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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이론이나 패럴렐 라이프 이론 같은 걸 평소 믿는 편은 아니지만, 올봄 바다를 사이에 둔 두 나라 아티스트의 귀환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데이비드 보위와 조용필, 올해 66살과 63살의 60대 가수다. 보위는 2003년 <리얼리티> 이래, 조용필은 <오버 더 레인보> 이래 각각 꼭 10년 만에 새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보위는 앨범 발매 직전 싱글 ‘웨어 아 위 나우?’를 깜짝 공개해 20년 만에 영국 차트 1위를 휩쓸었고 조용필은 ‘바운스’로 23년 만에 차트 1위를 달성했다. 1967년에 데뷔한 두 아티스트가 고정팬들을 위한 선물 같은 베스트앨범이나 박스세트가 아니라 신곡으로 가득 찬 앨범을 내놓은 것도 인상적이다. 음악 세계는 거리가 멀지만 카멜레온 같은 음악 변신과 시대를 앞서는 실험을 해왔다는 평가도 닮았다.
3월 말부터 영국 런던의 세계적인 빅토리아 앤드 앨버트 박물관에서 계속되는 보위 전시회는 온갖 티켓 예매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는데, 지난주 또다른 유명 전시장에선 ‘보위 바이러스’라는 사진전까지 더해졌다. 가히 “70년대 글램록의 대명사의 이미지가 런던을 뒤덮고 있는 형세”(<가디언>)다. ‘위대한 컴백 음반’이라는 비평가들의 극찬도 뒤따랐다. 조용필의 <헬로> 발매 첫날엔 청계천변에 수백명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음반 예약이 폭주하는 가운데 ‘젊은 사운드’에 대한 탄복이 이어졌다. 찬사가 계속되자 ‘그 정도는 아니다’라는 식의 목소리가 조금씩 나오는 양상까지 비슷하다.
여기서부터는 다르다. 조용필의 복귀를 두고 정치인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문화인, 그리고 가요계 후배들의 열렬한 지지와 감탄의 글이 넘쳐났다. 아이돌을 포함한 후배 가수들의 트위트는 한마디로 이렇게 요약된다. ‘이 나이에 아직도 이런 젊은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선배가 존경스럽고 자랑스럽다.’ 이런 글은 또다시 언론에 의해 기사화되며 조용필 신드롬을 가속화시킨다. 보위의 경우 이런 반응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냥 그 자체로 쿨하다, 아니면 마음에 안 든다는 식이다. 어느 쪽이 나을 것은 없지만, 둘의 귀환은 그 겹침만큼이나 우리 사회의 ‘어떤 결여’를 도드라지게 했다.
우리에게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오랜 세월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거의 없다. 70살 된 믹 재거나 66살 엘턴 존 같은 이들은 여전히 왕성한 활동을 하거나 화제의 대상이 된다. 비단 가요계나 문화계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니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론 ‘나이를 잊게 하는 젊은 사운드와 목소리’ 식의 하나같은 평가도 불편하다. 자신이 해오던 스타일의 음악을 세월의 더께가 쌓인 목소리로 들려주는 보위의 신곡을 듣고 있노라면, 다양한 스타일이 빈곤한 우리 가요계가 조용필에게 ‘젊음’을 강요한 측면이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든다.
존경이 넘쳐나는 조용필 현상의 한편에는 우리가 ‘존경이 사라진 사회’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작용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 정권 출범 초기 기기묘묘한 사유로 낙마하던 고위 공직자들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사회는 물론 자신의 일터에서도 존경의 대상을 찾기 힘든 세상이다. 대신 사람들은 문화인이나 연예인들에게서 위로를 받는다. (하긴 논문 표절 사태에 대한 배우 김혜수의 자세는 그 어떤 고위층보다 명쾌하고 쿨했다.) 후배 가수들이 선배에 대한 존경심을 절절히 표현하는 <불후의 명곡> 같은 방송 프로그램들을 보며 우리는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어째, 쓸쓸해진다. 오해를 무릅쓰고 말한다면, 대중가수 조용필에게 바쳐야 하는 건 사랑이지 존경이 아니다.
김영희 문화부장do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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