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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 vs 서태지' 논쟁을 보고 느낀점

박상준, 1999-12-24 01:32:21

조회 수
3592
추천 수
50
서태지와 조용필의 논쟁을 보고 너무나도 답답합을 느낀다. 외국물좀 먹었다고 잘난척한다는 욕을 먹을 위험을 무릅쓰고 결론부터 말하겠다. 우리나라 국민성에 큰 문제가 있다.

1. 무조건 새것만 좋아하고 오래된것은 무조건 비판한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단어중 하나가 '신세대'다. 우리나라 모든 국민을 '신세대'와 '구세대'로 구분 함과 동시에 어느 그룹에 속하냐에 따라 그들을 판단한다. '구세대'는 나쁜 이미지와 뭐든지간에 연관된다. 부정,부패,무식,흘러간 틀린 방식... 반면 '신세대'라는 단어를 붙히면 괜히 좋은것 같다. 그렇다 보니 사람들은 신세대 대열에 끼기위해 열심히 노력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어떤 가수를 들으면 '신세대' 어떤 가수를 들으면 '구세대'가 되다 보니 자기가 좋건 말건 일단 '구세대로 몰려 늙은이 취급 받지 않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듣고 좋아해야하는 노래'가 있다. 당연히 평론가도 독자들로부터 인기를 얻기 위해선 '신세대' 대열에 끼어야 했고 그들의 음악 평론도 편파적이 될수밖에 없다. 평론가가 '신세대'에 끼고 싶으면 서태지를 추키고 조용필을 죽여야 했던것은 말 할 필요가 없다.

이 '신세대', '구세대'의 단어가 생긴 이유를 따지다 보면 우리나라사람들의 국민성을 알수가 있다. 무조건 새것이 좋다. 새것이 꼭 뛰어나서가 아니라 새것이라는 이유만이다. 우리나라사람들이 얼마나 자주 자가용을 바꾸는 가를 보면 알수가 있다. 새것을 갖고 있으면 남보다 뛰어난 사람이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나온지 약 2-3달 된 노래를 노래방에서 부르면 왕따 당한다. 그런 노래들은 이미 '흘러간 노래'대열에 낀다. 무조건 신곡을 알아놔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조용필이 인정받는다는 것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외국에 살며 10대들이 꺼리김 없이 The Beatles, Rolling Stones, Queen, Led Zeppelin, David Bowie, Eagles등 20-30년된 음악가들을 꺼리김없이 좋아하고 오히려 그렇게 음악성있는 사람들을 좋아하는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문화를 본 나로서는 한국 문화를 보면 서양이 왜 선진국인가를 알수가 있다.

2. 실속보다는 겉치레
우리나라사람처럼 체면 차리는 국민들도 드물것이다. 속이야 어떻건간에 남보기 좋기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에 사회보장제도가 엉망이여도 좋다. 세계 일류 호텔만 서울에 있으면 된다. 그게 먼저 외국인들 눈에 띄니까. 건물 속에 철근이 들건 말건 상관 없다.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빨리 짓고 예산 절약했으니까. 음악도 마찬가지다. 음악성있는 음악 따질때가 아니다. 일단 인정받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좋아해야만하는' 노래가 있다. 내 생각은 진짜 어떤지는 중요하지 않다. 일단 남에게 인정받고 왕따되지 않기 위해선 좋아해야하는만 가수가 있다.

3. 내가 살기위해선 너를 죽여야만 한다. 모든것이 경쟁이다.
서태지가 1등이네 조용필이 1등이네 하면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습다. 외국에 경우를 보자. 내가 15년간 외국에 살았고 다른 사람보다는 좀 더 이른 93년부터 인터넷을 접했지만 아무리봐도 우리나라팬들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가수를 띄우기 위해 다른가수를 비하하는것을 보진 못했다. Queen팬들과 Led Zeppelin 팬들이 누가 1위라고 난리를 치는 것이 있나 찾아 보시기를... 자기가 그 음악가들을 좋아하면 그만이다. 남을 비하할 필요가 없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핑클팬들과 SES팬들은 상대방 홈페이지에가서 욕하기 바쁘다. HOT팬들과 젝키 팬들이 길거리에서 패싸움을 한다. 조성모가 젝키를 누르고 1등을 하면 관중중에 젝키팬들이 일제히 들고 있던 풍선을 터뜨리고 공개방송장을 퇴장한다. 한마디로 'ugly Korean'이다. 역시 '신세대'라 틀리구나...

더 길게 나열할 수 있지만 여기서 그치겠다. 이런 저질 환경에서 음악을 하시는 조용필님이 불쌍할때가 가끔있다. 그정도의 실력과 비젼으로 외국에서 태어나셨다면 길이길이 인정받는 음악가가 되셨을텐데...

6 댓글

....

2002-09-29 06:48:45

이 덧글을 상준님이 다시 볼까는 모르겠지만.... 제가 90년대부터 제 주위 사람들을 보며 품었던 생각과 일치하는군요. 지금 30대 중반쯤 접어들려고 하는 제 친구들 자기들이

....

2002-09-29 06:50:53

좋아해오던 노래를 하루 아침에 버리고 노래방에서 랩을 따라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었죠. 그래야 <젊은 오빠> < 미시족> 소리를 듣던 시절이니까.....그러다 분위기 오르면 서로

....

2002-09-29 06:53:28

눈치보며 가슴속에 품었던 노래하고...어찌보면 자기 모습에 자신없던..정체성 약한 세대였죠...386이상 세대는...서태지의 충격이 워낙 크기도 했고...대중음악 평론가들이 밥그릇

....

2002-09-29 06:55:02

넓히려고 노력하던 시기...음악평론,쟝르구분이 목적과 수단이 전도되어

....

2002-09-29 06:58:10

일어나던 시기....지금 2002년 9월... 이제는 가수라는 코드로 대중문화를 규정지어가는 시대, 정치적 힘도 갖추어야 하는 시대... 조용필 팬덤의 미래를 생각해봅니다.

....

2002-09-29 07:00:07

언젠가는 같이 고민하고 풍요로운 조용필 팬덤문화를 고민해보는 날도 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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