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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콘서트 후기, 진정한 국민가수의 힘!
용호성
온종일 내리는 비를 보며 과연 콘서트가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었습니다. 하지만 스탭만 3천여명에 다른 콘서트 몇 개에 사용될 만한 예산을 무대와 장치에 투자하여 야심차게 준비했던 행사로 알려져 있어 웬만하면 취소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는 있었습니다.
예상대로 그치지 않는 빗발을 뚫고 모인 4만5천명의 관객을 앞에 두고 콘서트는 시작되었습니다. 4만5천 관객 중 한 명으로 참석한 저에게 이날 공연은 무척 감동스러운 자리였습니다. 과연 국내 어느 가수가 잠실종합운동장에 연령을 초월한 4만5천의 관객을 모아 이처럼 즐거운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요. 더우기 주최측에서 준비한 하얀 비옷을 입고 운동장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모습은 그 자체로 장관이었습니다. 저는 운좋게(?) 싼 티켓을 구입하는 바람에 지붕이 있는 3층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
관객입장 문제로 30여분 늦게 막을 올린 콘서트는 대형스크린에 조용필과 관련한 몇가지 동영상을 비추다가, 이른바 오빠부대(빠순이 ^^)를 만들어낸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바로 그 곡, "기도하는~ 꺄악 오빠" 하는 함성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물론 그 함성을 지르는 대부분의 관객은 40대 이상의 중년여성들이었습니다. 그 중년 관객들의 딸내미들은 이런 엄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요? ^^
어쨌거나 40대 여성관객이 주를 이루는 객석이 한 목소리로 오빠~를 외쳐대는 그 장면은 제겐 색다른 감동이었습니다. 음악이라는 것이 20-30년간의 세월을 넘어 사람들을 하나로 엮어낼 수 있다는 것이 새삼 놀라웠습니다. 콘서트는 단발머리, 촛불, 고추잠자리, 돌아와요 부산항에, 허공, 킬리만자로의 표범, 한오백년 등 우리 귀에 익숙한 히트곡들로 이어지며 열기를 더해갔습니다.
또 한가지 놀라웠던 것은 서른 몇곡을 불러대는 동안 내내 거의 모든 곡들을 따라부를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저는 조용필의 팬이라고 하기는 좀 뭣합니다. 랙을 가득 메운 음반중에도 그의 씨디 한 장 갖고 있지 못합니다. 그가 최고의 히트가수로 명성을 날릴 때도 뭐 그닥 열광했던 적은 없었고, 이번 공연도 사실 놓치기는 아쉬운 이벤트라는 점에서 참석했더랬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 역시도 두시간 넘는 콘서트 내내 즐겁게 환호하고 박수치며 그 많은 곡들을 익숙하게 따라부를 수 있었습니다. 새삼 조용필이 얼마나 대단한 국민가수인가 하는 점이 느껴진 자리였습니다.
그리고 그 많은 노래 중에서도 "진(珍)"이라던가 조용필이 아내 안진현씨를 그리며 만들었다는 곡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내를 잃은 아픔을 엮어 만든 노래를 부르는 동안 대형스크린에 비친 그의 얼굴에는 빗물만큼 많은 눈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게스트도 여러 명 출연했는데 대개는 게스트 가수가 조용필의 곡을 부르다 조용필이 함께 어울리며 마무리를 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신승훈이 "창밖의 여자"를, 신해철이 "아직은 사랑을 몰라(제목 맞나요?)"를, 유열은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를, 이은미가 "미지의 세계로(이것도 제목 맞나? ^^;)" 불렀고, 그 밖에 GOD, 장나라, 어린이 합창단 등도 게스트로 나왔습니다.
무대도 대단한 볼거리였습니다. 30여미터를 쌓아올린 뒷배경을 바탕으로 어우러지는 조명 연출과 중간중간 이어진 불꽃놀이는 국내 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의 대형 공연에서도 보기 힘든 장관이었습니다. 그럼에도 조용필은 준비했던 여러가지 연출을 비 때문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며 많이 아쉬워하더군요.
콘서트의 마지막 순서는 "여행을 떠나요" 합창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게스트보컬들과 4만5천명의 관중들은 끝낼 줄 모르고 한 목소리를 이 국.민.가.요.를 불렀습니다. 그 순간에는 모두들 스탠드에서 벌떡 일어났고, 신나게 관광버스 춤을 추는 주변 아주머니들의 모습도 전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그저 모두가 즐거울 따름이었습니다. 아마도 조용필 역시 그 순간 만큼은 35년 음악인생 가운데 가장 기쁜 순간 중 하나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앵콜곡으로는 세곡을 더 불렀는데 대미는 "친구여"로 장식되었습니다. 곡 중간부터 무대에서 내려와 스탠드쪽을 한바퀴 돌면서 열광하는 관중들에게 화답하고는 반대편 쪽에 대기했던 차량에 탑승하여 공연장을 나서는 것으로 끝이 났습니다. 정말이지 다시 보기 힘든 대단한 공연이었습니다.
** 사진 중 위는 질서정연한(?) 관객, 아래는 "여행을 떠나요" 부분의 열광하는 관객 모습입니다. ^^
시나몬.
사족 한가지.
이번 콘서트에서 꼭 지적되어야 할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티켓파크의 미숙함과 횡포입니다. 이번 공연처럼 수만명의 관객이 운집하는 공연에서는 현장에서의 예매권과 좌석권 교환에 상당한 준비가 필요한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하지만 티켓파크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준비를 너무 소홀히 하여 아주 일찍 나온 관객을 제외하고는 거의 좌석권을 교환해주지 못했습니다.
대책이라고 내놓은 것이 확인메일 등 좌석확인이 가능한 자료와 신분증이 있으면 입장이 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습니다. 중간에는 다시 예약번호를 알면 입장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정작 입구에서는 좌석확인이 불가능한 경우 입장을 시키지 않아 다시 곳곳에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티켓파크로 예매하여 현장에서 좌석권을 받으려던 관객들이 수천명이었으니 그야말로 현장은 아비규환과 같은 대 혼란이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시간 넘게 기다린 관객들도 많았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교환이 제대로 되지 않고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티켓파크에서는 아무 대책없이 현장을 철수해버린 사실입니다. 그 탓에 애꿎은 경비업체 직원들이 관객들의 항의를 받아야 했습니다.
저는 정말 다행스럽게도 좌석번호가 나온 티켓파크 예매확인 메일을 인쇄해서 갔었기 때문에 한시간여 그 혼란의 와중에서 고생하다 겨우 공연 시작 전에 입장할 수 있었지만 아마도 신분증이나 예약번호만 갖고온 관객들 중에는 현장에서 그냥 발길을 돌린 경우도 꽤 있었던 모양입니다.
더우기 관객 대부분이 인터넷 예매나 이런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중년관객들이었던 만큼 불만도 더욱 컸으리라 생각됩니다. 결국 나중에는 수백명을 그냥 확인 없이 입장시켰다는 후문을 들었습니다. 세곡인가 진행되고 난 뒤 한꺼번에 몰려들어온 관객들이 아마도 그렇게 들어온 분들이었던 모양입니다. 십몇만원씩 주고 티켓을 사서 비맞으며 헤메다 공연중간에 들어와 제자리도 없이 메뚜기처럼 옮겨다닌 그 심정들이 오죽했을까요.
지난번 상암에서 열린 축구 올스타전에서도 티켓링크쪽에서 비슷한 혼란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그래서 그랬는지 티켓링크에서는 이번 경우 현장교환을 하지 않고 우편발송으로 하였다고 합니다. 티켓파크 사이트를 들어가보니 아니나다를까 그날 당한 일에 분을 삭이지 못한 관객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더군요.
결코 싸지 않은 티켓을 모처럼 예매하여 갔던 관객들인데 그 빗속에 한시간 넘게 이리저리 뛰어다니다 결국 공연에 늦게 입장하고 심지어 그냥 돌아가기까지 했으니 도대체 이게 무슨 꼴인가요. 그처럼 많은 티켓발매를 하면서 이처럼 아마추어적인 행태를 보이는 예매사이트에 화가 날 따름입니다.
http://www.hifimusic.co.kr/board/zboard.php?id=concert&no=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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