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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ddanzi.com/ddanziilbo/music/15/mu14ma_56-hall03.html
어렸을 때 누가 나에게 너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하고 물으면... 초딩 저학년 때 나의 대답은 "홍수환이요" 였다. 지옥에서 온 사자 카라스키야를 때려눕힌 대한민국의 영웅 홍수환. 골백번도 넘게 본 그때 그 장면을 떠올리며 허공에 주먹을 휘둘러대곤 했다.
약간 나이가 들어 초딩 고학년이 되었을 때 나의 대답은 "조용필이요"로 바뀌었다. 바로 이 앨범 때문이었다.
해운대 라이브.
아마 당시에 라이브 앨범이 발매되고 또 성공을 거둔 것은 아주 드문 일이 아닌가 싶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지금 기억에 조용필 2집과 3집 사이에 이 라이브 앨범이 나왔던 것 같다.
공연장 해프닝도 있었다.
이때 백사장을 새카맣게 뒤덮은 팬들 머리위에서 헬기를 타고 멋지게 내려오려던 조용필.. "조용필씨가 내려오고 있습니다" 하는 사회자의 멘트에 열광의 도가니가 된 것 까지는 좋았는데 백사장 모래가 마구 휘날리는 바람에 착륙 포기, 이번엔 바다 위에 내려서 보트를 타고 멋지게 오려고 했으나 프로펠러 바람 때문에 배가 뒤집힐까봐 또 포기, 괜히 오르락내리락 하는 바람에 횟집 유리창들은 죄 깨지고 스타일은 스타일대로 구기고..
그러나 어쨌건 음악은 좋았다. 나는 이 음반을 수백번은 들었다. 여기 들어 있는 조용필의 모든 노래를 달달 외웠으며, '나는 조용필'이라며 동생 앞에서 헛폼 잡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훗날 어줍잖게 음악 한답시고 다닐 때도 돌이켜보면 바닥에 깔린 정서는 그때의 이 앨범이었다. 어린 나이에 느꼈던 해운대 관중들의 열렬한 호응과, 조용필의 강력한 카리스마... 나중에 머리가 커서 들은 <Deep Purple Made In Japan>이니 <Uriah Heep Live>니 하는 명반들도 그때 만큼의 감동을 주지는 못했다.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그때 내겐 세계 최고의 밴드였다.
"기도하는..." (꺄악~!)
아 어찌 잊겠는가? 한 시대를 대표하던 그 자지러짐을.
어찌 부인할 것인가? 그것은 단순 꺅이 아니고 우리 현대사의 질곡을 담고 있는 꺅이었음을.
이 앨범을 분실한지 벌써 17년. 그 이후로는 한번도 들어보지를 못했고, 지금 다시 들으면 허접하게 들릴지도 모른다. 녹음이 어떻네 뭐가 촌스럽네 불평을 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누가 뭐래도 이 앨범은 내 초딩시절 최대의 명반이었다.
그러나 오호통재라. 지금은 어디 가서도 이 앨범을 구할 수가 없으니... 진정한 라이브 뮤지션이자 "나는 한번도 대중을 쫓아간 적이 없다"는 명언을 남긴 조용필의 이 역사적인 음반이 역사의 뒷길로 사라져가는 것은 우리 문화계의 수치다.
지금 다시 들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실망한다 하더라도 이 앨범이 내 인생 최고의 라이브 앨범이었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 시대의 문화유산, 조용필 해운대 라이브가 재발매 되는 날... 나는 그 씨디를 사들고 해운대의 조용필 노래비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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짹짹이
2003-02-18 00:01:20
짹짹이
2003-02-18 00: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