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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IN] 영원한 '가왕(歌王)' 조용필
2002.09.24 (화)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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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우리 시대의 영원한 ‘가왕(歌王)’ 조용필(52)을 만나러 가는 길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가 연예계의 소문난 단짝 선배였던 이주일씨를 영원히 보내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행여 상실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하릴없이 놀고 있지는(?) 않을까?’ 별별 부질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조용필은 의외로 담담하고 차분해 보였다. “허무하다”는 짧은 한마디 뒤에 이어지는 담배 한 모금. 그의 모습에서 정말 가까운 이를 아주 멀리 떠나보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속 깊은 슬픔이 묻어나왔다.
이주일씨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여전히 진행형인 음악적 여정까지 ‘대가’의 과거와 미래를 따라잡기에 너무나 부족했던 2시간이었다.
―무척 건강해 보인다.
지난달 30일 한국에 오기 전 아내(안진현씨)와 함께 미국에서 해변으로 여행을 갔다. 모래사장을 어슬렁거렸을 뿐인데 많이 탔다.
―얼마 전 TV에서 이주일씨 산소에 찾아가는 장면을 봤는데.
(이)주일형이 혼수상태에 빠진 지 사흘째 되는 날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소식을 들었다. 최대한 일찍 오고 싶었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빨리 갈 줄은 몰랐다. (허공을 잠시 쳐다보고는)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고 지금은 허무하다는 생각뿐이다. 형은 오래 살았어야 할 사람이다.
―이주일씨와는 단짝으로 소문나 있는데.
생전의 일화를 다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뭐라고 할까, 그 형과는 마음으로 통했다. 둘 다 한참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 80년대에는 1년에 고작 한두번 만나는 게 전부였다. 나는 공연차 일본·미국으로 뛰어다니고, 형은 사업과 방송에 전념하던 때였다. 물론 한번 만나면 뿌리를 뽑을 정도로 제대로 (술을) 마셨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그때 좀더 많이 어울려다녔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술 얘기가 나왔는데 주당 명성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가.
(손사래를 치며)어이쿠! 그런 소리하면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혼난다. 옛날만큼 마시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겠는가. 밥 먹을 때 반주 한두 잔이면 충분하다. 실은 먹고 싶어도 체력이 달려서 안된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다. 내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면 건강하고, 아프다고 생각하면 진짜 아프다. 정말이다. 담배도 피우고 싶으면 피운다. 술도 먹고 싶으면 먹는다. 하루에 40분 가량 러닝머신에서 뛰는 게 다다. 골프채 역시 음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잡지 않는다. 그러니 스코어가 매번 그 자리다(웃음).
―대단히 멍청한 질문이다. 아직도 음악에 대해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평생 하는 일인데 소홀히 할 수 없지 않은가. 요즘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즐겨듣는다. 오랜 꿈인 뮤지컬 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장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목적이나 있는 것 같은데 단지 음악공부가 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다음달에는 후배 가수인 서태지의 공연이 있다.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특정 음악 또는 가수에 대한 평가는 당대에 이뤄질 수 없다. 지금 내가 뭐라 얘기하기에는 섣부르다. 음악은 ‘자기 표현의 방식’이다. 누구도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단지 그 친구가 새롭게 들고 나온 하드코어 록에 대해서는 글쎄, 내가 구세대여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은 무섭다(웃음). 욕도 나오고 비명소리도 나오고, 우리 정서와 맞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앞으로 일정은.
오는 29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들어간다. 데뷔 35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는 만큼 더욱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주제 없이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40회 이상 무대에 서지만 언제나 그곳(무대)에 있으면 떨린다. 콘서트를 마치고 시간이 나면 드라마나 영화음악에도 도전하고 싶다. 얼마 전 방송국에서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쉽게 응하지는 못할 것 같다. 제대로 하려면 1년 이상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미니 박스]
조용필은 콘서트 준비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기자가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무대 관계자들과 아이디어 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요즘 미국에 가면 한아름 가득히 DVD를 사고는 한다. 해외 유명가수들의 콘서트는 자신의 공연과 도대체 뭐가 다를까라는 고민을 하며 밤을 새워 TV 앞에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이때만은 사람 좋기로 소문난 조용필이지만 방해하면 혼난다. 이번 공연도 오랜 음악적 동료들인 ‘위대한 탄생’과 함께한다. 리드기타의 최희선, 베이스의 이태윤 등은 가요계의 숨은 실력자들인 동시에 그와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사이.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다. 내년 초에는 새 앨범 발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떤 장르에 도전하겠다고 마음 먹지 않는다. 그냥 물 흐르듯이 공부하고 있다가 녹음을 앞두고 떠오르는 영감에 의존할 뿐이다.” 일가를 이룬 사람답게 무심화법(無心話法)의 극치를 보여줬다.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
사진 | 이승재기자 sjlee@sportsseoul.com
2002.09.24 (화)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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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우리 시대의 영원한 ‘가왕(歌王)’ 조용필(52)을 만나러 가는 길은 발걸음이 무거웠다. 그가 연예계의 소문난 단짝 선배였던 이주일씨를 영원히 보내고 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기 때문이다. ‘행여 상실감에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하릴없이 놀고 있지는(?) 않을까?’ 별별 부질없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조용필은 의외로 담담하고 차분해 보였다. “허무하다”는 짧은 한마디 뒤에 이어지는 담배 한 모금. 그의 모습에서 정말 가까운 이를 아주 멀리 떠나보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속 깊은 슬픔이 묻어나왔다.
이주일씨에 대한 애틋한 추억과 여전히 진행형인 음악적 여정까지 ‘대가’의 과거와 미래를 따라잡기에 너무나 부족했던 2시간이었다.
―무척 건강해 보인다.
지난달 30일 한국에 오기 전 아내(안진현씨)와 함께 미국에서 해변으로 여행을 갔다. 모래사장을 어슬렁거렸을 뿐인데 많이 탔다.
―얼마 전 TV에서 이주일씨 산소에 찾아가는 장면을 봤는데.
(이)주일형이 혼수상태에 빠진 지 사흘째 되는 날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소식을 들었다. 최대한 일찍 오고 싶었는데…, 솔직히 그렇게까지 빨리 갈 줄은 몰랐다. (허공을 잠시 쳐다보고는) 처음에는 믿어지지 않았고 지금은 허무하다는 생각뿐이다. 형은 오래 살았어야 할 사람이다.
―이주일씨와는 단짝으로 소문나 있는데.
생전의 일화를 다 소개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뭐라고 할까, 그 형과는 마음으로 통했다. 둘 다 한참 정신없이 바쁘던 지난 80년대에는 1년에 고작 한두번 만나는 게 전부였다. 나는 공연차 일본·미국으로 뛰어다니고, 형은 사업과 방송에 전념하던 때였다. 물론 한번 만나면 뿌리를 뽑을 정도로 제대로 (술을) 마셨다. 부질없는 생각이지만 그때 좀더 많이 어울려다녔으면 좋았을 걸 하는 후회가 든다.
―술 얘기가 나왔는데 주당 명성은 여전히 이어가고 있는가.
(손사래를 치며)어이쿠! 그런 소리하면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혼난다. 옛날만큼 마시면 내가 지금 이 자리에 있겠는가. 밥 먹을 때 반주 한두 잔이면 충분하다. 실은 먹고 싶어도 체력이 달려서 안된다.
―건강 관리는 어떻게 하나.
모든 게 마음 먹기 나름이다. 내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면 건강하고, 아프다고 생각하면 진짜 아프다. 정말이다. 담배도 피우고 싶으면 피운다. 술도 먹고 싶으면 먹는다. 하루에 40분 가량 러닝머신에서 뛰는 게 다다. 골프채 역시 음반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잡지 않는다. 그러니 스코어가 매번 그 자리다(웃음).
―대단히 멍청한 질문이다. 아직도 음악에 대해 고민하는지 궁금하다.
평생 하는 일인데 소홀히 할 수 없지 않은가. 요즘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음악을 즐겨듣는다. 오랜 꿈인 뮤지컬 음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들어야만 하는 장르다. 이렇게 말하면 무슨 대단하고 거창한 목적이나 있는 것 같은데 단지 음악공부가 하고 싶어서일 뿐이다.
―다음달에는 후배 가수인 서태지의 공연이 있다. 그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특정 음악 또는 가수에 대한 평가는 당대에 이뤄질 수 없다. 지금 내가 뭐라 얘기하기에는 섣부르다. 음악은 ‘자기 표현의 방식’이다. 누구도 그에 대해 왈가왈부할 수 없다. 단지 그 친구가 새롭게 들고 나온 하드코어 록에 대해서는 글쎄, 내가 구세대여서 그런지 몰라도 조금은 무섭다(웃음). 욕도 나오고 비명소리도 나오고, 우리 정서와 맞는지는 다소 의문이다.
―앞으로 일정은.
오는 29일 대구를 시작으로 전국 순회공연에 들어간다. 데뷔 35주년 기념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하는 만큼 더욱 신경이 쓰인다. 특별한 주제 없이 최대한 많은 곡을 들려주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매년 40회 이상 무대에 서지만 언제나 그곳(무대)에 있으면 떨린다. 콘서트를 마치고 시간이 나면 드라마나 영화음악에도 도전하고 싶다. 얼마 전 방송국에서 제의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쉽게 응하지는 못할 것 같다. 제대로 하려면 1년 이상 붙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만한 시간이 날지 모르겠다.
[미니 박스]
조용필은 콘서트 준비 때문에 정신없이 바빴다. 기자가 사무실을 찾았을 때도 무대 관계자들과 아이디어 회의에 열중하고 있었다.
그는 요즘 미국에 가면 한아름 가득히 DVD를 사고는 한다. 해외 유명가수들의 콘서트는 자신의 공연과 도대체 뭐가 다를까라는 고민을 하며 밤을 새워 TV 앞에 앉아 있을 때가 많다. 이때만은 사람 좋기로 소문난 조용필이지만 방해하면 혼난다. 이번 공연도 오랜 음악적 동료들인 ‘위대한 탄생’과 함께한다. 리드기타의 최희선, 베이스의 이태윤 등은 가요계의 숨은 실력자들인 동시에 그와 생사고락을 같이 해온 사이. 그야말로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사이다. 내년 초에는 새 앨범 발표도 염두에 두고 있다. “어떤 장르에 도전하겠다고 마음 먹지 않는다. 그냥 물 흐르듯이 공부하고 있다가 녹음을 앞두고 떠오르는 영감에 의존할 뿐이다.” 일가를 이룬 사람답게 무심화법(無心話法)의 극치를 보여줬다.
조성준기자 whe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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