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TV 출연 많을수록 음반 판매량 증가"

가요계와 방송계의 부패 고리에 대해 검찰 수사가 진행중인 가운데 이른바 `PR비'의 존재 가능성을 시사하는 연구결과가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권혜진 CBS PD가 고려대 언론대학원에 제출한 석사논문 `가요의 음반 판매량에영향을 미치는 요인에 대한 탐사적 연구'에 따르면 TV 방송횟수가 음반 판매량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PD는 음반 판매량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를 △멜로디와 가사의 대중성 △가수의 가창력 △가수의 엔터테이너 능력 △가수의 외모 △가수의 지명도 △라디오 방송횟수 △TV 방송횟수 등 7가지로 나눈 뒤 지난해 9월 한달 음반판매량이 1천장 이상인 66종의 음반을 대상으로 판매량과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방송횟수와 음반 판매량은 각각 뮤직박스와 한국음반산업협회의 통계를 기준으로 삼았고 나머지 요소에 대해서는 분야별 전문가 2인(멜로디와 가사의 대중성은 4인)의 설문조사를 거쳤다.


그 결과 음반 판매량에 직접적이고도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인은 TV 방송횟수로 노래가 TV에 많이 나올수록 판매고가 높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라디오 방송횟수는 오히려 판매량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다른 한편으로는 라디오 방송횟수가많을수록 TV 방송횟수가 많아져 결국 간접적으로 음반 판매량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분석됐다.


TV 방송횟수 다음으로는 지명도, 외모, 엔터테이너 능력 등의 순으로 상관관계가 높았다.


TV 방송횟수에는 라디오 방송횟수와 함께 지명도와 외모가 중요한 요소로 꼽혔다. 발라드ㆍ록ㆍR&B 장르에서는 엔터테인먼트 능력에 좌우되는 지명도가, 댄스ㆍ힙합 장르에서는 외모가 상대적으로 중요시됐다.


라디오 방송횟수를 늘리는 가장 큰 요인은 멜로디와 가사의 대중성이었다.


음반 판매량에서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던 멜로디 및 가사의 대중성이나 가수의 가창력은 발라드ㆍ록ㆍR&B 장르에서조차 별 영향력이 없었고 댄스ㆍ힙합장르에서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또한 지명도가 높은 가수들이 TV 방송횟수가 많고 음반 판매고도 높다는 사실은 신인들이 살아남기 힘든 가요계의 현실을 말해주고 있다.


권PD는 "90년대 이후 줄곧 우리 가요계를 잠식했던 아이돌 스타 시스템의 영향으로 가수의 음악적인 역량이나 노래의 질보다는 외모나 엔터테인먼트 능력 등 음악외적인 요소들이 음반 판매량에 더 큰 영향을 미치게 됐다"면서 "비정상적인 제작관행과 잘못된 소비행태가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는 왜곡된 음반시장의 구조가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연합뉴스] 2002/0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