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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 팬과의 만남 " 이터널리 펌
[ 3시간에 소주 20병 마신 조용필 ]
지금이야 대중음악의 중심지가 방송이지만 TV의 힘이 상대적으로 미약했던
1960~70년대 가수들의 주요 활동무대는 극장 쇼였다.
압도적인 인기를 누렸던 ‘10대 가수 쇼’를 비롯,
스타의 이름을 내건 ‘리사이틀’이 전국 극장이나 야간업소에서 열려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다.
그 시절 가수와 관객은 무대에서 직접 만났다.
어떤 측면에서 지금보다 인간적 냄새가 물씬 풍겼고 그만큼 많은 일화를 쏟아냈다.
1960~70년대 극장 무대를 주름잡던 쇼단으로는 김영호 단장이 이끈 ‘AAA’와
최봉호 단장이 주도했던 ‘777’이 꼽힌다.
한 시대를 화려하게 수놓았던 스타들은 거의 이곳에서 배출됐고 그 유명세를 등에 업고 TV로 진출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아무리 얼굴을 많이 내밀어도 결국 수입원은 극장 쇼였다.
그래서 트로트 가수든 포크 가수든 극장 쇼에 많은 비중을 두었다.
원로가수나 음악관계자들이 이때를 ‘가요의 황금기’라고 부르는 것도 그런 이유다.
당시 쇼 무대 사회자들이 털어놓는 스타들의 비화(秘話)를 통해
그 시절 가요계로 돌아가 본다.
' 리사이틀 시대의 마지막 스타’ 조용필이다.
조용필 얘기를 하면서 술과 관련한 에피소드를 빼놓을 수는 없다.
1980년 12월 제주 코리아극장 공연 때였다.
공연이 시작된 날 운수 사납게도 폭설이 쏟아져 제주행 비행기가 결항돼버리는 바람에
조용필은 꼼짝없이 김포공항에 묶여 오후 2시에 개막될 제주공연은 물건너갔고
오후 6시쯤에야 제주에 도착, 즉시 밤 공연에 임했지만 흥행은 완전히 망해버렸다.
공연 주최측이었던 ‘삼천리연예공사’의 김만두 단장은 허탈해하는
조용필을 위로하려고 룸살롱에 데려가려 했다.
그러자 조용필은 “돈도 못 번 마당에 무슨 고급 술집입니까?
굳이 가려면 포장마차나 갑시다”고 했다.
허름한 포장마차에서 그는 도리어 공연 주최측 사람을 위로하며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마치 마른 논에 물들어가듯 소주를 마셔댄 조용필은 단 3시간 만에
소주 한 상자(그러니까 20병)를 ‘거의 혼자서’ 깨끗이 비워냈다.
이때 사회자였던 김태랑씨의 증언.
“공연을 치르면서 애주가는 무수히 목격했지만 조용필처럼 가공할 두주불사(斗酒不辭)의
폭주가는 일찍이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도 그가 다음날 아무 일 없었다는 듯 거뜬히 공연에 나서는 것을 보고 다시 한 번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악에 관한 한 엄청난 욕심과 인간미가 공존하는 인물이 조용필이었다.
절대로 악기는 빌려주는 법이 없었지만 남들 공연에 기꺼이
그의 밴드 ‘위대한 탄생’을 지원할 줄 알았다.
다른 가수들의 공연에 연주해줄 밴드가 없어서 공연 주최측이 제주도 현지에서
조달하려고 하자 조용필은 “경비를 절약하라”며 ‘위대한 탄생’의 지원을 자청했다.
그리하여 자신과 하등 관계없는 무명가수의 공연에 밴드가 ‘무료로’ 무대에 올랐고
자신은 무대 뒤 커튼이 쳐진 구석에서 열성으로 기타를 연주했다고 한다.
무대 뒤쪽에서의 조용필은 워낙 분주했던 탓인지 시간만 나면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물론 깨어나면 술이었다.
‘눈감으면 잠, 눈뜨면 술’은 그의 유명한 생활방식이었다.
다시 술 얘기지만 술은 꼭 소주, 안주는 김치찌개,
술집은 포장마차였다(나중에는 당연히 양주, 과일, 고급술집으로 바뀌었겠지만).
그는 여간해서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고 오로지 남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언젠가 만난 한 연예기자의 조용필 인간론.
“그는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는 가슴에 깊이 보관한 인물이다!”
조용필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주일이다.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최봉호 사장) 소속이기도 했지만 ‘인간적 온도’가 서로 맞는
사람들이었다.
인기 위세 그리고 수입에 있어 쌍벽이기도 했고….
당연히 가까운 사이였고 그런 이유로 서로 툭탁툭탁 잘 다투기도 했다.
둘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이주일이 먼저
“용필아! 니가 스타냐?”고 시비를 걸면
조용필은 “그럼 형님은 스탑니까?” 하고 꼬치꼬치 응수하며 대드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니, 이 자식이?” “아무리 형이지만 말야!” 하며
제법 살벌한 말다툼으로 번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술이 깨면 마치 짜고 한 듯 “우리가 싸웠어?” 하고
‘끊긴 필름’을 부정한다.
이 정도면 숙명의 동반자라 하겠지만 한 사람이 가수고 한 사람이 코미디언이었기
망정이지 만약 분야가 같았더라면 두 사람은 아마 대권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견원지간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필요하다면 무조건 배우려는 열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 완벽주의로 공연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프로기질,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쓰러져 죽는 게 소원”이라는 진정성은 조용필을 논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요소들이다.
그런 것들이 50세가 넘은 지금도 공연만 하면 유료티켓 판매율 90%를 상회하는
유일한 국내 가수라는 위치를 낳은 밑거름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용필이 가요의 방송시대를 열면서 극장 쇼와 리사이틀 시대는 역사의 뒤켠으로 물러났다.
이곳에서 활동했던 음반 제작자와 매니저들도 1980년대 들어서는
KBS와 MBC 방송국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음악 흐름의 중심이 방송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말해 가요가 산업화하면서 가요계는 그 시절의 인간적 온기(溫氣)를 상실했다.
누구 말대로 지금은 ‘인간적 예술인’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스타’만 존재한다.
극장 쇼와 리사이틀은 바로 공연을 말한다.
우리 가요계가 무수한 역기능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공연이 아닌 방송출연이
음악의 주(主)가 되면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음악은 공연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음악예술의 향기’와 ‘음악산업의 위용’이 화학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다.
극장 쇼의 푸근한 뒷얘기들이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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