의를 받았고 결국 행사 프로그램에 포함 ^^ 맥주 병과 잔을 테이블 밑에 숨기고 있다가 주섬주섬 꺼내서 술을 받아 마신 뒤에 오징어 안주를 꺼내는 코믹한 순간을 연출하기로 했다.
하루 전 12월 21일 밤. 잠이 오질 않았다. 3년이 넘게 미지의 세계를 운영했지만 필님을 제대로 뵙거나 인사드린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드디어 만나 뵙게 되다니, 그것도 바로 옆에 앉게 되는 영광을 누리다니 너무 기뻤고 또 내가 재미있게 진행을 할까 하는 걱정도 따랐다. 결국 새벽 4시가 넘어서야 잠을 잘 수가 있었다.
드디어 12월 22일. 아침부터 마음이 가라앉지를 않았다. 미리 옷도 입어보고, 그날 필요한 준비물들 점검해 보구... 머 이러다 보니 벌써 오후 3시... 팔레스 호텔에 갔다. 이미 많은 분들이 나와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블루시나스님이 쓰신 대본을 읽으며 질문 하나하나마다 어떤 식으로 재미있게 필님께 여쭈어 볼지를 생각했다.
시간은 금방 4시, 5시, 6시.. 이렇게 흘러 갔다. 점점 나는 긴장이 됐고, 그 맛있는 음식이 많이 있던 부페도 먹을 수가 없었다. 솔직히 말해 내 평생 이렇게 긴장해 보긴 처음이였다. 심장이 얼마나 뛰던지 가만히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이리왔다 저리왔다.. 안절부절... ㅋㅋㅋ
6시 45분경.. 작은천국의 최종근님, 이터널리부회장 황규영님, 나, 이렇게 세명은 곧 도착하실 필님을 영접하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어둠 속에서 오는 차마다 벤츠인가 확인하기 바빴고…ㅋㅋㅋ 필님은 정확히 7시에 도착하셨다. 벤츠가 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오며 속도를 낮추는 그 짧은 30초 정도… 내 심장은 ‘쿵쾅쿵쾅’ 뛰고 있었다. 드디어 차 문이 열리는 순간… TV에서만 봐 왔던 그 장면… 필님이 바로 내 앞에서 차에서 내리시고 있었다. 이게 꿈이야 생시야.. ㅋㅋㅋ. 그런데 감기에 걸리셔서 조금 힘드신 모습이어서 안타까웠다.
우리 셋은 실은 필님이 도착하시면 각자 소개하고 인사 드리기로 했었는데 아무도 입을 못 열었다. 필님이 궁전홀을 향해 걸어가실 때 나는 뒤만 쫄쫄 따라갔다. 그러다 계단을 내려갈 때 용기를 내서 말문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조용필님, 저는 미지의 세계를 운영하는 박상준입니다” 라고… 그러자 필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아... 니가 박상준이야?”라고... ㅋㅋㅋ. 그렇게 말씀하시는 게 어찌나 정겹던지… 오히려 “박상준씨 안녕하세요” 하고 형식을 따지는 말투이셨다면 서운했을 것이다. 오, 필님이 나를 알고 계셨구나, T.T <-- 감격의 눈물…
궁전홀 입장… 수 많은 팬들이 꽃가루를 필님께 뿌렸고 나는 길 헤치고 나가느라 바빴다 ^^. 무대 위에 올라가 필님과 단 둘이 앞에 앉으니 너무 정신이 없어서 그 전에 수 없이 읽었던 프로그램 순서를 다 까먹어버려 일단 무대에 올라간 뒤에 뭘 해야하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났다. ㅋㅋㅋ. 어찌나 정신이 없던지 실은 여기서 난 중대한 실수를 하는데… 케익 절단식이 있었는데 당연히 필님께 ‘케익 자르러 내려가시죠’ 해야 하는데 난 이렇게 말해버리고 말았다. ‘저 케익 좀 자르고 올게요.’ 푸하하하하… 아무 영문도 모르시는 불쌍한(?) 필님은 '응.. 그래 어서 다녀와' 하시고.. ㅋㅋㅋ. 무대를 나 혼자 내려가다가 중간에 나의 중대한 실수를 깨달았다. ㅋㅋㅋ 다시 올라가 필님 모시고 내려와 케익을 자른 후 다시 좌석에 앉고…
너무 긴장이 돼 마이크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제가 여기 앉아있는 게 믿기지가 않네요. 저 지금 너무 떨려요” 그런데 그때 팬들이 웃기 시작했다. 순간 왠가 했는데 곧 알게 됐다. 필님이 긴장 풀라는 듯이 내 등을 토닥토닥 두들겨 주시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나는 너무 긴장돼서 누가 내 등 두드리는 것도 몰랐던 것이었다. 팬들이 웃는 것을 먼저 깨달았었다.
그런데 거짓말 같지만 필님이 그렇게 해 주시니까 점점 마음이 가라앉았다. 필님이 내가 긴장해서 작은 실수를 하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가까이서 뵌 적이 없었는데… 바로 옆에 1시간 20분 동안 앉아서 느낀 점을 얘기하자면… 물론 준비된 대본에 “젊어 보이신다.. 비결이 뭐냐” 하고 묻는 부분이 있었지만… 진짜 젊어 보이셨다. 피부도 탱탱하고 뽀샤시 했다. 나중에 행사 끝내고 악수할 때 깨달았지만 손도 참 고우시다. 그 동안 수없이 ‘필님 손은 너무 부드럽다’ 하는 말은 들어왔지만 설마 했는데… 이건 진짜다. ^^
필님이 대답을 너무 잘해주셔서 나는 진행이 너무 쉬웠다. 진짜 음악얘기만 나오면 너무 재미있어 하시는 것 같았다. 덕택에 대본에 준비되지 않았던 것들도 여러가지 여쭈어 볼 수 있었다. ‘생명’의 마지막 부분에서 쓰러지시는 연출에 관해서… 뮤지컬에 관해서… 등등.
하지만 필님이 감기 걸리셨다는 것이 프로그램 진행 내내 마음에 걸렸다. 생각 같아선 밤새 “가둬두고”(?) 대화를 나누고 싶었지만 아프시다는 데 우리 욕심만 채울 수도 없었다. 가끔 마이크에서 입 때고 조용히 내가 ‘몸 괜찮으세요?’ 하고 물으면 ‘괜찮아’ 하고 끄떡끄떡 해 주시긴 했지만… 기침도 하셨고 목도 확실히 잠기셨고…
설문조사 항목들을 볼 땐 참 재치있게 대답해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특히 ‘필님이 얄미웠을 때’란 농담적인 조사내용에 대한 답의 1위가 ‘올해 대구공연에서 결혼반지 끼고 오셨을 때’라고 나오자 ‘그런 줄 알았으면 오늘도 끼고 올 걸 그랬네’ 하고 짓궂은 답을 해 주신 게 기억에 남는다.
설문조사 끝나고 드디어 나의 꿈★을 이룰 시간.. ㅋㅋㅋ. 미리 준비한 동영상을 필님께 보여드렸다. 동영상은 작년 대구공연에서 필님이 직접 ‘맥주 한잔 하자구요? 좋습니다’ 하시는 부분.. ^^. 그걸 보여드리고 제가 ‘믿기지 않겠지만 저 플랭카드를 들고 있던 게 접니다. 오늘 아니면 기회가 없을 거 같아서…’ 하며 맥주병을 꺼내자 필님이 흔쾌히 허락하신다. 내가 두 손으로 잔을 들자 필님이 맥주를 따라 주시고… 나의 꿈★은 이루어졌다, 푸하하하.
계속 했으면 했지만 몸도 아프신데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다. 1시간 20분 동안 빨리빨리 진행해서 준비된 프로그램의 대부분을 다 할 수 있었지만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 거 같아 안타깝게도 프로그램에서 빠진 것이 두 가지 있었다. 그것들은 3명 추첨해서 필님과 개인사진 찍기와 또 다른 3명 추첨해서 필님 싸인 받기… 6명 추첨, 앞에 나오기, 포즈 취하기 등등 하는 데 적어도 10분 이상이 소요될 거 같아 슬프지만 뺄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인사하고 일어나실 때 악수를 했는데 너무 아쉬웠다. 이제 언제나 이런 자리가 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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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아프신데도 불구하고 1시간20분 동안 참석해 주신 필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부족하지만 저를 진행자로 밀어주신 필21 운영자분들께도 감사 드리구요. 그 “가문의 영광”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평생 기억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날 참석해 주신 많은 팬들, 오시고는 싶었지만 여건상 마음만으로 함께 하신 분들께도 감사드리고…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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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1999-10-23 | 9527 |
26 댓글
▦솜사탕▦
2002-12-30 22:16:33
▦솜사탕▦
2002-12-30 22:17:03
이미경
2002-12-30 22:22: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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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da
2002-12-30 22:56:30
▦짹짹이▦
2002-12-30 22:58:57
▦짹짹이▦
2002-12-30 23:00:30
백천사
2002-12-30 23:02:38
▦짹짹이▦
2002-12-30 23:02:40
백천사
2002-12-30 23:05:41
백천사
2002-12-30 23:07:35
▦짹짹이▦
2002-12-30 23:09:21
지나
2002-12-31 00:03:29
김은영
2002-12-31 00:34:33
하얀모래
2002-12-31 01:32:16
백천사
2002-12-31 02:47:24
야마구치
2002-12-31 03:23:40
이미소
2002-12-31 04:59:45
강영희
2002-12-31 05:30:11
우주꿀꿀푸름누리
2002-12-31 06:38:40
아임
2002-12-31 08:20:05
상오기...
2002-12-31 11:48:41
상오기...
2002-12-31 11:49:13
상오기...
2002-12-31 11:49:44
ㅇ나미
2003-01-04 08:24:04
ㅇ나미
2003-01-04 08:2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