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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부산항 과 공무도하가 [公無渡河歌]

임시현, 2003-05-21 15: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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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와요 부산항 과 공무도하가 [公無渡河歌]
-전라도 그리고 민족.

꽃피는 동백섬에 봄이 왔건만
형제 떠난 부산항에 갈매기만 슬피 우네
오륙도 돌아가는 연락선마다
목메어 불러봐도 대답 없는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가고파 목이 메어 부르던 이 거리는
그리워서 헤매이던 긴긴날의 꿈이었지
언제나 말이 없는 저 물결들도
부딪쳐 슬퍼하며 가는 길을 막았었지
돌아왔다 부산항에 그리운 내 형제여
           -돌아와요 부산항. 황선우 작(作)


70년대초, 20대 젊은 작가의 실연의 애틋함을 담은 가사가 75년 중반 재일 교포 고향방문 시기와 맞물리면서 민족의 아픔을 박수무당 조용필에 의해 대변하는 시으로 바뀌어 버린 곡이다. 그러나 한 맺힌 이별과 만남의 절규로 온 국민을 울렸던 이 노래가 시(詩)를 쓰고 곡을 붙인 황선우 개인의 실연의 아픔에서 비롯됐음을 아는 사람은 흔치 않다.

황선우의 고향은 오륙도가 한눈에 들어오는 부산 영도의 바닷가였다 누구나 그러하듯 작가에게는 어릴 때부터 소꿉 친구로 지내던 같은 또래의 여학생이 가슴에 남아있었다. 고교를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작가가 70년대초 객지생활의 외로움과 친구들과 소주한잔 걸친 기운에 떠올린 것은 고향의 앞바다와 어린 마음에 새겼던 바로 그 옆집소녀였다. 서울 아현동에 조그마한 작곡사무실을 내고있던 시절, 작가는 친구들과의 술자리가 끝난 후 이곳으로 돌아와 아련한 옛추억을 더듬으며 언어를 퉁기기 시작했다.

중학교를 마치고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그는 취업전선에 뛰어들었다 전라도 어느 곳으로 일찍 시집을 가버린 옛소녀를 그리며  그때쓴 시이다, 얼마후 그는 바로 돌아와 부산항에 있었다.처음엔  젊은 작가의 실연의 아픔을 쓴시이다 보니 당시의 가사에는 그리운 내형제여가 아닌 그리 운 내님이여으로 표기가 되어 있었음은 물론이다.

시 [詩]는 자신의 정신생활이나 자연, 사회의 여러 현상에서 느낀 감동 및 생각을 운율을 지닌 간결한 언어로 나타낸 문학 형태이다. 한국어로 보통 시라고 할 때에는 그 형식적 측면을 주로 가리켜 문학의 한 장르로서의 시작품(詩作品:poem)을 말할 경우와, 그 작품이 주는 예술적 감동의 내실(內實)이라고 할 수 있는 시정(詩情) 내지 시적 요소(詩的要素:poetry)를 말할 경우가 있다.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통합된 언어의 울림 ·리듬 ·하모니 등의 음악적 요소와 언어에 의한 이미지 ·시각(視覺) 등 회화적 요소에 의해 독자의 감각이나 감정에 호소하고 또는 상상력을 자극하여 깊은 감명을 던져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문학작품의 일종으로, 거기에서는 언어의 정동적(情動的)인 기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언어의 배열과 구성(構成)이 요구된다.

돌아와요 부산항의 가사는 이런 한 문학적(文學的)요구를 충족한다. 그러므로 시적(詩的) 텍스트로서 분석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공무도하(公無渡河)       임이여 물을 건너지 마오
공경도하(公竟渡河)       임은 그예 건너시고 말았네
타하이사(墮河而死)       물에 빠져 돌아가시니
당내공하(當奈公何)       가신임을 어이할꼬

공무도하가 [公無渡河歌]는 고조선 때에 진졸(津卒) 곽리자고의 아내 여옥(麗玉)이 지었다고 전하는 노래이다. 출전문헌인 《고금주(古今注)》에 의하면, 어느 날 곽리자고가 강가에서 백수광부(白首狂夫)의 뒤를 따라 물에 빠져 죽은 어느 여인(곧 백수광부의 아내)의 애처로운 광경을 보고 돌아와 여옥에게 이야기하였더니, 여옥이 그 여인의 슬픔을 표현한 노래를 지어 공후( 뱄茸 )에 맞추어 부른 것이라 한다. 연대적으로 보아 한국 문학사상(文學史上) 가장 오래된 작품으로 널리 알려져 왔으나 확실한 제작 연대와 원가(原歌)는 알 수 없고, 이 노래의 한역가(漢譯歌)인 듯한 4구(句)로 된 한문 표기의 짧은 노래가 전한다. 《해동역사(海東繹史)》에 의하면, 백수광부가 물에 빠져 죽으니 그의 아내는 통곡하여 울다가 슬피 공후를 타며 노래를 부른 후 자기도 물에 몸을 던져 죽었다는 내용에 따라, 원작자(原作者)는 백수광부의 아내이며 이를 노래로 정착시킨 사람이 여옥이라고 보는 견해도 있다. 또 전하는 가사가 시경체(詩經體)인 것으로 보아 당시 중국에서 성행한 시경 체가 한국에도 영향을 준 것이라 보기도 한다.

돌아와요 부산항 이 노래가 음반으로 세상에 첫 선을 보인 것은 73년이다. 당시 부산의 밤업소에서 조용필과 그림자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던 무명가수 조씨를 유심히 지켜 본 국제레코드 사장이 음반취입을 제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는 정식 음반으로 발표되었다. 그러나 이 앨범은 당시에는 아무런 관심도 끌지 못한 채 흔한 사랑타령의 노래쯤으로 묻혀버렸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앨범이 흙 속의 진주로 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은 75년이었다.

전라도로 시집가며, 떠나간 첫사랑에 대한 애틋한 추억으로 처음 만들어졌던 노래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전라도 어딘가에 살고있을 사랑하는 사람을 목메게 부르는 것이다. 이런 정서는 우리나라 상대 가요 중 백수광부의 처가 노래한 공무도하가(公無渡河歌)같은 처절함이 연다 있는 것이다.

또한 부산의 노래이면서도사실 전라도를 향한 노래라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의미를 부여한다면 지역통합을 예견한 노래이기도 한 것이다 이처럼<돌아와요 부산항> 가사에는 부산을 상징하는 모든 요소들이 포함돼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 노래를 한 지역을 대표하는 가요쯤으로 묶어두기에는 이처럼 뭔가 모자람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

70년대 중반 재일 교포 고향방문단 시기와 맞물리면서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는 국민가요로 자리하게 된 다. 이 가사 그 멜로디에는 일제수탈 시기, 부관연락선에 강제로 몸을 실어야 했던 한인징용자들의 한(恨)이 녹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일제시대 한인징용자를 실어날라야 했던 부산의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민족의 아픈 과거로 의미를 확장 시켜 노래하게된다.

70년대 중반 그들이 갖은 곡절 끝에 고향방문단 이란 이름으로 돌아온 부산항은 따스한 어머니의 나라, 한국의 대유(代喩)였으며 꽃피는 동백섬은 어머니의 젖가슴과도 같았다. 이 가요는 부산의 범주를 훨씬 넘어서고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국민가요라는 수식어가 전혀 어색하지 않은 돌아와요 부산항에 는 한 곡의 가요가 민간외 교사절의 역할을 거뜬히 해낸 대표적인 곡으로 우리 가요(歌謠)사(史)에 남아있기도 하다. 또 일본 전역의 중심 가에서, 유럽 알프스산맥에서도 그 흥얼거림을 들을 수 있어 국경을 넘어 선 곡으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는 국민들의 눈과 귀가 온통 재일 교포 고향방문단에 집중되어 있을 때였다. 부산항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고향방문단을 보면서 작가 개인의 실연의 아픔을 담은 노래가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는 곡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사회상을 비추어내는 가요의 위력이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입에서 입으로, 누가 먼저라 할 것도 없이 급속히 번져간 이 노래는 부산을 돌아와요 부산항에 열풍으로 몰아넣더니 삽시간에 서울로 그 열기를 지펴 올라갔다.

그리고 그 인기는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까지 휘몰아쳤다. 줄잡아 20명에 가까운 일본가수가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편곡, 취입했다. 한국가수 이성애가 일본에 건너가 이 노래를 불러 히트시킨 것이 도화선이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 는 그 엄청난 인기만큼이나 수많은 뒷얘기를 남겼다. 일본인들이 이 노래를 즐겨 불렀던 이유가 바로 36년 간의 한반도 지배에 대한 향수를 자극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은 그중 대표적인 것으로 꼽힌다.

이를테면 다시 한번 부산항으로 돌아가자는 것이 일본인들의 가슴에 남아있는 잠재의식 즉 대동아 공영권을 구축하려했던 일제 군국주의의 부활을 꿈꾸는 것과 맞아 떨어졌다는 것이다. 당시 이러한 확인되지 않은 분석은 가사내용으로 볼 때 어느 정도 합리성이 있어 보여 대학가를 중심으로 돌아와요 부산항에 가 금기시되는 아이러니를 낳기도 했다.
.
맺음으로가 보자 돌아와요 부산항은 70년대초, 20대 젊은 작가의 실연의 애틋함을 담은 노래가 75년 중반 재일 교포 고향방문 시기와 맞물리면서 민족의 아픔을 대변하는 언어로 바뀌어 버린 노래이다. 그러나 한 맺힌 이별과 만남의 절규로 온 국민을 울렸던 이 노래가 시(詩)를 쓰고 곡을 붙인 황선우 개인의 실연의 아픔에서 비롯된 것이다.
공무도하가 [公無渡河歌]역시 이 노래에서 우리는 전통적인 한국의 여인상을 발견할 수 있다. 남편의 죽음 을보고 뒤따라 죽는 아내의 모습에서 기다림과 한, 체념에 묻혀 살아온 인종의 한국 여인, 정렬의 여심을 볼 수 있는 것이다.

흔히 우리 민족의 정서를 한이라고 하는데, 이 한은 이별과 죽음에서 온다. 우리나라의 서정시에서 이별을 다룬 것이 많은 것은 우리나라의 경우 오랜 옛날부터 한의 정서가 싹터 왔음을 암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 서정시의 출발이라 할 이 노래는 한국적 정서인 한의 원류라 할 것이다.
그래서 공무도하가의 중요한 제재인 강물이 훗날 고려 속요의 '서경별곡'이나 정지상의 '송인' 등 많은 이별가에 등장하고 있음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이다.

그리하여 돌아와요 부산항에서 바다이미지는 역시물인 것이다. 공무도하가 노래에 대해서는 신화적 차원에서 해석되기도 한다. 즉 백수광부는 주신이며, 그의 아내는 악신의 성격을 지닌다는 것이다. 그래서 백수광부의 행동은 황홀경에 든 신, 또는 무당의 행동이며, 이 행동은 강물에 뛰어들어 죽음을 이기고 새로운 권능을 확인하는 의식의 하나라고 보기도 한다.

역시 돌아와요 부산항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별리의 한에서  시작했으면서 재일 교포 고향방문단 시기와 맞물리면서 민족의 아픔에 무당 조용필이 공무도하가를 공후인을 뜯으며 노래로 전파한 여옥처럼 한을 적절히 계승한 시(詩)인 것이다. 아쉽다면 "헤메이던"이 아니라 "헤메던"으로 정확한 표기 일뿐이다


임시현(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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