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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386 노래들이 돌아온다

찍사, 2001-05-10 05:5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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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 조선 에서.......

[음악] 386 노래들이 돌아온다
복고 바람 타고 이선희ㆍ이문세ㆍ이승철 등 새 음반 발표
1980년대를 풍미했던 가수들이 돌아온다. 세계적인 복고 추세에 힘입어 그간 움츠렸던 386세대의 가수들이 새 앨범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 있다.


이선희 이문세 이두헌 임지훈 그리고 이승철이 줄줄이 신보를 냈고, 들국화 최성수 안치환도 새 앨범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져 어느 시점보다 80년대 음악의 울림이 커 보인다. 이들은 한결같이 80년대에 폭발적인 음반판매고는 물론 견고한 팬 층을 소유한 바 있는 당대의 거물들이다.

이선희는 그 시대를 대표한 '여자 조용필'이었으며, 이문세는 한때 앨범 판매고와 인기 측면에서 조용필 1인 천하에 도전했다. 이두헌은 그룹 '다섯 손가락'을 이끌면서 새 바람을 일으켰으며, 임지훈은 '사랑의 썰물'로 1987년 앨범 100만장 신화를 쌓은 인물이다.

이승철은 들국화와 함께 언더그라운드 록의 물결을 퍼뜨린 그룹 '부활'의 주역이었고, 최성수도 1986년 '남남' 등의 시적인 발라드로 일세를 풍미했다. 안치환은 80년대 중요한 음악현상이었던 노래운동그룹의 '노찾사'(노래를 찾는 사람들)에서 활약했다.

하지만 80년대 가수라는 의미는 시대적 가치도 내뿜지만 솔직히 이제는 '흘러간 가수'라는 뜻으로 다가온다. 정상적이라면 관록을 인정받아야 할 위치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90년대 이후 10대 지향 음악의 독점에 의해 대중의 관심권에서 밀려나 있는 형편이다.

신세대들은 그들의 이름을 알지만 좀처럼 그들의 음반을 사려하지 않으며, 그들을 지원해야 할 당시 주요 팬들이었던 386세대는 댄스음악이 주도하는 음반시장에 등을 돌린 지 오래다. 적어도 시장은 그들을 반기지 않는다.

■나름의 다양한 취향 즐겼던 시기

하지만 요즘은 분위기가 좀 다르다. 80년대를 수놓았던 가수들이 일제히 음반활동을 재개하면서 10대 중심의 주류음악계에 뚜렷한 대항선이 형성되고 있다. 개개인이 약할 때는 뭉쳐야 중력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입증이라도 하듯 동시다발의 컴백이 춤판으로 얼룩진 가요계에 작은 충격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신보에 대한 일반의 시선도 괜찮다. 예전만큼의 인기는 아니지만 이선희는 막 내놓은 'My life'란 제목의 12집에서 '이별 소곡' '아마' 등이 리퀘스트를 받으면서 활력을 되찾고 있다. 신보는 내지르는 음의 높이보다는 퍼뜨리는 음의 깊이를 구현했다는 점을 평가받는다. ‘필생의 동반자’인 이영훈과 다시 결합한 이문세는 13집을 통해 ‘기억이란 사랑보다…’ ‘여인의 향기’ 등 특유의 발라드를 들려주면서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여전히 기세가 등등한 이승철은 신곡 ‘고백’의 발표와 동시에 바람이 잡혔다.

지난 89년 다섯 손가락 4집을 낸 뒤 무려 12년 만에 앨범을 낸 이두헌은 다양한 패턴의 음악을 선보여 놀라움을 주고 있다. 버클리음대에서 닦은 연주와 편곡 실력이 유감 없이 발휘된 그의 앨범 ‘Imagine’은 스탠더드, 힙합, 라틴, 퓨전 재즈 등 여러 내용물을 담은 음악종합선물이다. ‘지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라는 임지훈 역시 통기타와 하모니카 위주의 음악을 탈피, 펑키 리듬을 실험하기도 한 앨범 ‘Beautiful things’와 함께 되돌아왔다.

이들의 컴백은 이름의 단순한 종합으로 의미가 그치지 않는다. 거기에는 한두 장르로 치닫고 있는 요즘 가요계에 대해 “80년대 음악은 이렇게 다양했다”는 엄중한 가르침이 있다.

사실 80년대 중ㆍ후반의 가요계는 조용필과 이선희로 상징되는 주류음악의 큰 호흡 아래 발라드(이문세 김민우 변진섭)와 댄스(김완선 소방차 박남정)의 체제가 확립되었고, 들국화 부활 시나위의 언더그라운드 록이 부활했으며 포크 부문도 ‘어떤 날’ ‘시인과 촌장’ 등 새로운 세력이 부상했다. 독재정권에 대항한 운동권 음악(정태춘, 노찾사)의 기세 또한 당당했고 심지어 트로트(주현미 현철)도 소생했다.

모든 음악이 있었고 수요자들도 각 세대가 모두 참여해 취향 나름의 노래를 즐겼다. 이 시기를 가요의 황금기로 규정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그때는 몰랐지만 이후 댄스와 약간의 발라드만이 판친 때와 비교해보니 새삼 좋았던, 바람직한 시절이었던 것이다.

■편향된 요즘 음악에 대한 '응징'


▲ 이두헌
이를테면 넓은 지형도에 살았던 80년대 가수들의 잇따른 컴백은 그 자체로서 편향된 요즘 음악에 대한 은근한 응징이다. 가수들도 이에 대한 의식을 감추지 않는다. 이문세는 “진정한 발라드가 나서지 않는다면 국내 가요시장은 기형적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생각에 더욱 앨범작업에 에너지를 쏟았다. 이를 위해 FM라디오 ‘2시의 데이트’ 진행도 반납했다.

이두헌이 갖가지 음악을 실험한 것이 극소수 음악의 극단적 상업화에 대한 반발임은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일. 그는 자신을 386세대 가수, 특정장르의 가수로 가볍게 규정하는 것마저 싫어한다. 음악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유로운 흐름’이라는 것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듯한 지금의 가요풍토에 대한 일종의 탄식이다.

임지훈은 “국내 가요시장에 환멸을 느껴 한때 음악을 그만둘 생각도 했다. 20∼30년된 문화를 소홀히 여기는 풍토가 야속했다.”고 말한다. 그는 음악이란 한때의 영화가 아니라 끊임없이 정진하는 것으로 재정리하고 나서 신보작업에 임했다.

80년대 가수들이 돌아와서 또 하나 선사하는 것은 잃어버린 보컬의 복원이다. 이문세가 호소력 있는 발라드를 부르고 이선희와 이승철이 절제와 힘을 뒤섞어 노래를 하고 임지훈이 독특한 탁성으로 애절한 노래를 부르고 이두헌이 진지하게 목소리를 퍼뜨릴 때 부각되는 것은 가수의 기본인 가창력이다.

근래의 노래는 가수의 목소리를 잃었다. 설령 발라드 가수가 있다 하더라도 가창의 방식은 개성 없이 너무 도식적이다. 80년대 가수들은 그들에게 자기만의 색깔로 노래를 하는 것이 가수의 본령임을 전한다.

이들의 집단 컴백은 추세라는 미명 하에 유린되고 있는 ‘음악하는 자유와 내공’의 중요성을 다시금 일깨우며, 시장으로 볼 때는 다양함을 확보하려는 의미 있는 흐름이다. 마침 비틀스니 비지스니 해서 세계적으로도 복고 물결이 완연해 타이밍도 좋다. 이제 음악시장의 안정된 갈채를 얻는 것만이 남았다.

(임진모 음악평론가: jjinmoo@hanmail.net)


말꼬랑쥐~
조용필님 이름이 3번이나 거론되는군여~~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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