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저를 두고 혼자 용필 아저씨 공연 가는 걸 눈치 챘는지 동하가 잠을 안 잔다 새벽 4시가 되도록.. 어찌어찌 겨우 잠을 재우고 잠시 눈을 붙이고 일어나 10시에 집을 나서 남해안 고속도로,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경상도를 지나 전라도를 지나 충청도를 지나 경기도로
부천이라는 안내판이 보일때까지 달린다. 차 안의 얼굴들은 다들 행복해 보인다. 처음 먼곳까지 동행하는 후배는 신기해 한다. 어찌 저리들 한 사람으로 인해 행복해 질 수 있는지. 저 역시 그러하면서...
거의 5시가 되어서야 도착. 부스쪽으로 걸어오다 오빠 차를 발견하고 기념촬영 한 컷. 부스에 오니 쑤님이 반겨주신다. 아는 얼굴이 많지 않아 눈인사만 건넨다. 빨간 티셔츠를 구입해 흰색 티위에 겹쳐 입으니 그런대로 어울린다. 구내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정말 찬이 엉망이다. 그래도 용서하기로 한다. 오빠 공연이 있는 날이니까..
밥을 먹고 오니 짹짹이님이 와 있다. 티켓 수령할 때 멀리서왔다고 짹짹이님이 박수를 보내 주신다. 감사감사..
기다리다 드뎌 7시가 넘어서니 입장을 한다. 2구역 입장순서 92,93,94번
내 친구 한명은 저 혼자 2번 표를 구해 배신때리고 먼저 들어 가더니 맨 앞 팬스에 매미처럼 붙어 있다. 우리 셋은 뒤쪽에 멀거니 서 있다. 뒤가 편해. 널찍널찍 서서 마음대로 팔을 흔들어야지. 난 키도 크고 눈이 좋아 뒤라도 무대가 아주 가까이 보이는 걸 뭐.
사실은 스탠딩 공연 예매 해놓고 기대반 걱정반이었다. 본래 관절이 썩 좋지않은 관계로... 괜히 무릎이 시큰거리고 발목이 쑤시는 듯도 해서..
불이 꺼지고 오빠가 나오신다. 뒤를 돌아볼 염려없이 우리는 모두 일어선다. 아니 그 전부터 다 일어서 있었지 참. 뒤에서 앉으라고 머리 때리는 아주머니도 없고 소리치는 아저씨도 없다. 마음껏 뛰어도 소리쳐도 누구 탓할 사람없다. 처음에 앞쪽으로 몰려 있던 사람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비어 있는 공간쪽으로 흔들 자리를 찾아 이동해 간다. 자연스럽게 공간 배분이 이루어져가고 사람들은 처음 갖는 스탠딩에 조금씩 익숙해져가며 열기에 빠져든다.
평소 들을 수 없었던 노래들이 나오자 모두들 더 열광한다. 청춘시대, 강원도 아리랑, 잊혀진 사랑 등
땀으로 젖어가는 모습들. 오빠도 물이 흘러 내리는 듯 하다 하신다. 다들 아름다운 모습들이다. 순수한 열정속에 빠져든다. 모두들 중 고등학교때의 순수함으로 얼굴이 해맑다. 아~ 행복하다. 오빠가 계셔서 행복하고 이렇게 같이 어울릴 수 있는 팬들이 있어 행복하다.
앵콜곡이 끝났지만 팬들은 자리를 뜨지 못한다. 못내 아쉬워 계속 조용필을 외치고 있다. 그 옆에 내 서울 친구 주저앉아 있다. "나한테 2시간은 무리인것 같다. 허리가 아파 마지막 20분은 정말 힘들었다. 정말 늙었나보다. 살 빼야겠다...." 넋두리가 이어지지만 역시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다.
내 후배는 지금까지 본 것 중 최고의 공연이었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는다.
역시 한 살이라도 젊다는 게 좋구나. 마흔자리를 올라선 것과 아닌것과 이렇게 차이가 나는구나...
아쉽게 무대를 뒤로 하고 나오니 외숙모한테 맡기고 온 딸래미 생각이 난다.
예스 : 동하야, 엄마야. 뭐하고 있니?
동하 : 엄마~ 학원. 선생님하고 있어?
예스 : 아니~ 엄마 학원 아니고 조용필아저씨 공연 보러 왔어.
동하 : 조용필 아저씨?
못찾겠다 꾀꼬리?
예스 : 그래 조용필 아저씨.
동하 : 엄마 조용필 아저씨 좋아해?
예스 : 그래 엄마 조용필 아저씨 좋아해. 혼자 와서 미안해. 다음엔
동하도 꼭 같이 가자.
동하 : 응 다음에 가자.
공연장 밖으로 나오니 걸을 힘도 없다. 겨우 택시를 타고 송내역으로 가자 하다 말을 바꿔 바로 서울로 가자해서 신사동에 내려 술한잔하고 얘기 나누다 친구네 집에 들어가니 새벽 2시. 자리에 누우니 몸은 천근인데 쉽게 잠이들질 않아 뒤척이다 잠깐 졸다 일어나 8시 KTX타고 내려왔다.
오후 1시에 출근 해 지금 학원에서 수업을 하자니 어깨도 잘 안 올라가고 다리가 후들거리고 등뒤의 근육까지 다 결린다. 옷도 못 갈아입고 PIL & PASSION 빨간 티로 수업을 들어가니 애들이 "와 조용필이다. " 시험도 얼마 안 남아 갈 길이 먼데 또 공연 얘기 안 할 수가 있나. 잠시 잠시 틈날 때마다 얘기한다. 우리애들은 어른인 내가, 그것도 학원 원장 선생님인 내가 자기네들처럼 스타에 열광하고 콘서트 쫓아다니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고 또한 친근감이 느껴지나보다.( 내 생각인가?)
이 노곤한 행복감!!
힘들게 일(?)한 다음 느껴지는 기분좋은 피로감!!
오빠!!!
당신이 있어 행복합니다.
이 곳 남쪽 나라의 동생은 6월을 기다리며 4월도 5월도 행복할 것입니다. 이제 제법 말을 잘 하는 오빠의 가장 어린 여동생 동하를 데리고 창원에서 뵙겠습니다.
* 부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4-26 23:22)
그 뒤로 개미구멍에 개미들이 오골 오골 (?)모여있듯 하더니, 공연하니 저절로
좀 뒤로 물러나더군요. ㅎㅎㅎㅎ
사진의 예쁜 동하엄마시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