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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web 검색중에 그 책에 대하여 비평한 글이 있어 이렇게 올립니다. 다소 긴 내용이라 용필형님이 언급된 부분까지만 올립니다만 나머지 부분도 읽길 원하신다면 글 올려 주십시오.
[퍼옴]
한국 대중음악의 데이터베이스의 기초작업은 개인이 할 것이 아니다
● 서평 : 박준흠,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
99년 8월 / 교보문고
정호영 (아름나라 웹 PD)
1.
한국에서 처음으로 "작가주의" 관점을 주장하는 한국 대중음악 평론서가 나왔다. 박준흠이 [CMJ]와 [Rolling Stone]을 모델(외국의 유명 음악잡지를 웹으로나마 볼려면 우리가 링크해둔 아름나라 음악마을 링크란으로 가보아라)로 기획했다는 [서브]에서 연재하던 글을 [서브] 기자 출신인 김민규의 도움을 일부 받아서 편집해 나온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이란 책이다. 야심만만하게 60년대의 신중현에서부터 90년대의 인디 밴드들까지 포괄하는 음악 데이터베이스를 담은 박준흠의 [이 땅에서 음악을 한다는 것은]이란 책이 나온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받은 인상으로는 개인의 작업으로는 아주 훌륭하나 한국 대중음악의 데이터베이스의 기초로는 설계부터 잘못 되어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본격적인 한국 대중음악의 데이터베이스의 단초라기보다는 박준흠이라는 개인적 기호가 뚜렷한 직업 음악평론가의 개인 작업의 시작물로 보는 것이 적절한 것 같다.
데이터베이스는 처음에 세팅할 때 잘못 세팅하면 자료가 쌓여가면 갈수록 나중에 돌이킬 수 없게 된다. 데이터베이스가 잘못 쌓여간다고 깨닫고 데이터베이스를 고쳐야겠다고 생각하면 완전히 원점으로 돌아가야 한다.
2.
그는 두 가지 점에서 한국 대중음악 "데이터베이스의 구축의 기초"를 잡는데 실패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런데 이 실패는 그도 경계한 것이기에 무척이나 흥미로우며 또한 안타깝다.
그의 말을 빌려서 그의 실패의 원인을 지적하면 "기존의 평론가 상당수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혹은 좋아했던 음악)만을 듣는 경향이 있는데"라는 게 그의 실패의 원인이다. 또 한 가지가 있다면 단편적으로만 한 아티스트 하나 하나를 보는 "작가"에 치중하다보니 전체 대중음악의 맥락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결과로 그는
(1) 그는 대중음악사의 주류인 "가요"라고 하면 의식적으로 피해버리는 결벽증이 보인다.
그는 "동어반복적으로 얘기되는 조용필, 신승훈 등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이주원, 조동익, 강기영 등 음악저변의 역량 있는 뮤지션들을 다루고자 애썼다"라면서 "아직까지도 80년대 한국 대중음악은 조용필로만 얘기되고 심지어 '조용필-logy'를 얘기하는 일부 평론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대중에게 영합하는 평론이 아니라면 혹여 그들이 한국 대중음악사에서의 평론거리를 조용필에게서만 발견하는 것이 아니기 바랄 뿐이다"라고 조용필이라는 개인에게서 자신의 평론에서 뭔가 든든한 지원을 얻으려는 얄팍한 평론가들을 비판하고 있다. 그러면서 박준흠은 도도하게 조용필 관련자료는 전혀 언급이 되지 않고 있다.
나는 이것이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장르의 음악만을 듣는 경향"에서 나온 오류라고 본다. 조용필은 한 개인으로서 최고의 대중가요 가수의 인기를 누려서 한국 대중음악사에서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같이 작업을 했던 (그가 강조하는)"작가주의" 뮤지션들과의 교류 때문에라도 충분히 중요한 서술부분이 될 수 있다. 조용필의 음악파트너들은 당대 최고의 뮤지션들이었고(지금도 그러하고) 한국 대중음악에 많은 새로움을 가져다 준 사람들이었다.
아주 긴 글이 될지 모르니 몇 가지 예만 들면 유재하의 음악적 경력은 조용필 밴드에서 시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곡은 유재하 자신이 아니라 유재하가 건반으로 참여한 [조용필 7집]에서 조용필이 제일 처음 불렀다.(물론 유재하는 조용필이 자신의 곡을 제대로 소화 못한다고 불만을 보였다고는 한다.) 위대한 탄생에서 음악감독을 했던 이호준은 자신의 솔로 연주 음반들만으로 제대로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고 조용필의 일본진출 당시 음악감독이었던 송홍섭은 한대수 최고의 걸작음반인 [무한대]에 한대수에게서 편곡 요청을 받은 인정받는 명인이었고 이후 한영애 등의 편곡을 담당했고 유앤미 블루, 삐삐 밴드, 어어부 등의 제작자로 또 영화 [전태일]의 음악담당자였다.
조용필의 음악적 파트너들이 조용필 밴드에서 완전히 "가요" 반주자로만 활동하지 않았다는 것은 냉정하게 조용필의 음악을 들어보면 조용필과의 음악적 작업물들과 자신들의 프로젝트의 작업물이 같은 연장선상에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사랑과 평화에서 활동하던 김명곤에 대해서는 또 언급이 없다. 김명곤의 1기 사랑과 평화 해체 이후 한국 대중음악사에서 혁신을 가져온 훵키하고 그루브한 편곡들이―일례로 나미―그가 인정한 이현도와 듀스가 설 땅을 미리 닦아주지 않았나. 그의 서술은 역사적인 맥락을 짚어나가기보다는 갑자기 이현도와 듀스가 한국 대중음악사에 "짜쟌"하고 등장했다는 방식의 서술이다.
얄팍한 평론가들에 대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로 느끼니 이해는 간다. 그러나 "빈대 잡는다고 초가삼간 다 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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