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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4년 9월 초...(약...17년전)
한반도를 휩쓸고 지나가는 태풍의 위력...
내가 태어나고 첨으로 겪어 보는
최대의 물난리...
우리 동네(성내동)앞까지
차츰 차츰 물이 들어 오고 있었다.
벌써 저쪽 동네는(풍납동) 아파트 3층까지
이미 잠겨 버렸고,
많은 수재민들은 인근 학교로 대피했다.
많은 사람들이 동네 어귀에 나가
넘쳐 나는 물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며
닥친 재해에 어쩔 줄 몰라했다.
곳곳에 하수도와 정화조가 역류하여 물이 넘쳐났고,
불쾌한 냄새가 진동했으며
미처 피신하지 못한 쥐들이 죽어서 물에
둥둥 떠오르고..
대형 스치로폴을 뗏목 삼아 깊은 물에서
빠져 나오는 사람들..
곳곳에 헬기가 뜨고, 헬기에 매달려 구조 되는 사람들..
계속되던 친지들의 안부 전화도,
전화가 끊기는 바람에 연락 두절 되고
전기 마저 끊어진 상태라 저녁이 되자
온통 주위는 칠흑같은 어둠으로 더더욱 공포에 떨게했다.
촛불을 켜고, 밧데리 라디오에 귀 기울이며
만약에 사태에 대비 하기 위해
모두들 초긴장 상태였다.
이미 물에 잠긴 집들은 모두
학교로 대피했고..
우리는 한 동네 떨어진 친척 10층 아파트로
피해갔다.
뉴스에서는 긴급 속보로 계속되는
피해 사항을 속속 전해 주었고,
한강물의 수위를 실시간으로 전달해주었다.
'호우 경보'에서 '홍수 경보'로 바꾸고..
그때 지금도 생각나는 기자의 말과 모습...
"제발 이제는 비가 멈춰야 합니다.
한강이 넘치면 우리 서울 전체가 물에 잠깁니다.
계속되는 비가 너무나 야속합니다."
눈가엔 눈물과 울음섞인 그 기자 목소리의 떨림...
'한강이 넘친다.... 서울이 잠긴다...'
생각만 해도 무지 끔찍했다.
아~~ 이런 일이 일어 날 수있다니...
그날 밤 계속되는 뉴스 속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빠는 후레쉬를 챙겨들고 집에 물이 들어 왔는지
순찰(?)하러 가시고..
우리가 집에서 나올때 현관문까지
물이 차오르는 것 보구 나왔는데..
물은 한번 차오르면 순식간에 불어 난단다.
긴박하고도 무서운 밤이 흐르고..
밤새 계속되던 비가 멈추었고..
다행히 한강수위도 멈추었다.
(우리집, 바로 길 건너엔 안방까지 물이 들어 옴.
다행히, 우리는 현관문까지 들어 오고 멈춤!)
난, 난, 그 뒤로
장마때면, 아니, 태풍이 온다는 소리만 들으면
중2학년때 첨으로 내 눈으로 지켜본
수해가 생각 나곤 하여 밤새 잠을 못 이룬다.
얼마전 서울에 쏟아져 내린 그 비때문에도
무서워 잠을 이루지 못했고
날마다 뉴스로 보도되는 수재민들의 이야기가
가슴에 와 닿는다.
저 멀리 보이던 시뻘건 흙탕물이,
몇시간이 지나지 않아,
내 발목, 급기야 무릅까지 차오르던
그 때의 홍수를 잊을 수가 없다.
불과 물중 난 물이 더 무섭다고 생각한다.
걷잡을 수없는 불도 불길만 잡으면
잠재울 수있지만
걷잡을 수없는 물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아 낼 수가 없기에....
그 당시 그 긴박한 그 순간에..
내가 젤 먼저 쳉겼던 건..
바로 필님의 LP판과 테이프들..
그리고 벽에 붙혀놨던 대형 브로마이드를 뜯어 내고
스냅사진과 신문 잡지 스크랩해 놓은거와
각종 사진 코팅한 것등..
내 책상 한쪽에 잘 정돈 되어 있던 그 모든 것들을
쳉겨서 젤 높은 장농위에..올려 놓았다.
그리고도 걱정이 되어서(우리집은 연립 1층)
2층 친구집에다 갖다 놓았다었다.(물론 학교책과 가방도 함께~)
바로 우리집 앞 보육원이 이미 허리까지 물이 차오른 그 싯점에
내게는 너무나 소중한 필님의 자료들을
버리고 피신 한다는 것이 상상 할수 조차 없었다!
그렇게도 나에게는 아니 우리 필님 팬들에게는
필님의 모든 것이 보물 1호로 자리메김 하고 있는 것 같다.
오늘날....
그런 긴박한 일이 또 내게 벌어 진다면,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의 난....
과연 무엇을 가장 먼저 쳉길 것인지
반문해 본다~~~~~~~~
♡<내가 어렸을 적에> 재산 목록 1호로
필님의 자료를 젤 먼저 꼽았던
'아..름..다..운..향..기'의 추억 밟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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