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낙 잘 알려진 터라 조용필이 걸어온 길을 구구절절 이야기한다는 것이 오히려 어색한데 데뷔 시절의 이야기는 한국 록음악의 여명기와 함께하는 이야기라 재미있다.

특히 2004년 타계한 불세출의 타악기 연주자 김대환과 함께했던 ‘김트리오’ 시절의 활동이 주목할 만한데 평론가들에게 회자되는 이야기지만 대중들에게는 거의 알려져 있지 않은 이야기다.(조용필이 활동했던 김트리오는 연안부두를 불렀던 밴드와는 다른 팀이다)

조용필이 음악계에 첫발을 내딛는 시기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1968년의 일이다.

이미 기타 솜씨가 좋다고 소문이 자자했던 조용필은 컨트리 성향의 밴드 ‘애드킨스’를 통해 본격적인 음악 활동을 시작했고 소울음악을 표방했던 ‘파이브 핑거스’에서 활동한다.

‘애드킨스’ 시절 기타리스트 조용필의 이름이 알려졌다면 ‘파이브 핑거스’ 시절은 보컬리스트로 주목받던 시절인데 훗날 앨범에 수록되는 ‘님이여’(원곡은 흑인가수 Bobby Bland가 불렀던 곡) 같은 곡을 소화해 낸 시기기도 하다.

두 팀을 거치는 동안 조용필에게 손을 내민 사람은 김대환이었다.

 김대환은 당시 인천 출신으로 소문이 자자하던 최이철(이후 ‘사랑과 평화’에서 활동했던)과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노래까지 가능한 조용필을 영입해 최고의 록트리오를 구상했다.

당시로는 신예지만 탁월한 역량을 가진 두 사람을 영입해 완성된 김트리오는 1971년 5월 ‘선데이서울컵 그룹사운드 경연대회’에 출전하고 조용필이 가수왕상(최우수 보컬상)을 수상한다.

당시의 김트리오 활동은 ‘앰프기타 고고!’라는 앨범에 담겨 있고 거의 같은 시기 ‘조용필 스테레오 히트 앨범’이 나오기도 한다.

 두 장의 앨범에는 기타리스트 조용필의 능력을 볼 수 있는 곡들이 수록되어 있는데 록과 재즈까지 다양한 스타일의 연주를 들을 수 있다.

웬만한 음반 수집가들도 당시의 앨범을 구하기는 쉽지 않은데 마침 앨범의 복각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한다.

 아쉬운 점은 이런저런 이유로 복각작업이 지연되고 있다는 점이다. 문제는 돈이겠지만 이 음반을 일본의 수집가들이 주목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해 주고 싶다.

구하기 힘든 한국 음반을 일본 레코드숍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데 기타리스트 조용필의 흔적도 일본에서 찾아야 하는 일이 없길 바란다.

그쯤 돼야 한국 대중음악이 유의미한 텍스트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테니까.

권오성(대중음악평론가 museeros@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