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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국 가수에 매료된 것은 조용필의 노래를 처음 접했을 때다. 1981년 서울에서 유학생활을 막 시작한 무렵 라디오에서 매일같이 ‘고추잠자리’나 ‘창밖의 여자’가 흘러나왔다. 압도적인 가창력은 물론이고 현대적인 감각과 독특함으로 가득 찬 그의 노래는 심금을 울렸다. “이런 노래는 들어본 적이 없다”며 충격에 가까운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새롭다. 그때 경험이 나의 한국관(觀)을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제2, 제3의 조용필이 나오면 한일관계는 분명히 크게 변할 것이라 직감하기도 했다.
일본에 데뷔한 조용필이 일본의 국민적인 연말 행사인 NHK ‘가요홍백전’에 한국 가수로서 처음 등장한 것이 1987년이다. 민주화 선언으로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고 서울 올림픽을 앞둔 해였다는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군사정권 시대와 다른 ‘새로운 한국’에 대한 일본인의 공감이 표출된 증거라고나 할까. 그 뒤에도 계은숙 김연자 등 한국 가수가 속속 가요홍백전에 출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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