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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2001년 4월호에서...임진모님이 쓰신글입니다.
3시간에 소주 20병 마신 조용필
무대 뒤쪽에서의 조용필은 워낙 분주했던 탓인지 시간만 나면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물론 깨어나면 술이었다. ‘눈감으면 잠, 눈뜨면 술’은 그의 유명한 생활방식이었다. 다시 술 얘기지만 술은 꼭 소주, 안주는 김치찌개, 술집은 포장마차였다(나중에는 당연히 양주, 과일, 고급술집으로 바뀌었겠지만).
그는 여간해서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고 오로지 남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언젠가 만난 한 연예기자의 조용필 인간론.
“그는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는 가슴에 깊이 보관한 인물이다!”
조용필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주일이다.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최봉호 사장) 소속이기도 했지만 ‘인간적 온도’가 서로 맞는 사람들이었다. 인기 위세 그리고 수입에 있어 쌍벽이기도 했고…. 당연히 가까운 사이였고 그런 이유로 서로 툭탁툭탁 잘 다투기도 했다.
둘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이주일이 먼저 “용필아! 니가 스타냐?”고 시비를 걸면 조용필은 “그럼 형님은 스탑니까?” 하고 꼬치꼬치 응수하며 대드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니, 이 자식이?” “아무리 형이지만 말야!” 하며 제법 살벌한 말다툼으로 번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술이 깨면 마치 짜고 한 듯 “우리가 싸웠어?” 하고 ‘끊긴 필름’을 부정한다. 이 정도면 숙명의 동반자라 하겠지만 한 사람이 가수고 한 사람이 코미디언이었기 망정이지 만약 분야가 같았더라면 두 사람은 아마 대권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견원지간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필요하다면 무조건 배우려는 열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 완벽주의로 공연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프로기질,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쓰러져 죽는 게 소원”이라는 진정성은 조용필을 논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요소들이다. 그런 것들이 50세가 넘은 지금도 공연만 하면 유료티켓 판매율 90%를 상회하는 유일한 국내 가수라는 위치를 낳은 밑거름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용필이 가요의 방송시대를 열면서 극장 쇼와 리사이틀 시대는 역사의 뒤켠으로 물러났다. 이곳에서 활동했던 음반 제작자와 매니저들도 1980년대 들어서는 KBS와 MBC 방송국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음악 흐름의 중심이 방송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말해 가요가 산업화하면서 가요계는 그 시절의 인간적 온기(溫氣)를 상실했다. 누구 말대로 지금은 ‘인간적 예술인’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스타’만 존재한다.
극장 쇼와 리사이틀은 바로 공연을 말한다. 우리 가요계가 무수한 역기능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공연이 아닌 방송출연이 음악의 주(主)가 되면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음악은 공연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음악예술의 향기’와 ‘음악산업의 위용’이 화학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다. 극장 쇼의 푸근한 뒷얘기들이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3시간에 소주 20병 마신 조용필
무대 뒤쪽에서의 조용필은 워낙 분주했던 탓인지 시간만 나면 드러누워 잠을 청했다. 물론 깨어나면 술이었다. ‘눈감으면 잠, 눈뜨면 술’은 그의 유명한 생활방식이었다. 다시 술 얘기지만 술은 꼭 소주, 안주는 김치찌개, 술집은 포장마차였다(나중에는 당연히 양주, 과일, 고급술집으로 바뀌었겠지만).
그는 여간해서 자신의 ‘내면’을 털어놓은 적이 없었고 오로지 남의 얘기를 진지하게 경청했다. 언젠가 만난 한 연예기자의 조용필 인간론.
“그는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그 열쇠는 가슴에 깊이 보관한 인물이다!”
조용필이 전성기를 누리던 시절 떼려야 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이주일이다. 같은 매니지먼트 회사(최봉호 사장) 소속이기도 했지만 ‘인간적 온도’가 서로 맞는 사람들이었다. 인기 위세 그리고 수입에 있어 쌍벽이기도 했고…. 당연히 가까운 사이였고 그런 이유로 서로 툭탁툭탁 잘 다투기도 했다.
둘이 함께 술을 마시다가 적당히 취기가 오르면 이주일이 먼저 “용필아! 니가 스타냐?”고 시비를 걸면 조용필은 “그럼 형님은 스탑니까?” 하고 꼬치꼬치 응수하며 대드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나중에는 “아니, 이 자식이?” “아무리 형이지만 말야!” 하며 제법 살벌한 말다툼으로 번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다음날 술이 깨면 마치 짜고 한 듯 “우리가 싸웠어?” 하고 ‘끊긴 필름’을 부정한다. 이 정도면 숙명의 동반자라 하겠지만 한 사람이 가수고 한 사람이 코미디언이었기 망정이지 만약 분야가 같았더라면 두 사람은 아마 대권을 놓고 으르렁거리는 견원지간이 됐을지도 모른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필요하다면 무조건 배우려는 열의, 상상을 초월하는 무대 완벽주의로 공연 관계자들의 혀를 내두르게 하는 프로기질, “무대에서 노래하다가 쓰러져 죽는 게 소원”이라는 진정성은 조용필을 논할 때 빼놓아선 안 되는 요소들이다. 그런 것들이 50세가 넘은 지금도 공연만 하면 유료티켓 판매율 90%를 상회하는 유일한 국내 가수라는 위치를 낳은 밑거름임은 말할 필요도 없다.
조용필이 가요의 방송시대를 열면서 극장 쇼와 리사이틀 시대는 역사의 뒤켠으로 물러났다. 이곳에서 활동했던 음반 제작자와 매니저들도 1980년대 들어서는 KBS와 MBC 방송국으로 주무대를 옮겼다. 그러나 음악 흐름의 중심이 방송으로 이동하면서, 다시 말해 가요가 산업화하면서 가요계는 그 시절의 인간적 온기(溫氣)를 상실했다. 누구 말대로 지금은 ‘인간적 예술인’은 간 데 없고 오로지 ‘스타’만 존재한다.
극장 쇼와 리사이틀은 바로 공연을 말한다. 우리 가요계가 무수한 역기능에 시달리는 것은 어쩌면 공연이 아닌 방송출연이 음악의 주(主)가 되면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시 음악은 공연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음악예술의 향기’와 ‘음악산업의 위용’이 화학작용을 만들어낼 것이다. 극장 쇼의 푸근한 뒷얘기들이 지금 우리에게 새로운 의미를 던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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