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열린 게시판

  나의 술과 방랑은 극에 이르렀다.
  
  "왜 그렇게 마시는건가?"
  
  누가 묻는다면 내 마음속 깊이 있는 대답은 이것뿐이었을 것이다.
  
  "나는 돌아갈 집이 없다."
  
  "네 그 훌륭한 아내는 어떡하구?"
  
  "그것 때문이다."
  
  "뭣 때문이라고?"
  
  "고통이 너무 심하다. 머리털이 다 빠져버렸다. 나 때문이다."
  
  술에 실리고 방랑에 실리고 노래에 실려 '풍타주 낭타주(風打舟 浪打舟)'였다. 술집 화장실벽에 걸린 거울에 뜬금없이 쓰윽하니 떠오르는 한 화상은 똑 지옥에서 온 사나이다. 두 눈이 퀭하니 들어가고 앞니도 몽땅 빠져버리고 두 볼은 홀쑥 들어간 죽음 직전의 얼굴이었다. 나는 한편으로 계속해서 나를 죽이고 미워하면서 다른 한편으로 잠깐의 아름다움. 잠깐의 즐거움에 몸과 마음을 기대고 있었다.
  
  노래, 노래, 노래!
  
  한번 시작하면 끝이 없었던 나의 노래! 그것은 마치 내게 섹스와도 같은 것이었다. 잠깐의 멋스러움이 내 목청과 허공과 상대방들의 반응 속에 나타날 때 그 짧은 한 순간 나의 두 눈은 번뜩번뜩 빛나고 볼은 바알갛게 상기되고 어디서 문득 흰 앞니들이 돌아와 예쁜 미소를 화안하게 짓곤 했으니 내 노래는 그무렵 누군가의 표현에 의하면 화장실의 분뇨세척수였다.
  
   그무렵에 저 유명한 조용필 아우와의 노래시합이 있었다.
  
  나는 그 얼마전 충북 청주까지 내려가 충북대학의 시인 이동순 아우와 밤을 꼬박 새우며 노래시합을 벌인 결과 내 스스로 항복을 선언했으니 이동순 시인이 뽕짝의 2, 3절까지를 깨알글씨로 메모하여 그것을 들고 설치는 통에 그의 승부심에 항복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조용필 아우는 스스로 원주에 내려와 한 술집에서 나에게 도전한 것이다. 많은 곡목을 부른 것은 아니었다. 나는 대개 그의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그가 항복한 것은 바로 나의 '촛불 패러디' 때문이었다. 그의 노래 〈촛불〉을 한 원주 토박이인 언청이의 소리로 패러디한 것이다.  




  "내가 한번 호래를 후른다 하면 적어도 호용필이의 홋불 정도는 후른다 이말이야! 잘 들어봐!
  
  흐대는 훼 홋불을 히셨나요?
  
  흐대는 훼 홋불을 히셨나요?
  
  연약한 이 마음을 후가 후가 히히려나―!"
  
  '홋불'보다도 더 우스운 일은 그 이튿날 새벽 원주 톨게이트를 빠져나가는 조용필 아우를 연행해다놓고 당국이 공갈협박을 한 사실이다. 한마디로 김지하하고 놀지 말 것! 계속 놀면 너는 그때 무대에 못선다는 것! 가수로서의 생명을 유지하려면 김지하와 인연을 끊을 것!
  
  중요한 것은 조용필의 태도다.
  
  그날 저녁 서울에서 내게 그런 사실을 전화로 알린 것이 다른 사람 아닌 조용필이었기에 하는 말이다.
  
  심지가 있는 아우였다.
  
  한번은 자기 집에 가자 해서 한밤에 들러 부친을 뵈었을 때 대강을 짐작했다.
  
  옛학문을 한 양반이었다.
  
  뼈대가 있었구나!
  
  예전 술마시고 훨훨 날아다닐 때처럼 친숙하게 대하고 호형호제 하지는 못하지만 나는 지금도 조용필을 나의 친아우처럼 생각한다.
  
  〈돌아와요 부산항〉 〈촛불〉 〈창밖의 여자〉 〈킬리만자로!〉
  
  그의 노래는 나의 기쁨, 비록 짧은 것이었지만, 순수한 기쁨의 원천이었다.
  
  이제 나는 노래나 술과는 높이 담을 쌓았지만 그의 노래만은 맨정신에 들어도 좋다  

  
  그무렵 나는 술만 마시면 실수 연발이요 훈계병과 짜증병에 걸려 같이 마시던 후배들이 찔찔 울면서 도망가게 만들곤 했다. 나는 안다. 이렇게 되면 마지막이라는 것! 내겐 절대절명의 빙벽과도 같은 어떤 삶의 혁명이 필요한 것이었다. 마치 눈쌓인 킬리만자로의 최정상에 홀로 올라가 얼어죽은 표범처럼 그렇게!



출처 : http://www.pressian.com/section/section_article.asp?article_num=60030414150101&s_menu=문화

1 댓글

필사랑♡영미

2003-04-17 00:45:18

뭐랄까?....음....찡~합니다. 오빠 노래는 제게도 기쁨이고. 행복입니다....찍사님 잘 보고갑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958 / 1680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13
필사랑♡김영미 2023-07-10 3536
  공지

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이 책을 드리면서....

12
  • file
꿈의요정 2023-05-18 3633
  공지

[주문신청]가황,조용필을 노래하다-대백과사전/악보집

40
일편단심민들레 2022-12-13 8121
  14451

TV-문화탐험 시청소감...⊙⊙...

7
푸름누리 2003-04-17 798
  14450

KBS-1TV 지금 문화탐험 보세요...(실시간방송보기방법)

1
문화 2003-04-17 707
  14449

[re] KBS-1TV 지금 문화탐험 보세요...(실시간방송보기방법)

김동욱 2003-04-17 476
  14448

경상 일보 펌 [ 울산 mbc 창사 특집 프로그램 마련 ]

  • file
ypc스타 2003-04-17 705
  14447

[위탄펌] 조용필 잠실공연 13만인파!!!

4
필사랑~ 2003-04-17 904
  14446

조용필님과 나의 공통점

3
조용필의 속삭임 2003-04-17 540
  14445

[울산/MBC] 이번주 금요 매거진 울산

1
  • file
찍사 2003-04-17 756
  14444

[기사/프레시안] 김지하 회고록 '나의 회상, 모로 누운 돌부처' <264>

1
찍사 2003-04-16 834
  14443

? 영원한 질주- 신재훈님께 드리는 질문?

6
우주꿀꿀푸름누리 2003-04-16 631
  14442

? 물 건너마을 리장 - 야마구치님께 드리는 질문 ?

1
  • file
우주꿀꿀푸름누리 2003-04-16 721
  14441

울산공연표 2장 있어요.~~

별지기 2003-04-16 484
  14440

감사감사

1
필팬 2003-04-16 493
  14439

요즘 여기저기서 오빠노래를 듣네요

1
*쑥* 2003-04-16 537
  14438

난 아니야~ 꽃이 아니야^^

5
시릴로㉿ 2003-04-16 634
  14437

^^ 의정부 콘서트때 열받은것 기억 나네요 ..

3
  • file
ypc스타 2003-04-16 900
  14436

공연 당일 울산 문예 예술 회관 앞에 대형 멀티비젼 설치예정,,4월 30일 녹화 방송 예정,,

14
불사조 2003-04-16 1165
  14435

궁금해요

8
필팬 2003-04-16 648
  14434

[re] 궁금해요

별지기 2003-04-16 564
  14433

신영복님의 글 중에서,,,

1
불사조 2003-04-16 612
  14432

세계에서 가장 큰 진주

1
redcarpet 2003-04-16 795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