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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조용필과 나와 술 - 조용필과 해운대서 소주 20병 마시고 눈떠보니 바닷물에 반쯤 잠겨있어...
* * *
송 해(宋 海) 선배에게는 또 한가지 일화가 있다. 송 선배가 원래 술을 마시면 주사가 좀 있는 편이다. 어느날 술이 거나하게 취해 다짜고짜 파출소에 들어갔다. 새벽 4시쯤 됐을까.
자기를 알아본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금 이 시간에 불 켜놓고 일하는 곳 있으면 나와보라고 그래. 정말 수고 많으십니다.”
그리고는 맥주를 한 박스 사와서 경찰관들과 술을 먹기 시작했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갑자기 경비전화를 집어 내동댕이치면서 난리를 부리기 시작한 것이다.
“너네들, 누가 근무 중에 술 마시라고 그랬어? 경찰이 이래도 되는 거야?” 이날 소동은 결국 형수가 파출소에 와서 송 선배를 데리고 가는 것으로 해결됐다.
어쨌든 송 선배가 이렇게 술을 많이 마시고도 지금까지 건강하게 지내니 참 다행이다. 스스로 몸 관리를 잘 한 이유도 있지만 KBS ‘전국노래자랑’이라는 프로그램 덕이 큰 것 같다.
자신이 진행하는 고정 프로그램이 있으니까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전국을 돌아다닐 수 있는 것이다. 부디 건강하게 오래 사시길 기원한다.
술에 얽힌 일화로는 역시 조용필(趙容弼)과의 그 때 그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1980년대 초 부산에서 벌어진 일이다. 나와 조용필이 부산에서 따로따로 공연을 가진 어느날 내가 전화를 걸었다.
“용필아, 술 한 잔 하자.” 그리고는 당시 부산에서 가장 유명했던 술집 ‘기린살롱’에서 만나 양주를 몇 병 비웠다. 여기서 끝냈어야 했는데 내가 “낭만을 즐기자”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우리는 택시를 타고 해운대로 갔다. 이때가 새벽 2시였다. 포장마차에서 소주를 먹다가 또 그놈의 ‘낭만’ 때문에 백사장으로 향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우리는 바닷가에 술 궤짝을 놓고 안주와 소주 20병을 준비했다. 촛불까지 켜놓고 그야말로 낭만을 즐겼다. 게다가 용필이가 ‘촛불’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부르기까지 하니 술 맛이 안 날 리가 없었다.
그러다 그 자리에 쓰러져 잠이 들었다. 우리가 반쯤 물에 잠긴 것도, 해가 뜬 것도 몰랐다. 완전히 변사체였다. 백사장에서 우리를 발견한 아주머니들의 웅성대는 소리만 들렸다.
“이 사람, 조용필이다.” “아이다. 톱 스타 조용필이 왜 여기 이러고 있노?” “맞다. 여기 이주일도 있다 아이가.” “아니라니까. 그런데 참 비슷하게 못 생겼대이.”
결국 그 술과 낭만이 문제다. 그 좋은 술집에서 좋은 술 먹고 왜 입가심으로 소주를 먹었는지 모르겠다. 그 동안 용필이와 내가 마신 술은 아마 화물열차 한 칸 정도는 넉넉히 채울 것이다.
“술에는 나를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신만만해 하던 내가 참으로 어리석다. 요즘은 용필이도 소주를 반 명만 마신다고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입력시간 2002/06/0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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