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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열을 봉합하려는 끝없는 도전 - 조용필론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가 담긴 1980년의 앨범을 첫번째로 꼽는 조용필 자신의 기준에 따른다면 94년 여름에 조용필은 열다섯번째의 정규앨범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저조했다. 두드러지는 히트 싱글이 없는 관계로 이 앨범은 실패작의 궁지에 몰릴 법하다. 그러나 오랜만에 그의 백밴드 위대한 탄생과 해후하여 만든 이 앨범이야말로 <너의 그 느낌>의 노래말처럼 '많은 세월이 흘러간 지금/너에 대한 나의 설레임은 아직 그대로'인, 하나하나의 트랙에서 베테랑만이 분만할 수 있는 어른스러움으로 시종하는 그의 수작 중의 하나이다. 요컨대 '지천명(知天命)'을 향해 달려가는 이 지점에서 그는 80년대의 벽두에 그가 최초로 형성시킨 '오빠부대'의 공간을 떠나 아직 뚜렷한 지형도를 구축하고 있지 못하는 성인 취향의 대중음악(Adult Contemporary)문화의 완결을 위해 명확한 방향타를 잡은 것이다.

1976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터뜨린 뒤 대마초 파동이라는 최악의 시련을 넘기고 사년만에 복귀한 그는 단순히 치명적인 스캔들 이후에 살아남은 희귀한 대중음악가의 차원이 아니라 다양한 장르적 시도를 통해 본격적인 한국 대중음악문화 시대를 열어보이는 단 한명의 거장으로 우리 앞에 선다. 그가 득의만만하게 우리에게 제시한 <창밖의 여자>와 <단발머리>는 긴급조치의 암흑기 아래 또 다시 통속의 동어반복으로 몰락해 가던 한국 대중음악을 기사회생시킴과 동시에 발라드 VS 댄스뮤직이라는 80년대 이후의 지형도를 단번에 구축하는 이정표가 되었다. 그는 이 성공에 머무르지 않고 이후의 일련의 앨범들을 통해 트로트와 록큰롤, 블루스, 동요, 민요에 이르기까지 왕성하게 섭렵해 냄으로써 십대 취향과 성인 취향의 대중음악의 질서를 집대성한다.

이러한 판단은 1981년에서 83년까지 연속으로 발매된 그의 3,4,5집의 노래들이 가감없이 증명하고 있다. 80년대 전반에 급격히 퇴조한 트로트의 줄기에 긴급 수혈을 수행한 <미워 미워 미워>와 <일편단심 민들레야>와 서구 대중음악의 문법과 테크닉을 이 땅의 정서로 제련한 <여와 남>과 <고추잠자리>이 앞 뒤면에 나란히 자리하고 있는 세번째 앨범, 그리고 <못찾겠다 꾀꼬리>와 <비련> 같은 노래 사이로 더 없이 맑은 동요 <난 아니야>와 <새타령>,<성주풀이>를 위시한 민요들을 메들리로 엮는 맵시를 공존시키는 네번째 앨범은 균열과 분화의 이행기를 시작하던 한국대중음악의 지형도의 기반을 조성한 성과들이다. 80년대 전 시기를 걸쳐 단 한번도 상업적인 실패를 맛보지 않은 그 이면에는 이와 같은 포섭력이 복류하고 있었던 것이며, 이 일련의 작업들은 약간 비약해 말한다면 바로 서양음악사에서 바흐가 수행해 내었던 것에 비견될 만한 공헌인 것이다.

이와 같은 다양한 장르 순례는 그가 대중음악가로서는 거의 퇴물의 대우에 직면하게 되는 불혹의 고개에 다다르면서 새로운 꽃을 피우기 위한 방향으로 집중된다. 그가 새롭게 제기한 이정표는 89년 <<제10집 Part.II>>부터 94년의 최근작까지 모두 다섯장의 앨범을 통해 증명하고 있는 바, 바로 댄스뮤직과 시퀀서와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기반하는 이른바 하우스뮤직의 돌풍 속에 실종의 위기에 처한 AC(Adult Contemporary), 즉 성인 취향의 대중음악문화의 성립이다.

8집 앨범 때의 명콤비 양인자-김희갑과 트리오를 이루어 전편을 완성해 낸 그의 열한번째 앨범 <<10집 Part II>>는 또 하나의 성공작 <Q>에서 극단적으로 표출되는 양인자 특유의 감상주의가 이 앨범의 색채를 너무 분위기 중심으로 몰고가는 편향이 느껴지긴 하지만 오랜만에 민요적 흥취를 불러낸 <꽃이 되고 싶어라>와 뒷면 전체를 차지하고 있는 대곡 <말하라 그대들이 본 것이 무엇인가를>에서 발산되는 사색의 정감은 그가 이미 트로트가 아닌 새로운 성인 대중음악의 대안을 내놓을 것임을 예견케하는 것이었고 그것은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가속적으로 진행하게 된다.

항상 새로운 것을 갈급하는 십대의 과잉 욕망이 끝없이 수입신상품을 요구하며 한국대중음악을 그 뿌리부터 뒤흔들어 놓을 때, 그와 쌍벽을 이루며 독창적인 장르 실험을 계속해 왔던 송창식이 1987년 이후 이 혼란의 소용돌이로부터 멀찌감치 은인자중의 운명을 선택할 때, 그리고 이 기세등등한 인민재판 앞에 1930년대부터 통속성의 권좌를 내놓지 않았던 트로트가 마침내 눈물을 훔치며 무대의 뒤편으로 밀려나는 바로 그 순간에, 조용필은 거의 본능적으로 이 문화적 불균형을 돌파하려는 음악적 대안을 제출한다. 그것은 <돌아와요 부산항에>에서 <허공>에 이르는 혁혁한 트로트의 계보를 잇는 작업이 아니었으며 자신이 섭렵했던 모든 장르 문법들의 내면에서 성숙하게 융합시키고 발효시킴으로써 탄생한 오직 자신만이 가능한,'조용필 류'의 음악들이었다.

숨돌릴 틈도 없이 90년대의 벽두에 발표한 열두번째 앨범의 머리곡 <추억 속의 재회>는 바로 스스로가 부과한 질문에 대한 첫번째 응답이다. 이 노래의 서주부에 한없이 여유롭게 그러나 너무나 또렷하게 새겨지는 16비트의 템포와 4도의 협소한 음역에서 서서히 용틀임치는 첫 네 마디의 선율에 귀기울여 보라. 그는 바로 이 한 곡에서 위기에 몰린 한국의 AC 음악이 트로트에의 의존없이 독자적으로 구성될 수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으며 그것은 이듬해의 걸작 앨범
<<THE DREAMS>>와 92년의 <<CHO YONG PIL 14>>로 바로 이어진다.
약간 쉰 듯한 그의 보컬이 진성과 가성을 오가며 오히려 원숙한 미의식을 분만하는 가운데, 다양한 장르를 연금하는 그의 용광로는 단단한 결정(結晶)들을 쉴새 없이 형상해 낸다. 그의 최고 걸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데 주저함이 없는 <꿈>에 이르면 우리는 단순성과 복잡함이 어떻게 음악적으로 만나는가를 관람하게 된다. 즉 '머나먼 길을 찾아 여기에/굼을 찾아 여기에/괴롭고도 험한 이 길을 왔는데/이 세상 어디가 숲인지/어디가 늪인지'로 이어지는 후렴부는 단지 c'- g'의 음표만을 고용했을 뿐인데도 대단히 극적인 울림을 자아내는데, 그것의 비밀은 간결한 음계와 리듬의 아래에 치밀하게 자리잡은 음악감독으로서의 편곡의 역량에 있다. 그는 신서사이저 기타까지 포섭하는 현악기들과 피아노, 키보드 등으로 이루어진 건반악기, 그리고 다양한 음색을 가진 여러 종류의 퍼커션들을 결코 모남이 없이 능란하게 배치함으로써 <창밖의 여자>의 궤를 계승하는 <슬픈 베아트리체> 같은 발라드나 흥겹지만 난만하지 않은 삼바 리듬의 퓨젼 재즈 <장미꽃 불을 켜요>, 그리고 차분히 가라앉은 록큰롤 <추억이 잠든 거리>같은 곡에서 드물게는 트로트의 음계를 채택한 <이별의 인사>에 이르기까지, 또 다른 한편으로 웅장한 관현악적 서주부와 스트레이트한 록 리듬이 절묘하게 결합하는 <흔적의 의미> 같은 수작들을 우리에게 안겨 주는 것이다.

그는 모든 것을 다 받아들이고도 자신의 색깔을 잃지 않는 바다와 같다. 트로트와 서구 대중음악의 그 어떤 요소도 그의 손을 거치면 전혀 다른 뉘앙스로 탈바꿈하는 것이다. 이 연금술의 비결은 어쩌면 너무나 평범한 데에 있다. 즉 그는 서구의 대중음악을 수용하는 그 순간에도 서구에 대한 환상의 우물에 자신을 빠트리지 않았으며 서구의 음계 위로 좌충우돌할 때에도 민요와 잡가의 본연적인 느낌을 놓치지 않았다. 그의 음악과 음악에 대한 태도가 결코 실험적이거나 독창적인 것은 아니라고 탄핵하 것은 물론 타당한 진술이다. 하지만 열광적인 환호 속에서도 현재 그의 후배들이 구사하고 있는 대부분의 기법들이 바로 조용필에 의해 이미 시도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김수철 같은 주변의 영웅도 필요하지만 조용필 같이 자기과시욕에 빠지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중심의 우상도 필요불가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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