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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섭의 두루두루] 에픽하이, 아티스트로 남을까
JES|송원섭 기자|2008.04.22 09:53 입력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지배된다. 그리고 이 원칙은 '많은 수의 사람이 동시에 실수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제를 묵시적인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리 멀리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매년 선거 때만 되면 과연 대중의 선택이란 그렇게 신뢰할 만한 것인가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많지는 않지만, 과연 저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 자리를 감당할까 싶은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가 있고, 그런 인물들은 머잖아 사람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경우가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의 선택이란 가끔은 시간을 두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대중문화의 영웅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왜 대중이 저 사람에게 열광하는지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특히 아이들 스타들의 경우에 흔하다). 이 경우에도 필요한 건 시간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인기를 자랑하던 불멸의 '오빠'들이 어느 순간엔가 아무도 찾지 않는 한물 간 연예인이 되어 버리는 걸 보면 역시 가끔은 다수의 사람들도 동시에 어리석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물론 시간은 정 반대의 사실을 입증해주기도 한다. 최근 내한공연을 마친 듀란듀란은 전성기인 1980년대 내내 '실력은 무슨, 외모가 전부'인 신통찮은 밴드 취급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오히려 뒤늦게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큰형님'으로 새로운 존경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정체가 불분명한 젊은이들이 대형 아티스트로 남을 지, 아니면 그저 그런 아이들로 잊혀질지가 밝혀지는 데에는 얼마 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이거야 말로 제각각이다. 가왕 조용필조차도 막상 활동의 정점이던 20여년 전에는 '어차피 다 똑같은 딴따라'로 치부됐지만 서태지는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음악적인 가치를 함께 인정받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난주 발매된 에픽 하이의 5집을 듣고 난 덕분이다. 골수 힙합 팬들은 얼굴을 찡그릴 지도 모르지만 앨범 전체의 고른 완성도로 보나, 대표곡으로 뽑힌 '원'의 흡인력으로 보나, 이번 음반은 2008년 한국 가요계가 배출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5집을 계기로,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찧고 까부는' 타블로와 미쓰라진의 모습으로 이들을 평가하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음악성이란 어떤 식으로도 계량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대중의 호응이 없는 음악성이란 달밤에 비단옷을 입고 지나가는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앨범을 계속 내 주고 있는 뮤지션들이야말로 한국 가요계의 진짜 희망인 셈이다.
송원섭 기자 [blog.joins.com/fivecard]
JES|송원섭 기자|2008.04.22 09:53 입력
민주주의는 다수결의 원칙에 의해 지배된다. 그리고 이 원칙은 '많은 수의 사람이 동시에 실수를 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전제를 묵시적인 근거로 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리 멀리 인류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매년 선거 때만 되면 과연 대중의 선택이란 그렇게 신뢰할 만한 것인가 하는 의심이 고개를 든다.
많지는 않지만, 과연 저 사람이 어떻게 국민의 대표 자리를 감당할까 싶은 사람이 당선되는 경우가 있고, 그런 인물들은 머잖아 사람들의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다는 걸 증명해주는 경우가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중의 선택이란 가끔은 시간을 두고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대중문화의 영웅들에 대해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늘 그런 것은 아니지만 도대체 왜 대중이 저 사람에게 열광하는지를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꽤 있기 때문이다(특히 아이들 스타들의 경우에 흔하다). 이 경우에도 필요한 건 시간이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흔들릴 것 같지 않던 인기를 자랑하던 불멸의 '오빠'들이 어느 순간엔가 아무도 찾지 않는 한물 간 연예인이 되어 버리는 걸 보면 역시 가끔은 다수의 사람들도 동시에 어리석은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걸 다시 느끼게 된다.
물론 시간은 정 반대의 사실을 입증해주기도 한다. 최근 내한공연을 마친 듀란듀란은 전성기인 1980년대 내내 '실력은 무슨, 외모가 전부'인 신통찮은 밴드 취급을 받았지만 세월이 흐른 뒤 오히려 뒤늦게 일렉트로니카 계열의 '큰형님'으로 새로운 존경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정체가 불분명한 젊은이들이 대형 아티스트로 남을 지, 아니면 그저 그런 아이들로 잊혀질지가 밝혀지는 데에는 얼마 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이거야 말로 제각각이다. 가왕 조용필조차도 막상 활동의 정점이던 20여년 전에는 '어차피 다 똑같은 딴따라'로 치부됐지만 서태지는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 음악적인 가치를 함께 인정받았다.
갑자기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건 지난주 발매된 에픽 하이의 5집을 듣고 난 덕분이다. 골수 힙합 팬들은 얼굴을 찡그릴 지도 모르지만 앨범 전체의 고른 완성도로 보나, 대표곡으로 뽑힌 '원'의 흡인력으로 보나, 이번 음반은 2008년 한국 가요계가 배출한 성과 중 하나로 꼽힐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5집을 계기로,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서 '찧고 까부는' 타블로와 미쓰라진의 모습으로 이들을 평가하는 시기는 얼마 남지 않았다는 느낌이다.
물론 음악성이란 어떤 식으로도 계량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대중의 호응이 없는 음악성이란 달밤에 비단옷을 입고 지나가는 헛수고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을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갖출 것은 다 갖춘 앨범을 계속 내 주고 있는 뮤지션들이야말로 한국 가요계의 진짜 희망인 셈이다.
송원섭 기자 [blog.joins.com/fivec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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