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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레코드 임사장 보시게...

, 2003-09-07 09:03:59

조회 수
677
추천 수
6
장사꾼..
그렇지, 장사하는 사람은 이익을 남겨야 하는 것이지. 장사꾼은..
당신이 아무리 '음악계'에 몸담은 사람이지만 결국 당신은 '음악'으로
'이익'을 남겨야 하는 사람이지. 그렇지, 당신은 음악을 파는 사람이야.
그걸 내가 잠시 잊었네.. 당신은 음악을 팔아 먹고사는 장사꾼임을
잊었네..


이봐, 임사장..
당신이 음악을 파는 사람이면, 우리가 사랑하고 존경하는 조용필님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야. 그렇지, 그사람은 만들줄만 알아.. 한곡, 한곡..
밤을 새워가며 음표 하나하나에 온신경을 다 쏟아가며 그렇게 만들줄만
알아.. 파는건 잘 몰라.. 지금도 모르는거 같고.. 이게 안타까워..


그래, 임사장..
장사꾼은 장사를 잘해서 이익을 남기면 되고, 음악인은 음악을 잘 만들
면 되는 것이 바른 이치겠지. 음악인이 음악을 팔고 싶으면 장사꾼에게
맡기면 되는 것이고.. 장사꾼이 큰 이익을 남기고 싶으면 팔릴만한 음악
을 만드는 음악인을 찾으면 되는 것이고..


그렇지..
당신, 임사장은 제대로 된 물건을 고르거였지.. 대박중에도 그런 대박이
없었지.. 아마도 임사장 자네의 소유회사인 지구레코드가 건진 음악인
중에 최고의 물건이였을거야.. 지금의 지구레코드로 만들고 키울 정도로
엄청난 대박 상품이였지.. 그래, 상품.. 당신은 조용필님은 '상품'으로 본
것일게야..


그런데 말야..
당신에겐 그저 큰 '이익'을 남겨준 '상품'일뿐인 조용필님과 그의 음악들
은 대한민국 국민들, 음악인들에게 상품 그 이상이였어.. 1집에서 8집까지
한곡, 한곡들이 다 의미가 있는 음악들이야.. 그걸 자네가 알지 모르겠어..
안다면 그러지 않겠지..


자네도 알다시피..
소위 전통가요가 겨우 명맥을 유지해가던 중에 대한민국의 대중음악시장
은 온통 서구음악, 즉 팝이 차지를 하고 있었지.. 음반사들마다 거액의 돈
을 외국 음반사들한테 물어주면서까지 서구음악들을 수입해다가 발매를
했었고.. 가수들은, 소위 음악인들은 외국 가수들 흉내내기에 바쁜 시절이
였고..


그걸..
조용필님이 바꿔버린거야..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큰 물줄기를 그 자그만
몸으로 돌려세워버린거야.. 한국인이 만든 한민족의 감수성이 짙게 묻어난
한국의 음악으로 한국의 대중음악시장을 채운거지.. 1집부터 8집.. 당신이
가진 그 음악들.. 그 음악들 하나하나가 그런 큰일을 해낸거지..


창밖의 여자.. 촛불.. 간양록.. 못찾겠다 꾀꼬리.. 생명.. 자존심.. 한강..
황진이.. 눈물의 파티.. 차라리 학이 되리라.. 눈물로 보이는 그대.. 어제
그리고 오늘.. 프리마돈나.. 내가 어렸을 적에.. 그대여.. 들꽃.. 미지의 세
계.. 아시아의 불꽃.. 여행을 떠나요..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사랑의 만가.. 내 가슴에 내리는 비..


제목들을 죽 적으면서 눈물이 앞서네..
당신이 가진 저 노래들을 보게.. 대충 내가 기억하는 노래들만 적었네..
한곡.. 한곡.. 당신, 임사장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채워준 곡들이네만.. 저기
저 음악들은 단순히 상품 그이상의 음악들이라네.. 한곡.. 한곡들마다 대한
민국 대중음악사에 한자리씩 큰의미를 차지하는 곡들이라네.. 나를 비롯해
당신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아껴야 하고 기억해야
할 곡들이라네.. 당신이 그렇게 헐값으로 여기저기 내돌릴 곡들이 아니라는
말이네..


괴롭다네..


제발 좀 아껴주게..
당신이 한국인이라면 말이네..
당신이 한민족이라면 말이네..


그래, 당신은 장사꾼이네.. 그렇지만 장사꾼에게 '상도의'라는 것이 있는
걸로 알고 있네..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켜주시게.. 최소한의.. 예의를 말
이네..


올해..
조용필님은 음악인생 35주년을 맞았네.. 그 35년 안에는 당신, 임사장과
그리고 지구레코드와 함께 보낸 10년의 세월도 포함이 되어있네.. 당신
에게 문득 감사드리고 싶어지네.. 어쩌면 말이네.. 당신과 지구레코드가
없었다면 지금의 조용필님은 어떤 모습으로 있었을까 상상을 해보네..


한때는..
조용필님의 음반들에 찍혀있는 '지구'라는 상표가 참 든든한 적도 있었지..
보증수표같은 그런 기분도 들었고 말야.. 그런데 이제는 '지구'라는 상표는
나같은 조용필님을 사랑하고 아끼는 팬들에겐 혐오의 대상이 되었네.. 당신
임사장도, 한때는 조용필님의 음악적 동지였던 자네를 향해서도 증오를 하
고 있고.. 참 서글픈 현실이네..  


보게, 임사장...
감히 돌려달라는 소리는 않겠네.. 그렇지만 최소한의 예의는 좀 지켜주기를
간곡히 바라네.. 그렇게 헐값으로 내돌리지 말게.. 내 살점같은 곡들이네..
그렇게 헐값으로 내돌려진 곡들을 볼때마다 눈에서 피눈물이 흐른다네.. 대
한민국의 대중음악판이 이렇게 밖에 안되는구나 싶어 너무도 서러워진다네..


그리고..
이번엔 좀 심했네.. 거의 6년여만에 각고의 노력끝에 새로운 앨범을 내놓은
시점에.. 게다가 음악인생 35주년을 맞아 대한민국 대중음악계가 축제의 날
로 기분이 들떠 있던 시점에 당신, 임사장이 내어놓은 짜집기에다가 덤핑으
로 헐값에 쏟아낸 음반들.. 83곡이 담긴 CD넉장의 가격이 만삼천원이라니..
도대체 무슨 염치로 그 음반들에다가 '35주년'운운하는 문구를 달수가 있는
지.. 무어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제발 그러지 마시게..


간곡한 부탁이자, 마지막 경고라네..
당신, 임사장이 이번에 저지른 짓은 도저히 용서받지 못할 일이라네..
당신은 장사꾼으로서의 상도의도 없고 음악판에 몸을 담고있는 음악종사자
로서도 조용필이라는 한 위대한 뮤지션을 대함에도 예의가 없는 사람이네..
더 나아가 이나라 대한민국 대중음악판의 근본을 어지럽히는 큰 실수를 저
지르고 있는 것이네..


당신이 저지른 짓들.. 결국 당신 목을 조를 것이네.. 더 늦기 전에..
자성하시게..


부탁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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