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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헤럴드경제] [이동연의 오선지]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찍사, 2003-05-20 18:3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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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35년을 맞는 슈퍼스타 조용필이 20일 ‘재회’라는 이름의 공연을 갖는다. ‘재회’는 오늘의 2003년과 어제의 1978년을 잇고 싶어 하는 위대한 가객의 초대이자, 한 인간의 삶의 고백을 의미할 것이다.

‘재회’의 주크박스 안에는 그의 전성시대 80년대의 추억들이 떠올려 진다.

80년 ‘광주의 봄’, 컬러TV 방영, 프로축구, 프로야구의 개막, 그리고 87년 넥타이부대…. 영화 ‘살인의 추억’과도 같은 80년대를 살아온 젊은 세대는 폭력과 욕망 사이에서 현기증 나는 하루하루를 보냈으리라. 80년대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은 그렇게 출발했고 대중과 그렇게 살 아 왔다.

역사는 80년대를 ‘광주의 봄’으로 기억할지 모르지만, 수많은 대중은 조용필의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 ‘고추잠자리’로 기억할지 모른다. 건넌방에서 이불 뒤집어쓰고 새로 구입한 카세트리코더 앞에서 ‘단발머리’를 들으며 흥얼거리던 누이의 모습은 80년대를 살아온 보통 젊은이들의 욕망의 자화상 같은 것일 것이다.

암울한 시대에도 대중의 가슴에 설렘을 심어 주는 위대한 대중스타들은 늘 있어 왔다. 이른바 조용필로 시작된 ‘오빠부대’의 출현은 80년대 상황과 어울리지 않지만, 어두운 시절을 견뎌 내려는 대중의 즐거운 욕 망을 보여 준다.

“조용필, 너마저 없었다면 무슨 재미로 사냐.” ‘재회’를 앞둔 원조 오빠부대의 고백이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이유가 21세기가 간절히 나를 필요 로 하기 때문’이라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에 내레이션으로 나오는 명 구절은 다시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조용필이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은 80년대가 그를 간절히 원했기 때문’이라고. ‘단발머리’ ‘그 겨울의 찻집’을 들으며 80년대를 살아온 세대들이 20일 ‘위대한 재회’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는 이유도 절망의 시절 위안 의 노래를 들려줬던 그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것이다.

이동연(문화평론가?문화연대 문화사회연구소장)

출처: http://www.ned.co.kr/SITE/data/html_dir/2003/05/19/200305190143.a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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