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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보컬리스트들의 초상
강헌(대중음악평론가)
모든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를 지향한다. 무대의 중심에 인간의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지니지 못하면 위대한 음악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스타는 되지 못한다. 대중음악사는 다름 아닌 보 컬리스트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누가 가장 뛰어난 보컬리스트인가를 두고 벌이는 음악팬들의 설왕설래는 음악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벌어지는 가장 대중적인 논쟁이 아닐 수 없다. 모 컴퓨터 통신사의 게시판에서도 가장 뛰어난 한국 여성 보컬리스트가 누구이냐를 두고 이선희와 신효범, 정수라 등의 팬들이 열전을 벌이고 있고, 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술자리나 친구들의 모임에서 이 주제를 두고 입씨름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자, 그러면 우리 대중음악사의 영웅적인 보컬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 보도록 하자.
당대 보컬리스트의 리스트에서 가장 압도적인 호소력을 분만하는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다고 흔히 지목되는 인물은 80년대 메틀 밴드 시나위 출신의 록커 임재범이다. 그는 공중파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라이브 컨서트마저도 거의 기피하고 있지만, 네 장에 이르는 솔로 앨범을 통해 깊고 무거우며 순식간에 음폭을 장악해 버리는 막강한 에너지와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쓸쓸한 톤으로 남녀 성별은 물론 십대에서 사십대를 아우르는 세대의 벽까지를 손쉽게 넘어 버린다.
4집의 <너를 위해>라는 록 발라드에서 보여준 그의 보컬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너비와 깊이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수많은 보컬리스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도달하는 높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쉽게 돌파해 버린다. 그가 솔로 데뷔 후 수많은 파행을 일으키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 보컬의 흡인력 때문이다.다만 솔로 앨범들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그의 보컬의 내공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 옥의 티다.
임재범 이후의 최고의 보컬로 손꼽히는 N세대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효신이다. 그는 이미 십대의 나이에 웬만한 삽십대 베테랑의 호흡을 구사하며 점점 희박해 가는 보컬의 카리스마의 계보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리듬앤블루스의 유려한 그루브에다 낮게 형성되어 있는 허스키의 무게중심은 그의 나이를 의심하게 한다. 두 장의 솔로 앨범 말고도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에서 베테랑 록 보컬리스트 권인하와 듀오로 보여준 <그것만이 내 세상>의 압권의 장면이나 김동환의 <묻어버린 아픔>을 소화하는 그의 진득한 보컬은 임재범의 그것처럼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것이다.
흔히 리듬앤블루스의 기수로 그를 꼽지만 박효신의 보컬은 미국 흑인 남성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주정적인 농도가 훨씬 더 짙은 한국적 스타일이 강하다. 흔히 교포 출신 보컬리스트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종의 '빠다냄새'가 그에겐 없으며 훨씬 더 굵은 선의 보컬을 구사한다. 그것이 이 젊디 젊은 보컬리스트에게 더욱 훌륭한 미래의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적인 위대함의 봉우리에는 아직도 그 위용이 퇴색하지 않은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살아 있는 신화 들국화의 프론트 맨 전인권이 우뚝 서 있다. 그는 동양인에게는 한계로 느껴져 온 샤우트(shout) 창법을 독창적으로 수용하면서 서구의 록 영웅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황홀경의 신천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G 키의 고음을 솟구쳐 오를 때면 관객들은 전율을 느낀다. 그의 고역은 흔히 록 보컬리스트들이 구사하는 것처럼 결이 협소한 금속질이 아니라 풍부한 대지의 힘이 느껴진다. 그 마력이 80년대의 수많은 무명 청년들로 하여금 음악의 길로 인도하는 아찔한 매혹이었으며 그것은 아직도 아무도 넘지 못한 정상의 위용인 것이다.
들국화는 비록 두 장의 정규 앨범만으로 끝났지만 이후의 솔로 앨범을 통해 <돌고 돌고 돌고>나 <사랑한 후에>같은 걸작 트랙을 토해 내면서 전인권은 노예 농장에서 배태되어 세계 음악 시장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샤우트의 엑스터시를 우리에게 경험하게 한 보컬리스트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1926년 윤심덕 이후 이미자, 패티 김에 이르는 장구한 여성 보컬리스트의 계보에서 가장 개성적이며 가장 압도적인 폭발력을 구사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한영애라는 이름에게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본다. 그의 광대한 보컬의 세계는 90년대의 어린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기교를 아예 넘어서버린 통찰력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마치 감전당한 듯한 주술을 경험하게 되는 데, 무대에서 그 작은 몸은 어느덧 우주를 덮을 듯한 무당의 신비로움을 강렬하게 발산하는 진원지가 된다. 동아기획에서 발매되었던 그의 세 솔로 앨범들의 위대함이야 이미 거의 모든 이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지만 블루스와 록, 포크 모두의 자양분을 그 만의 방식으로 흡수한 가장 뛰어난 걸작은 <<아우성(我友聲)>>이라는 부제가 붙은 1993년의 두장짜리 라이브 앨범이다.
정규 앨범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에 비해 아직 일천한 시장 규모와 미흡한 기술력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국내 라이브 앨범의 현 주소이지만 적지 않은 라이브 앨범의 목록 중에서 단연 첫 머리에 놓을 수 있는 이 앨범은 스튜디오 레코딩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자유로운 예술혼의 즉흥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강헌(대중음악평론가)
모든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를 지향한다. 무대의 중심에 인간의 목소리가 자리하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다. 자신의 목소리를 지니지 못하면 위대한 음악가는 될 수 있을지언정 스타는 되지 못한다. 대중음악사는 다름 아닌 보 컬리스트의 역사이기도 한 것이다.
따라서 누가 가장 뛰어난 보컬리스트인가를 두고 벌이는 음악팬들의 설왕설래는 음악이 있는 곳이면 언제나 벌어지는 가장 대중적인 논쟁이 아닐 수 없다. 모 컴퓨터 통신사의 게시판에서도 가장 뛰어난 한국 여성 보컬리스트가 누구이냐를 두고 이선희와 신효범, 정수라 등의 팬들이 열전을 벌이고 있고, 굳이 인터넷이 아니더라도 가벼운 술자리나 친구들의 모임에서 이 주제를 두고 입씨름에 열을 올리지 않은 사람은 아마도 거의 없을 것이다. 자, 그러면 우리 대중음악사의 영웅적인 보컬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 보도록 하자.
당대 보컬리스트의 리스트에서 가장 압도적인 호소력을 분만하는 카리스마를 보유하고 있다고 흔히 지목되는 인물은 80년대 메틀 밴드 시나위 출신의 록커 임재범이다. 그는 공중파 방송은 말할 것도 없고 라이브 컨서트마저도 거의 기피하고 있지만, 네 장에 이르는 솔로 앨범을 통해 깊고 무거우며 순식간에 음폭을 장악해 버리는 막강한 에너지와 어딘가 비어 있는 듯한 쓸쓸한 톤으로 남녀 성별은 물론 십대에서 사십대를 아우르는 세대의 벽까지를 손쉽게 넘어 버린다.
4집의 <너를 위해>라는 록 발라드에서 보여준 그의 보컬은 정말이지 경이로운 너비와 깊이를 지니고 있는 것이었다. 그는 수많은 보컬리스트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간신히 도달하는 높이를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쉽게 돌파해 버린다. 그가 솔로 데뷔 후 수많은 파행을 일으키며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퇴출당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살아 남을 수 있었던 것은 다름 아닌 바로 이 보컬의 흡인력 때문이다.다만 솔로 앨범들의 전반적인 완성도가 그의 보컬의 내공보다 훨씬 떨어진다는 것이 옥의 티다.
임재범 이후의 최고의 보컬로 손꼽히는 N세대는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박효신이다. 그는 이미 십대의 나이에 웬만한 삽십대 베테랑의 호흡을 구사하며 점점 희박해 가는 보컬의 카리스마의 계보에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리듬앤블루스의 유려한 그루브에다 낮게 형성되어 있는 허스키의 무게중심은 그의 나이를 의심하게 한다. 두 장의 솔로 앨범 말고도 들국화 트리뷰트 앨범에서 베테랑 록 보컬리스트 권인하와 듀오로 보여준 <그것만이 내 세상>의 압권의 장면이나 김동환의 <묻어버린 아픔>을 소화하는 그의 진득한 보컬은 임재범의 그것처럼 세대와 성별을 초월하는 것이다.
흔히 리듬앤블루스의 기수로 그를 꼽지만 박효신의 보컬은 미국 흑인 남성의 스타일이라기 보다는 주정적인 농도가 훨씬 더 짙은 한국적 스타일이 강하다. 흔히 교포 출신 보컬리스트들에게서 발견되는 일종의 '빠다냄새'가 그에겐 없으며 훨씬 더 굵은 선의 보컬을 구사한다. 그것이 이 젊디 젊은 보컬리스트에게 더욱 훌륭한 미래의 성과를 기대하게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남성적인 위대함의 봉우리에는 아직도 그 위용이 퇴색하지 않은 80년대 언더그라운드의 살아 있는 신화 들국화의 프론트 맨 전인권이 우뚝 서 있다. 그는 동양인에게는 한계로 느껴져 온 샤우트(shout) 창법을 독창적으로 수용하면서 서구의 록 영웅들에게 전혀 밀리지 않는 황홀경의 신천지를 개척한 인물이다. 그가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는 G 키의 고음을 솟구쳐 오를 때면 관객들은 전율을 느낀다. 그의 고역은 흔히 록 보컬리스트들이 구사하는 것처럼 결이 협소한 금속질이 아니라 풍부한 대지의 힘이 느껴진다. 그 마력이 80년대의 수많은 무명 청년들로 하여금 음악의 길로 인도하는 아찔한 매혹이었으며 그것은 아직도 아무도 넘지 못한 정상의 위용인 것이다.
들국화는 비록 두 장의 정규 앨범만으로 끝났지만 이후의 솔로 앨범을 통해 <돌고 돌고 돌고>나 <사랑한 후에>같은 걸작 트랙을 토해 내면서 전인권은 노예 농장에서 배태되어 세계 음악 시장으로 진화를 거듭해 온 샤우트의 엑스터시를 우리에게 경험하게 한 보컬리스트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1926년 윤심덕 이후 이미자, 패티 김에 이르는 장구한 여성 보컬리스트의 계보에서 가장 개성적이며 가장 압도적인 폭발력을 구사한 인물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한영애라는 이름에게 영광을 돌려야 한다고 본다. 그의 광대한 보컬의 세계는 90년대의 어린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범접할 수 없는 위엄과 기교를 아예 넘어서버린 통찰력이 깃들어 있다. 우리는 그의 목소리에서 마치 감전당한 듯한 주술을 경험하게 되는 데, 무대에서 그 작은 몸은 어느덧 우주를 덮을 듯한 무당의 신비로움을 강렬하게 발산하는 진원지가 된다. 동아기획에서 발매되었던 그의 세 솔로 앨범들의 위대함이야 이미 거의 모든 이들이 동조하고 있는 것이지만 블루스와 록, 포크 모두의 자양분을 그 만의 방식으로 흡수한 가장 뛰어난 걸작은 <<아우성(我友聲)>>이라는 부제가 붙은 1993년의 두장짜리 라이브 앨범이다.
정규 앨범이나 컴필레이션 앨범에 비해 아직 일천한 시장 규모와 미흡한 기술력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국내 라이브 앨범의 현 주소이지만 적지 않은 라이브 앨범의 목록 중에서 단연 첫 머리에 놓을 수 있는 이 앨범은 스튜디오 레코딩에서는 결코 만날 수 없는 자유로운 예술혼의 즉흥 미학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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