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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 / 우먼센스 ] 음악생활 30주년 맞은 조용필
프라이 버시 인터뷰(우먼센스'98년12월호)
[조용필은 음악을 습관처럼 한다. 중독성에 가까울 정도로 새 앨범을 만드는 일
을 그치지 않고, 장기 공연 레이스도 멈추지 않는다. 공연 횟수와 관객동원수에
서 그를 따라잡을 자가 과연 있기나 할까. '그사람 정력도 좋다'고 할만 하지만
실은 힘이 남아돌아 하는 짓이 아니다. 그냥 습관 처럼 음악에 매달리게 된다는
그 사람, 조용필이 또 우리 앞에 왔다]
음악생활 30주년 맞은 '조용필'
"음악과 함께한 나의 30년....."
경동고등학교 3학년 때인 68년,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그룹을 짜고 영등포 미군
헌병대 공연에 엑스트라 밴드로 섰던 '작은 거인' 조용필. 그가 이제 음악 인생
3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섰다. 열일곱번째 앨범을 발표하며 전국순회공연 중인
그의 나이는 이미 40대 후반. 그러나 아직 68년 당시의 풋풋한 열정에 사로잡힌
듯 하다. 다만, 다른것이 있다면 그는 이제 음악을 다스릴 줄 아는 여유를 가지
고 있다는 것. 말마따나 '습관이 되어버린'음악인지라 스스로 자신을 '음악중독
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동원한 관객 수가 헤아릴 수없이 많은 것처럼, 때마다 그가 만난 기자들도
헤아릴 수없이 많다. '30주년'을 기념하는 요즘, 그는 당연히 공식 인터뷰를 해
야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공연과 방송 출연으로 인터뷰 자리가 채 마련되지 못
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 '인간적인' 인물로 소문난 그였다. 공식 인터뷰는 못하더
라도 함께 점심이나 한상 받자는 전화가 몇몇 매체 편집부로 걸려왔다. 결국 반
포의 조그만 고기집에서 그는 몇몇 기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했
다. 공식 인터뷰가 아닌 편한 자리에서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는 뜻. 그는 대개
그래왔다. 자기 방침이 확고하고 철저 하지만, 막상 사람에게 빚진 마음이 있으
면 그리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기질이다.
"어제 강릉공연하고 돌아왔는데, 아! 지금 아주 괴롭네요. 공연 마치고 그곳 분
들과 빼갈을 마셨는데, 어디 잔이 끊겨야 말이죠. 주방장 아저씨까지 술을 권하
는 통에 많이 마셨더니 입맛이 없네."
마침 며칠새 갑작스런 추위가 닥쳐오고 있었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넘어 오다가
잠깐 쉬려했지만, 바깥 공기가 너무 차가워 자동차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 한다. 벌써 감기 기운이 있는듯 기침을 자주 한 그는, 그래도 별로 걱정스러
워 하지 않는다. 자신을 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하다보면 흔히 있
는 일. 어차피 공연할 때면 자동으로 회복된다는 것. 입맛이 여전히 깔깔했는지
고기를 두어점 먹다만 그는 된장찌게에 밥을 주문했다.
"모든게 다 당연한 습관이 돼나서 괜찮아요. 피터져라 부르고 나면 피로하긴 하
지만, 그래도 다음 공연을 위한 연습과 리허설을 생략하는 일은없고, 공연 직전
엔 처음 오르는 무대처럼 긴장하고..., 30년 됐다고 달라진 게 없어요. 누군 날
더러 음악에 중독된 사람이라지요.
그만한 가수가 매 공연때 마다 리허설과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의아해할 일이겠
지만 그것도 중독된 습관의 하나일 것이다.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그러니까 레파토리가 같더라도 곡의순서와 이음새를 바
꾸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직접 선곡하고 그 곡들을 어떻게 이어갈것인가를 생각
해요. 기존 곡이라도 간주를 새롭게 집어 넣는다던가 하는 작업이죠. 그게 혼자
서는 못하는 작업이니까 밴드도 같이 고생 해야 되요. 절더러 주변 사람을 고생
시키는 사람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나봐요"
된장찌개마져 몇 숟가락 뜨다 만 그는, 찬물을 찾았다. 말마따나 음악하는 동안
만큼은 냉정하고 치밀한 조용필. 식사 후 연습실에서 재확인 했지만. 지금의 그
는 노력의 산물이란 생각이 든다. 쉽게 넘어가는 구석이 없이 탐험 하고, 또 탐
험하는 자세는, 그가 천재가 아님을 입증 한다. 연습실의 분위기가 신인들의 그
것과 다를 바 없이 실험적이고 긴장돼 있었으니 말이다. 만들고 부르는 일 말고
도 듣는일에도 그의 꾸준한 탐험은 계속된다. 미국 등 해외에 나갈 때마다 미국
영국의 록 음악을 관심있게 살피고 매번 2,3백장의 CD를 사가지고 온다. 스케줄
이 없는 날이면 종일 집에서 뒹굴며 그많은 음악을 소화해낸다.
"일본음악은 미국에서 온 것이 대부분이에요. 일본공연을 엄청나게 많이한 저이
지만 사실 일본음악은 별로 듣지 않아요. 일본문화가 개방된다고 걱정이 많은데
음악에 관한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음악에 대해서는 자신을 가
만놔두지 않는 그. 적어도 그에겐 오만함이 없다.
내년 공연공연만도 14회. 1월에는 라디오외에 주말마다 제주에서 디너쇼를 연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지금 까지 공연 기록만으로도 지쳐 쓰러질 법한데, 그는 아직
생생하다. 가는 곳마다 대성황을 이룬 그의 공연에 찾아온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지난11월7일부터 3일간의 서울공연은 절정이였다.
"6시간만에 예약 티켓이 매진 되었답니다. 정말 좋아해서인지 달리 용도가 있어
서인지 고위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도 표를 많이 샀다고 들었어요. 첫날엔 전두
환 전 대통령, 안현태, 장세동씨등 5공 인물들이 한꺼번에 왔길래 공연 전에 인
사를 나눴죠. 둘째날에야 20대부터 4,50대까지, 제 공연의 관중 층이 더 다양해
졌다는 걸 느꼈는데, 와! 요즘 사람들은 공연에 굶주린 것 같데요. 곡마다 얼마
나 환호성을 지르는지 저도 놀랄 정도 였어요. 하긴 대학로 공연이 절반으로 줄
었다니 관객들이 갈증이 났었겠죠. 빨리 회복돼야 걱정이예요
벌써 한달 이상 공연에 매이다 보니 집에 못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덕분에 부
인 안진현씨는 혼자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남편 얼굴 보기가 힘들자 부
인 안씨는 서울공연3일 내내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단다 "집사람은 모레 정도 미
국에 가요. 특별히 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제가 다녀 오라고 했죠. 집 사람
사업은 이럭저럭 잘된다고 들었어요. 사실은 그 사람은 일에서 손 뗀지 좀 됐어
요. 딴 사람에게 일을 맡기도 있죠."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부부의 연을 느꼈다는 두 사람. 한사람은 사업에 한사람은
음악에 '중독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남편에게 더 신경쓰느라 일을 접
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앨범 준비가 시작됐기 때문에 둘만의 여유있는
시간이 자주 있질 못했다. 연습실과 녹음실 작업할 때면 꼼짝도 않고 자신을 혹
독하게 다루는 그인지라, 안씨는 또 '우두커니' 혼자 있어야 했다.
"11월말에 돌아올겁니다. 연말엔 둘이 여행이라도 가서 오붓하게 지내면 좋겠는
데, 그것도 힘들지 몰라요. 12 월에만 공연이 14회니까 어디 짬이 나겠어요? 새
해1월에나 틈이 좀 생기겠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는 가정적인 남편으로도 소문나있다. 집에서 '뒹구
는 날'이면 부엌일하는 아내에게 다가가 설겆이를 도울줄 아는 자상한 남편. 요
리엔 젬병이지만 가끔씩 계란 부침과 라면 정도는 아내를 위해 만들 줄 아는 남
자이다. 노래부를때의 격정과는 달리 평소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내는 편이라 대
화는 주로 부인 안씨가 끌어내는 편이다.
"저 같은 사람 이제 인터뷰 할 게 있겠습니까? 너무 많이 해서 뻔히 아는데, 더
할 말도 없고.... 집사람과 부부 인터뷰 하자는 제의가 많은데, 그것도 그래요.
남들처럼 똑같이 사는 얘기를 구구절절 다시 할얘기도 없고 그냥 밥이나 술자리
에서 편하게 사람 만나는 자리라면 음악이야기나 하는게 좋아요. 집사람도 부부
인터뷰하는 건 피라고 싶다고 그러고요."
'건국50년 한국인이 선정한 최고 대중가수' 라면 흔히들 그가 있어야 할 자리가
여러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연습실과 무대외엔 다른자리에 있
은 적이 없다. 방송 토크쇼에 나가본 일이없고, 대학에 출강해달라는 요구도 번
번히 뿌리쳤다. 마침 이날 기자들과 점심을 들러 나오기 전에도 책상위에 모 대
학에서 온 메모가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나온 참이였다
"교수로 초빙한다는 얘기였어요. 그동안 그런 제의가 많았죠. 가수를 맡아 키워
달라는 요구도 있었고.. 아이구, 그런데 전 그런거 못해요. 내일만도 허둥댈 정
도로 많은데, 그런 일을 어떻게.... 강의 하는게 보통 일이겠어요? 책임도 못질
응낙했다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음악재단을 만드는 것은
생각해볼 만하단다. 아직 장학재단일지, 후원재단일지 구체적인 윤곽을 잡진 않
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이름석자를 걸고 하는 일이기에 외
부 스폰서는 필요없을 것이라고 한다. 전적으로 혼자힘으로 유지하게 될 재단은
그가 연습실과 무대외에 달리 선택한 유일한 '자리'이자 대안인 셈이다. 가수로
서 무대는 생명이라했다. 그렇기에 무대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은 그로서는 너무
나 안타까운 일어었다. 1시간30분동안 '마음의 빚을 갚는' 자리가 파장했다. 결
국 전날의 숙취로 밥술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오랫만에 만난 기자들 과의 대
화는 재미있었다는 표정. 공식 인터뷰 자리는 아니라는 전제하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주로 오갔지만, 자리말미에 걸려온 전화에서 그는
"어, 지금 인터뷰 중이야!"라 했다. 합석한 모 기자 말마따나 "한번만이라도 우
아하게 앉아 정식 인터뷰 해보는게 소원"이라 할정도로 그는 술자리 밥자리에서
의 인터뷰를 선호해왔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좋아하지만 기자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이다.
"앞으론 뿔뿔히 연락하지 말고 한데 모입시다. 기자중에 간사도 정하고. 그래야
술한잔도 같이 하고 편안히 음악 얘기도 하고 그러죠." 아쉬운 자리를 마감하고
그는 잠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그의 밴드는 이미 한두 시간
전부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악이 식욕을 돋구는 작용을 하는지 몰라도 불
과 두시간 전까지만 해도 밥술을 못뜨더니 도착 하자마자 찌개백반을 시켜 맛있
게 비웠다.
"예전 기사에 두주불사라고 소문 났는데, 요즘은 많이 안마십니다. 몸이 축나는
것도 있고 공연전날엔 특히 금지죠. 담배는 아직 많이피워요. 하루 두갑 정도?"
그가 연습실에 들어올 때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
이다. 다음날있을 MBC '수요예술무대' 리허설이라 프로그램 진행자인 그가 연습
에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더 깊은 인연도 있었다. 김광민 역시 유학 떠나기 전
까지 '조용필 사단'의 일원이었던 것. 선배앞에서 그의 행동거지와 말이 얼마나
공손하고 조심스러운지 '고양이 앞에 쥐' 를 연상케 했다. 그 모습을 여럿이 보
았다면 잠시 잊고 있던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됐을 것이다.
'카리스마'. 그를 '작은 거인' 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범접하지 못할
그 카리스마였을 것이다.
'감정, 조화'. 연습도중 그는 연주자들에게 핀잔과 함께 두가지를 강조했다. 연
주를 중단시키고 담배를 꺼내 물때마다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그 속내에는 연주
자들의 천성적인 감각을 탓하기보다 연습이 부족한 데 대한 못마땅한 마음이 있
었을 터이다. 30년 동안 그는 끊임 없는 연습만이 음악을 완성 시키는 요소라는
신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All by myself', '사랑하기 때문에','이젠...' 이 연주 되었다. 가다가 끊기고
다시 가다가 끊기길 수차례. 온화하던 그의 얼굴은, 가끔씩 웃어 넘기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미 일그러진지 오래 였다. 입에서 담배가 끊이지 않았고 종이컵 커
피가 하나둘 쌓이고..." 미리 양해를 얻어 그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지만 점
점 예민해지는 그에게 렌즈를 들이대기가 껄끄러워졌다. 마음을 졸이고 있던 차
마침내 그가 말했다. "그만 찍지!"
그간 줄곧 불러왔던 곡이지만 연습은 늦은 밤에야 끝났다. 그는 여러 말을 나누
지 않아도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기사를 쓸수 있는 몇 안되는 연예인이다.
■ 글.이상문/
프라이 버시 인터뷰(우먼센스'98년12월호)
[조용필은 음악을 습관처럼 한다. 중독성에 가까울 정도로 새 앨범을 만드는 일
을 그치지 않고, 장기 공연 레이스도 멈추지 않는다. 공연 횟수와 관객동원수에
서 그를 따라잡을 자가 과연 있기나 할까. '그사람 정력도 좋다'고 할만 하지만
실은 힘이 남아돌아 하는 짓이 아니다. 그냥 습관 처럼 음악에 매달리게 된다는
그 사람, 조용필이 또 우리 앞에 왔다]
음악생활 30주년 맞은 '조용필'
"음악과 함께한 나의 30년....."
경동고등학교 3학년 때인 68년, 동네 친구들과 어울려 그룹을 짜고 영등포 미군
헌병대 공연에 엑스트라 밴드로 섰던 '작은 거인' 조용필. 그가 이제 음악 인생
30년'을 기념하는 자리에 섰다. 열일곱번째 앨범을 발표하며 전국순회공연 중인
그의 나이는 이미 40대 후반. 그러나 아직 68년 당시의 풋풋한 열정에 사로잡힌
듯 하다. 다만, 다른것이 있다면 그는 이제 음악을 다스릴 줄 아는 여유를 가지
고 있다는 것. 말마따나 '습관이 되어버린'음악인지라 스스로 자신을 '음악중독
환자'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가 동원한 관객 수가 헤아릴 수없이 많은 것처럼, 때마다 그가 만난 기자들도
헤아릴 수없이 많다. '30주년'을 기념하는 요즘, 그는 당연히 공식 인터뷰를 해
야 했다. 그러나 계속되는 공연과 방송 출연으로 인터뷰 자리가 채 마련되지 못
했다.
그러나 기자들 사이에 '인간적인' 인물로 소문난 그였다. 공식 인터뷰는 못하더
라도 함께 점심이나 한상 받자는 전화가 몇몇 매체 편집부로 걸려왔다. 결국 반
포의 조그만 고기집에서 그는 몇몇 기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자리를 마련했
다. 공식 인터뷰가 아닌 편한 자리에서 마음의 빚을 갚고 싶다는 뜻. 그는 대개
그래왔다. 자기 방침이 확고하고 철저 하지만, 막상 사람에게 빚진 마음이 있으
면 그리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하는 기질이다.
"어제 강릉공연하고 돌아왔는데, 아! 지금 아주 괴롭네요. 공연 마치고 그곳 분
들과 빼갈을 마셨는데, 어디 잔이 끊겨야 말이죠. 주방장 아저씨까지 술을 권하
는 통에 많이 마셨더니 입맛이 없네."
마침 며칠새 갑작스런 추위가 닥쳐오고 있었다. 강릉에서 대관령을 넘어 오다가
잠깐 쉬려했지만, 바깥 공기가 너무 차가워 자동차 문을 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고 한다. 벌써 감기 기운이 있는듯 기침을 자주 한 그는, 그래도 별로 걱정스러
워 하지 않는다. 자신을 몸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공연을 하다보면 흔히 있
는 일. 어차피 공연할 때면 자동으로 회복된다는 것. 입맛이 여전히 깔깔했는지
고기를 두어점 먹다만 그는 된장찌게에 밥을 주문했다.
"모든게 다 당연한 습관이 돼나서 괜찮아요. 피터져라 부르고 나면 피로하긴 하
지만, 그래도 다음 공연을 위한 연습과 리허설을 생략하는 일은없고, 공연 직전
엔 처음 오르는 무대처럼 긴장하고..., 30년 됐다고 달라진 게 없어요. 누군 날
더러 음악에 중독된 사람이라지요.
그만한 가수가 매 공연때 마다 리허설과 연습을 반복하는 것이 의아해할 일이겠
지만 그것도 중독된 습관의 하나일 것이다.
"같은 곡을 부르더라도, 그러니까 레파토리가 같더라도 곡의순서와 이음새를 바
꾸는 작업이 중요합니다. 직접 선곡하고 그 곡들을 어떻게 이어갈것인가를 생각
해요. 기존 곡이라도 간주를 새롭게 집어 넣는다던가 하는 작업이죠. 그게 혼자
서는 못하는 작업이니까 밴드도 같이 고생 해야 되요. 절더러 주변 사람을 고생
시키는 사람이라는 말도 그래서 생겼나봐요"
된장찌개마져 몇 숟가락 뜨다 만 그는, 찬물을 찾았다. 말마따나 음악하는 동안
만큼은 냉정하고 치밀한 조용필. 식사 후 연습실에서 재확인 했지만. 지금의 그
는 노력의 산물이란 생각이 든다. 쉽게 넘어가는 구석이 없이 탐험 하고, 또 탐
험하는 자세는, 그가 천재가 아님을 입증 한다. 연습실의 분위기가 신인들의 그
것과 다를 바 없이 실험적이고 긴장돼 있었으니 말이다. 만들고 부르는 일 말고
도 듣는일에도 그의 꾸준한 탐험은 계속된다. 미국 등 해외에 나갈 때마다 미국
영국의 록 음악을 관심있게 살피고 매번 2,3백장의 CD를 사가지고 온다. 스케줄
이 없는 날이면 종일 집에서 뒹굴며 그많은 음악을 소화해낸다.
"일본음악은 미국에서 온 것이 대부분이에요. 일본공연을 엄청나게 많이한 저이
지만 사실 일본음악은 별로 듣지 않아요. 일본문화가 개방된다고 걱정이 많은데
음악에 관한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저는 봅니다." 음악에 대해서는 자신을 가
만놔두지 않는 그. 적어도 그에겐 오만함이 없다.
내년 공연공연만도 14회. 1월에는 라디오외에 주말마다 제주에서 디너쇼를 연다
보통 사람 같으면 지금 까지 공연 기록만으로도 지쳐 쓰러질 법한데, 그는 아직
생생하다. 가는 곳마다 대성황을 이룬 그의 공연에 찾아온 사람들은 남녀노소가
따로 없었다. 지난11월7일부터 3일간의 서울공연은 절정이였다.
"6시간만에 예약 티켓이 매진 되었답니다. 정말 좋아해서인지 달리 용도가 있어
서인지 고위 정치인들이나 기업인들도 표를 많이 샀다고 들었어요. 첫날엔 전두
환 전 대통령, 안현태, 장세동씨등 5공 인물들이 한꺼번에 왔길래 공연 전에 인
사를 나눴죠. 둘째날에야 20대부터 4,50대까지, 제 공연의 관중 층이 더 다양해
졌다는 걸 느꼈는데, 와! 요즘 사람들은 공연에 굶주린 것 같데요. 곡마다 얼마
나 환호성을 지르는지 저도 놀랄 정도 였어요. 하긴 대학로 공연이 절반으로 줄
었다니 관객들이 갈증이 났었겠죠. 빨리 회복돼야 걱정이예요
벌써 한달 이상 공연에 매이다 보니 집에 못들어가는 날이 많아졌다. 덕분에 부
인 안진현씨는 혼자 지내는 날이 많아졌다고 한다. 남편 얼굴 보기가 힘들자 부
인 안씨는 서울공연3일 내내 공연장을 떠나지 않았단다 "집사람은 모레 정도 미
국에 가요. 특별히 일이 있어서가 아니고 그냥 제가 다녀 오라고 했죠. 집 사람
사업은 이럭저럭 잘된다고 들었어요. 사실은 그 사람은 일에서 손 뗀지 좀 됐어
요. 딴 사람에게 일을 맡기도 있죠."
처음 만났을 때 부터 부부의 연을 느꼈다는 두 사람. 한사람은 사업에 한사람은
음악에 '중독된'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아내가 남편에게 더 신경쓰느라 일을 접
어두고 있었다. 그러나 연초부터 앨범 준비가 시작됐기 때문에 둘만의 여유있는
시간이 자주 있질 못했다. 연습실과 녹음실 작업할 때면 꼼짝도 않고 자신을 혹
독하게 다루는 그인지라, 안씨는 또 '우두커니' 혼자 있어야 했다.
"11월말에 돌아올겁니다. 연말엔 둘이 여행이라도 가서 오붓하게 지내면 좋겠는
데, 그것도 힘들지 몰라요. 12 월에만 공연이 14회니까 어디 짬이 나겠어요? 새
해1월에나 틈이 좀 생기겠죠."
무심한 듯 보이지만, 사실 그는 가정적인 남편으로도 소문나있다. 집에서 '뒹구
는 날'이면 부엌일하는 아내에게 다가가 설겆이를 도울줄 아는 자상한 남편. 요
리엔 젬병이지만 가끔씩 계란 부침과 라면 정도는 아내를 위해 만들 줄 아는 남
자이다. 노래부를때의 격정과는 달리 평소 조용하고 차분하게 지내는 편이라 대
화는 주로 부인 안씨가 끌어내는 편이다.
"저 같은 사람 이제 인터뷰 할 게 있겠습니까? 너무 많이 해서 뻔히 아는데, 더
할 말도 없고.... 집사람과 부부 인터뷰 하자는 제의가 많은데, 그것도 그래요.
남들처럼 똑같이 사는 얘기를 구구절절 다시 할얘기도 없고 그냥 밥이나 술자리
에서 편하게 사람 만나는 자리라면 음악이야기나 하는게 좋아요. 집사람도 부부
인터뷰하는 건 피라고 싶다고 그러고요."
'건국50년 한국인이 선정한 최고 대중가수' 라면 흔히들 그가 있어야 할 자리가
여러 곳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연습실과 무대외엔 다른자리에 있
은 적이 없다. 방송 토크쇼에 나가본 일이없고, 대학에 출강해달라는 요구도 번
번히 뿌리쳤다. 마침 이날 기자들과 점심을 들러 나오기 전에도 책상위에 모 대
학에서 온 메모가 있었지만, 애써 외면하고 나온 참이였다
"교수로 초빙한다는 얘기였어요. 그동안 그런 제의가 많았죠. 가수를 맡아 키워
달라는 요구도 있었고.. 아이구, 그런데 전 그런거 못해요. 내일만도 허둥댈 정
도로 많은데, 그런 일을 어떻게.... 강의 하는게 보통 일이겠어요? 책임도 못질
응낙했다가 너무 고통스러울 것 같아서요..." 그렇지만 음악재단을 만드는 것은
생각해볼 만하단다. 아직 장학재단일지, 후원재단일지 구체적인 윤곽을 잡진 않
았지만, 언젠가는 꼭 해보고 싶다고. 자신의 이름석자를 걸고 하는 일이기에 외
부 스폰서는 필요없을 것이라고 한다. 전적으로 혼자힘으로 유지하게 될 재단은
그가 연습실과 무대외에 달리 선택한 유일한 '자리'이자 대안인 셈이다. 가수로
서 무대는 생명이라했다. 그렇기에 무대가 점점 줄어드는 모습은 그로서는 너무
나 안타까운 일어었다. 1시간30분동안 '마음의 빚을 갚는' 자리가 파장했다. 결
국 전날의 숙취로 밥술을 제대로 뜨지 못했지만, 오랫만에 만난 기자들 과의 대
화는 재미있었다는 표정. 공식 인터뷰 자리는 아니라는 전제하에 서로의 안부를
묻고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가 주로 오갔지만, 자리말미에 걸려온 전화에서 그는
"어, 지금 인터뷰 중이야!"라 했다. 합석한 모 기자 말마따나 "한번만이라도 우
아하게 앉아 정식 인터뷰 해보는게 소원"이라 할정도로 그는 술자리 밥자리에서
의 인터뷰를 선호해왔다. 누군가의 말처럼 '사람은 좋아하지만 기자는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이다.
"앞으론 뿔뿔히 연락하지 말고 한데 모입시다. 기자중에 간사도 정하고. 그래야
술한잔도 같이 하고 편안히 음악 얘기도 하고 그러죠." 아쉬운 자리를 마감하고
그는 잠깐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연습실로 향했다. 그의 밴드는 이미 한두 시간
전부터 연습에 열중하고 있었다 음악이 식욕을 돋구는 작용을 하는지 몰라도 불
과 두시간 전까지만 해도 밥술을 못뜨더니 도착 하자마자 찌개백반을 시켜 맛있
게 비웠다.
"예전 기사에 두주불사라고 소문 났는데, 요즘은 많이 안마십니다. 몸이 축나는
것도 있고 공연전날엔 특히 금지죠. 담배는 아직 많이피워요. 하루 두갑 정도?"
그가 연습실에 들어올 때 낯익은 얼굴 하나가 보였다.. 재즈 피아니스트 김광민
이다. 다음날있을 MBC '수요예술무대' 리허설이라 프로그램 진행자인 그가 연습
에 함께 참여했다. 그러나 더 깊은 인연도 있었다. 김광민 역시 유학 떠나기 전
까지 '조용필 사단'의 일원이었던 것. 선배앞에서 그의 행동거지와 말이 얼마나
공손하고 조심스러운지 '고양이 앞에 쥐' 를 연상케 했다. 그 모습을 여럿이 보
았다면 잠시 잊고 있던 단어를 다시 떠올리게 됐을 것이다.
'카리스마'. 그를 '작은 거인' 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는 아마 범접하지 못할
그 카리스마였을 것이다.
'감정, 조화'. 연습도중 그는 연주자들에게 핀잔과 함께 두가지를 강조했다. 연
주를 중단시키고 담배를 꺼내 물때마다 불만스런 표정이었다. 그 속내에는 연주
자들의 천성적인 감각을 탓하기보다 연습이 부족한 데 대한 못마땅한 마음이 있
었을 터이다. 30년 동안 그는 끊임 없는 연습만이 음악을 완성 시키는 요소라는
신조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All by myself', '사랑하기 때문에','이젠...' 이 연주 되었다. 가다가 끊기고
다시 가다가 끊기길 수차례. 온화하던 그의 얼굴은, 가끔씩 웃어 넘기는 순간도
있었지만, 이미 일그러진지 오래 였다. 입에서 담배가 끊이지 않았고 종이컵 커
피가 하나둘 쌓이고..." 미리 양해를 얻어 그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었지만 점
점 예민해지는 그에게 렌즈를 들이대기가 껄끄러워졌다. 마음을 졸이고 있던 차
마침내 그가 말했다. "그만 찍지!"
그간 줄곧 불러왔던 곡이지만 연습은 늦은 밤에야 끝났다. 그는 여러 말을 나누
지 않아도 그저 지켜보는 것으로 기사를 쓸수 있는 몇 안되는 연예인이다.
■ 글.이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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