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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거울과 나침반]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2003.08.29 02:53

찍사 조회 수:11379 추천: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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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박남수의 시 '새' 중에서)'. 날아다닌다고 모두 새는 아니다. 박쥐는 날아다니지만 새가 아니다. 박쥐는 알을 낳지 않으며 숲에서도 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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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면 요즘은 노래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 가수가 수두룩하다. 가수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은 말이나 재롱이 아니라 노래다. TV라는 숲에서는 이제 진짜 노래하는 새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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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가수' 조용필이 어느 날 녹음실로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한번 들어보라며 아직 가사가 입혀지지 않은 절대음악 하나를 들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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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숨소리조차도 크게 낼 수 없었다. 슬픔이라기엔 너무 비장했고 아픔이라기엔 너무 비통했다. 음악이 끝난 후 그가 어떤 그림이 그려지느냐고 나직이 물었다. 황량한 사막에서 외로이 나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았다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엉뚱한 제안을 했다. 노랫말을 지어달라는 것이다. 그의 노래 인생 35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부를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단박에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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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작업은 쉽지 않았다. 원래는 소리의 이미지를 좇아서 "이제 새는 숲으로 돌아가려 바람을 부르지만 숲은 길이 되고 그 먼지 위로 차들은 헤엄치고"로 시작했던 것이 나중에는 "사랑이란 외로운 여행이라 그대는 말하지만 꿈은 사라지고 우리가 나눈 약속은 멀어지고"로 바뀌었다. 노래는 눈으로 읽는 게 아니고 입으로 부르는 것이라는 걸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제목도 처음 '도시의 사막'에서 '청춘의 사막'을 거쳐 다시 '고독'으로, 마침내 '도시의 오페라'로 결정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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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불멸의 가객은 노랫말 하나 하나에 혼을 불어넣고 다시 노래를 가슴으로 불러 떠나간 영혼을 맞아들인다는 느낌을 내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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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내일(8월 30일) 밤 잠실벌에서 장엄한 '노래의 초혼제'가 열린다. 무려 4만5천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제사장이 된 느낌일 것이다. 이번 공연의 부제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더 히스토리'다. 그가 쌓은 음악의 '이야기'는 어느새 대중과 함께 한 '역사'가 된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보았는데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역시 노래와 노래 아닌 것 사이의 투쟁의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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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은 나의 인생'이라고 아무나 농담처럼 말할 순 없다. 그는 담담히 고백한다. "음악을 빼고는 내게 인생이란 없다." 그가 걸어온 음악의 길이야말로 한 개인의 인생이자 그 가수의 노래와 함께 고락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의 욕망과 상실의 발자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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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공연 초입에 부를 '단발머리'는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로 시작하여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로 끝난다. 그가 창단(?)한 오빠부대는 실상 오빠들의 부대가 아니라 오빠를 사모하는 여동생들의 부대다. 중년의 아낙들은 내일 달빛 아래서 다시 소녀로 돌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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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을 거꾸로 돌리는 무서운 힘, 그것이야말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 진짜 노래의 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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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chjoo@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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