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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콜로세움'을 보고난 후.

천랸무정, 2001-08-13 03:33:01

조회 수
617
추천 수
6
'TV콜로세움'이란 프로를 보았다. 이 프로는 가족 간의 어떤 갈등상황을 시청자와
네티즌들에게 공개한 후 인터넷 투표로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면, 그 결정에 따르
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한마디로 웃기는 방송이다..

이 방송 얘기를 여기서 왜 꺼내는가 하면, 오늘 방송된 내용 중에 '하드코어'를 하는
그룹(언더에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의 한 멤버와 그 멤버의 어머니가 출연을 하였
다.

갈등 내용은 나의 예상대로, 아들놈은 음악생활을 취미가 아닌 본업으로 매진하겠다
고 고집을 피우고, 그의 어머니는 음악은 그저 취미로 하고, 학업에 충실해 사회에서
정상(?)적인 직업을 갖고 정상(?)적인 사회인으로 커 나갔으면 하는 것이다. 이걸 네
티즌의 판단에 맡기고 그 결정에 따르겠단다.  

결과는 보나마나 아들의 승리.
네티즌의 절대다수가 10대~ 20대일텐데, 그들이 당연히 아들의 손을 들어줄 것임은
명약관화한 일이 아닌가! (아, 문자 썼다..죄송하다..)

2만대 4천.. 투표결과다..
어머니는 보일 듯 말 듯 눈물이 글썽거리고, 아들놈은 싱글벙글 좋아서 어쩔줄을 모
른다. 지켜보는 내가슴이 그만 시리다..  결국, 어머니는 투표결과에 순응할 것을 약
속하고, 더 나아가선 아들의 뒷바라지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국민(?)에게 약속한다.

어머니의 한마디..

"전, 음악생활을 반대한 것도 아들을 위해서고, 이렇게 결과에 따르는 것도 아들을
위해서 입니다. 아들이 그렇게 하고 싶다면 도와줘야죠.."

어머니란 존재는.. (갑자기 어머니가 보고싶다.. 엄마.. 보고싶어..T.T)

조용필님도 처음 음악생활을 시작하셨을 때에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 듯 하다. 가출하고, 형에게 붙들려 오고, 또 가출하고.. 자신이 믿
는 바 꿈과 신념을 끝끝내 포기하지 않고 척박한 문화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자신만
의 음악을 완성해 낸 조용필..        

조용필님이 만약, 오늘 방송에 나온 그 어리숙해 보이고, 음악에 대한 신념이나 독
한 의지 따위는 찾을래야 찾을 수 없는 말과 행동을 일삼는,또한 인생의 길을 엉뚱
하게 익명의 공간에서 책임감 따윈 하나 없는 네티즌이라는 신종 괴물들의 선택에
맡기는 짓을 벌이는 후배(?)를 보았다면 어떤 기분이 드셨을런지..

기분이 씁쓸하고 착잡하여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그런 걸 방송으로 내보내려 기획한 놈들도 정신나간 놈들이고 그러한 방송에 얼굴
을 들이민 그 애송이 그룹멤버도 반쯤 머리가 돈 놈이다.  

어찌 자신의 길을 그런 식으로 정하려 하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어찌 음악에 대한 열정과 신념이 그 따위로 가벼운지 모르겠다.
어찌 어머니를 그러한 곳에 밀어 넣어 눈에 눈물을 글썽이게 하는지 알다가도 모르
겠다..

자신의 길은 자기가 알아서 판단해 갈 일이다. 설사, 가족이, 어머니가 반대한다 하
더라도 자신의 꿈과 신념을 피력해 설득해 나가며 굳굳하게 자신의 길을 가면 되는
것이다. 그러다 가던 길이 정말 아니다 싶을 때, 자신의 의지로 돌아서면 되는 것이
고.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은 자신이 지는 것이다.

아, 갑자기 조용필님의 '나의 길'이란 노래를 듣고싶다. '나의 노래'도..


착잡한,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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