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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수원에 이어 부산 월드컵 투어 공연이 끝이 났네요.
숨이 찹니다. 올해 2005년.. 서울 시청을 시작으로 전국을 조용필님과 함께 다닐려니 '도대체 이게 무쉰 팔자인가..' 싶은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맴돕니다. 전생에 도대체 얼마나 착한 업을 많이 쌓았기에 이렇게 좋은 팔자를 타고 났나.. 뭐 이런 생각말입니다..^^
생각해보니, 조용필님 덕분에 전국에 안 가본 곳이 없네요.
또 생각해보니, 조용필님 아니면 평생 갈 일이 없을, 인연이 없을 곳까지 다 가본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주 좋아 죽겠습니다, 그려..
올해만 해도 조용필님 덕분에 처음 가보는 곳이 많아요.
제주도? 처음 갔습니다. 수원? 처음 갔습니다. 비록 제주도에서 본거라곤 공연장 가는 길에 버스에서 보았던 먼발치로 보이는 한라산이랑 공연장소인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 뿐이고, 수원에서 본거라곤 역시나 공연장 가는 길에 보았던 수원산성이랑 공연 장소인 월드컵 경기장 밖에 없지만 일단은 가봤다는게 중요하지 않겠습니꽈?
하반기때도 아주 기대가 큽니다.
확정된 곳이 인천, 서울, 대전이라죠? 이 도시중에 인천이 제가 아직 한번도 안 가본 도시랍니다. 대전은 벌써 예전에 조용필님 덕분에 구경했습니다. 그래봤자 대전에서 생각나는거라곤 공연 장소였던 엑스포 어쩌구 하는 공원뿐이지만, 아무튼 가봤습니다. 처음 가게 되는 인천이란 도시.. 정말 궁금한 것이 있는데, 인천 앞바다에 정말로 사이다병이 그렇게나 많이 떠 있슴니꽈? 인천에 가게되면 인천 앞바다에 꼭 확인하러 갈 겁니다.
사설이 길었네요.
월드컵 투어 그 세번째 도시인 부산, 이곳은 저의 본거지인 탓에 아주 가비얀 발걸음으로 공연장에 향했습니다. 더군다나 사직동이라니.. 제가 부산 사직동에서 이십여년을 살았답니다. '사직동 돼지 왕갈비집 큰아들' 하면 그 동네 사람들은 다 알아들을 정도로 제법 유지 행세를 하고 살았던 곳인데 그곳을 떠나온지 십여년 만에 조용필님 덕분에 다시 찾아가게 되었습니다.
사직동.. 참 많이 변했더군요..
공연장 가기 전에 사직동 이곳저곳 제가 살던 곳들을 돌아다녔는데, 여기저기 둘러보다보니 어느새 맘이 짠해지면서 가슴이 두근거리더군요. 제 아버님을 이곳 사직동에서 하늘로 떠나 보내었고, 제 첫사랑을 또한 이곳에서 만나고 또 떠나 보내었고.. 선배들, 친구들.. 거리마다, 골목마다 사연이 없는 곳이 없습니다만 하도 오랜만에 갔더니 조금은 낯설더군요.. 상념.. 상념.. 그리고, 후회..
아, 또 사설이 길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연 이야기를 해볼께요. 공연장에 12시 30분쯤에 도착했는데, 우리 미지 식구들은 한사람도 안보이더군요. 팬클럽 위대한 탄생의 회원님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는 늘 하던 버릇대로 경기장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입구마다 경호원.. 아니지, 조용필님의 표현대로라면 검은 정장을 입은 '경비'들이 버티고 서 있는데 제 목에 걸린 클럽 미지 카드를 보더니 공연 관계자로 보였는지 막지를 않더군요. 역시 경비답죠?
경기장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드는 첫번째 들었던 생각은 '아이고.. 큰일이다..' 였습니다. 제주도 서귀포 월드컵 경기장보다도, 수원 월드컵 경기장보다도 훨씬 규모가 큰 경기장이더군요. 허기사 이 경기장의 명칭이 '아시아드 주경기장'이니 오죽 크겠습니까. 제주도때는 이만 오천이 와도 꽉 차보였고, 수원때는 삼만 오천(으로 알고 있습니다)이 와도 꽉 차보였는데 이번 부산 경기장은 사만이 와도 썰렁해 보일 정도로 커보이더군요.
경기장 스탠드석을 둘러보았습니다. 타팬클럽의 플랭카드들은 자랑스러이 경기장 빙 둘러 여기저기 걸려 있는데, 우리 클럽 미지의 플랭카드는 눈씻고 찾아봐도 안보이더군요. 이게 뭔일인가 싶더군요. 그때부터 맘이 급해집니다. 여기저기 부경방 식구들에게 전화하고는 초조히 기다린지 한시간여만에 박꽃님이 도착, 같이 플랭카드를 거는데 이번엔 불사조님이 도착, 짐을 내려 놓고는 부스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뚝딱뚝딱 한시간여만에 공연준비 끝.
저는 이제 회사동료들을 기다립니다. 제가 초대했던 공장장님, 기술연구소장님, 그리고 친구. 세사람 모두 틈만 나면 저에게 '언제 조용필님이 근처에 공연하러 오면 꼭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던 사람들입니다. 그렇다고 이 사람들이 조용필님에게 특별한 애정이 있는 사람들이냐.. 하면, 그것은 아닙니다. 그냥 궁금할 뿐입니다. 조용필의 노래 솜씨가 대단하다든데, 공연이 볼만하다든데 얼마나 잘 부르고 대단한지 눈으로 확인하고 싶은.. 뭐 이런 정도입니다.
확인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거금을 들여 표를 사서는 선물했습니다. 좋아하더군요. 하지만, 지금은 후회를 하고 있습니다. 왜냐구요? 이 사람들이 조용필님의 공연을 보고나서 실망한거냐구요? 그건 아닙니다. 감탄들을 하고 갔습니다. 좋은 경험이었다, 좋은 공연이었다, 조용필.. 역시 소문대로 대단하네, 노래 실력 하나만큼은 대한민국 가수중 최고인거 같다등등 뭐 이런 소리들을 하고 갔습니다. 이 중에 두사람은 우리 팬클럽 뒷풀이까지 따라 왔습니다. 다음주 대구공연에도 가볼까? 이런 기특한 소리를 하면서 돌아 갔습니다.그런데 왜 후회하냐구요?
제가 재미가 없었습니다.
도무지 공연에 집중이 안되더군요. 공연내내 얼마나 안절부절이던지..
이 사람들이 공연을 지겨워 하지나 않을지, 조용필님이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최신곡(?)이라도 부르게 되면 눈치도 보이고.. 손에 하나씩 들려준 야광봉이 제 값을 해야 하는데 도무지 야광봉 흔들 기미는 안보이고.. 발로 살짝살짝 박자를 맞추는 모습을 보면 괜히 반갑고, 가만히 있으면 또 괜히 실망스럽고.. 등등.. 공연이 끝났어도 도대체가 생각이 나는게 없습디다. 내가 뭘 본거지?
...
이것으로 부산공연에 대한 야그는 그만 할까 합니다.
공연 끝나고 팬클럽 위탄과의 연합 뒷풀이 자리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오랜만에 정말 신나게 놀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1차 끝나고 2차에서의 생맥주 파티도 정말 유쾌한 시간이였습니다. 만나면 만날수록 팬클럽 위탄의 회원님들께 정이 담뿍 담뿍 들더군요. 다음 만남이 기대가 될 정도로.
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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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댓글
팬클럽운영자
2005-06-07 07:44:55
역시 경비였어? ㅎㅎㅎㅎㅎㅎ
암튼 무정님 후기를 읽고 있자니 웃음을 참느라 힘드네요.
ㅎㅎ
거실에 울 엄니왈.. 왜그래? 뭐하니? 실성한 애처럼 왜 낄낄거려. ㅋㅋㅋㅋㅋ
그래도 좋네.. 난 무정님 후기가 좋아~~ ㅋㅋㅋ
필사랑♡영미
2005-06-07 07:52:42
양보운전..안전운전..교통법규 잘 지키시길 바랍니다. 성질 부리지 말고요..^^
후기 잘 보고 갑니다. 암튼..후기 보고 있으면 웃음이 나네요.
미지카드가 한 몫을 단단히 하고 있다는 생각에...ㅋㅋㅋ
박꽃
2005-06-07 08:35:09
저분들의 생각은 어떨까??좋은걸까? 어떨까?자꾸 신경이 쓰이는게 당연하죠~
전 신랑인데도 첨으로 같이가니 신경이 자꾸 쓰이든데
무정님 오즉했을까??
부담스럽지요~
만날때마다 나이가 어려 보이는 무정님이셔요~
Sue
2005-06-07 08:48:53
어찌나 신경이 가던지.. 공연집중력이 쬐금 떨어지더라구
지오스님
2005-06-07 19:06:13
대체 무정님은 어떤 분이신쥐???
언젠가 뵐 날이 오겠지요.
새벽이슬
2005-06-07 23:28:32
만나면 만날수록 팬클럽 위탄의 회원님들께 정이 담뿍 담뿍 들더군요. 다음 만남이 기대가 될 정도로. <------- 마음먹기 나름..
애벌레
2005-06-08 01:04:36
가볍게 눈과 미소로 인사 나누게 되었었지만...그래도 반가웠어요..
후기 고맙게 잘 읽었습니다...
가오리
2005-06-08 06:51:05
최민정★
2005-06-08 07:17:02
고생 많이 했고 후기 잘 봤습니다
또순이
2005-06-08 07:58:21
전 부산에 살아도 아시아드경기장은 처음가봤어요 유명한 오빠땜시로 ㅋㅋ
바다
2005-06-08 08:21:36
자랑 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