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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 없는 거 맞죠?
오빠의 이름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옯겨 놓습니다.
[독자와의 대화] 권혁종기자의 대중음악 담당 13년 (2001.09.27)
“야, 그 나이에 너 요즘 아이들 노래를 알아나 듣냐?” 문화부에서 대중음악 기사를 쓰는 기자가 친구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듣는 질문입니다. 신문사 선후배들도 농반진반 비슷한 소리들을 합니다. 심지어 나이 드신 어떤 대선배로부터는 “권혁종이, 참 고생 많다”는 말과 함께 진심어린 위로(?)의 술잔을 받아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기자는 1959년 정월생 돼지띠, 마흔세살입니다. 아직 ‘싱싱한’ 나이라고 자부하지만, 10대들의 댄스음악과 랩이 주도하는 가요계에선 사정이 다릅니다. 요즘 ‘스타 가수’들은 열이면 아홉 스무살 안팎입니다. 유리, 하늘, 보아 같은 여가수들은(제 나이 독자에겐 이름조차 생소할 겁니다) 열댓살 중고등학생들입니다. 조금만 일찍 결혼했더라면 딸 뻘이지요.
여성 트리오 S.E.S의 바다, 슈, 유진과 인터뷰할 때 일입니다. 연습실 한 켠 접의자에 셋을 나란히 앉혀 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저희들끼리 귓속말하며 키득키득 거리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까 “말씀하는 게 꼭 교수님 같아요!” 하면서 까르르 웃더군요. 그게 좋다는 얘기였는 지 나쁘다는 얘기였는 지, 지금도 아리송합니다.
기자가 대중음악을 담당한 지는 13년째 입니다. 일간지와 스포츠지를 통털어 가장 오래 이 분야 기사를 써왔습니다. 점쟎게 말하면 ‘전문기자’, 속된 말로는 ‘말뚝’입니다. 그 세월 동안 무수한 스타들이 떴다 사라졌고(요즘 ‘별’들은 참 빨리도 뜨고 집니다), 음악도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끊임 없이 그런 스타들을 만나고 수많은 음반을 들어온 덕분에 ‘이 나이에도’ 요즘 노래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을 ‘귀’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자의 가장 소중한 ‘무기’인 귀가 녹슬지 않게 하는 또 하나 비밀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요즘 어떤 노래와 가수를 좋아하는 지, 왜 좋아하는 지 묻는 겁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인 기자의 큰 딸은 물론, 여중생인 친구 딸, 회사 20대 여직원들까지 기자의 소중한 정보원이자 취재원입니다. 몇 년 전 딸이 “반 애들이 S.E.S보다 핑클이 좋대”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S.E.S.가 소녀티를 벗은 걸 가늠했고, 얼마 뒤 “핑클이 이상해졌어” 할 땐 핑클의 음악도 벌써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1년에 출반되는 가요 음반은 600~700장이나 됩니다. 취재 나갔다가 오면 책상에 홍보용 음반이 몇 장씩 쌓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면 사정상 소개할 수 있는 건 10% 안팎에 불과합니다. 수북한 음반 더미 속에서 좋은 음반, 좋은 가수를 골라내는 건 때로는 보물찾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근무 시간에 편집국에서 CD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몸을 흔들고 발까지 구르며’ 음악을 들어도 눈총을 받지 않는 건 대중음악 기자 만의 ‘특권’입니다.
기자를 보면 “예쁜 여가수 많이 만나 좋겠다”느니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느니 싱거운 소리를 하며 낄낄대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 솥 밥 먹는다는 동류의식이 있었다는 ‘낭만의 시대’인 1970~80년대와 달리 요즘 가요 기자와 가수들은 ‘기자와 취재원’이라는 숙명적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서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랄까요. 톱가수 조용필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는 스타들의 스타 같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형, 스타는 세월이 가도 대중이 기억하지만, 기자는 펜을 놓는 순간 잊혀지쟎아.”
그래도 이 노래 저 노래 뒤적이다가 “어!” 소리 나는 판을 찾아내 정확히 평가하고, 실제 그 노래와 가수가 뜰 때 남 몰래 맛보는 뿌듯함이란! 그래서 기자는 지금도 CD 이어폰을 쿵쿵 울리는 리듬에 맞춰 어깨를 흔들면서 음반 더미를 뒤지고 있습니다. (hjkwon@chosun.com)
■권혁종기자는…1959년 1월 16일 충남 예산생. 1985년 2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했으며, 1984년 11월부터 연합통신 문화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 5월 조선일보로 옮긴 뒤 문화부에서 대중음악 기사를 전담해왔다.
오빠의 이름을 보고 너무 반가워서 옯겨 놓습니다.
[독자와의 대화] 권혁종기자의 대중음악 담당 13년 (2001.09.27)
“야, 그 나이에 너 요즘 아이들 노래를 알아나 듣냐?” 문화부에서 대중음악 기사를 쓰는 기자가 친구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듣는 질문입니다. 신문사 선후배들도 농반진반 비슷한 소리들을 합니다. 심지어 나이 드신 어떤 대선배로부터는 “권혁종이, 참 고생 많다”는 말과 함께 진심어린 위로(?)의 술잔을 받아야 했던 적도 있습니다.
기자는 1959년 정월생 돼지띠, 마흔세살입니다. 아직 ‘싱싱한’ 나이라고 자부하지만, 10대들의 댄스음악과 랩이 주도하는 가요계에선 사정이 다릅니다. 요즘 ‘스타 가수’들은 열이면 아홉 스무살 안팎입니다. 유리, 하늘, 보아 같은 여가수들은(제 나이 독자에겐 이름조차 생소할 겁니다) 열댓살 중고등학생들입니다. 조금만 일찍 결혼했더라면 딸 뻘이지요.
여성 트리오 S.E.S의 바다, 슈, 유진과 인터뷰할 때 일입니다. 연습실 한 켠 접의자에 셋을 나란히 앉혀 놓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데 갑자기 저희들끼리 귓속말하며 키득키득 거리는 겁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물어보니까 “말씀하는 게 꼭 교수님 같아요!” 하면서 까르르 웃더군요. 그게 좋다는 얘기였는 지 나쁘다는 얘기였는 지, 지금도 아리송합니다.
기자가 대중음악을 담당한 지는 13년째 입니다. 일간지와 스포츠지를 통털어 가장 오래 이 분야 기사를 써왔습니다. 점쟎게 말하면 ‘전문기자’, 속된 말로는 ‘말뚝’입니다. 그 세월 동안 무수한 스타들이 떴다 사라졌고(요즘 ‘별’들은 참 빨리도 뜨고 집니다), 음악도 엄청나게 바뀌었습니다. 하지만 끊임 없이 그런 스타들을 만나고 수많은 음반을 들어온 덕분에 ‘이 나이에도’ 요즘 노래 감각에 뒤떨어지지 않을 ‘귀’를 유지하고 있는 셈입니다.
기자의 가장 소중한 ‘무기’인 귀가 녹슬지 않게 하는 또 하나 비밀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요즘 어떤 노래와 가수를 좋아하는 지, 왜 좋아하는 지 묻는 겁니다. 그래서 초등학교 5학년인 기자의 큰 딸은 물론, 여중생인 친구 딸, 회사 20대 여직원들까지 기자의 소중한 정보원이자 취재원입니다. 몇 년 전 딸이 “반 애들이 S.E.S보다 핑클이 좋대” 하는 소리를 들으면서 S.E.S.가 소녀티를 벗은 걸 가늠했고, 얼마 뒤 “핑클이 이상해졌어” 할 땐 핑클의 음악도 벌써 나이(?)를 먹기 시작했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으니까요.
1년에 출반되는 가요 음반은 600~700장이나 됩니다. 취재 나갔다가 오면 책상에 홍보용 음반이 몇 장씩 쌓일 정도입니다. 하지만 지면 사정상 소개할 수 있는 건 10% 안팎에 불과합니다. 수북한 음반 더미 속에서 좋은 음반, 좋은 가수를 골라내는 건 때로는 보물찾기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근무 시간에 편집국에서 CD 이어폰을 귀에 꽂은 채 ‘몸을 흔들고 발까지 구르며’ 음악을 들어도 눈총을 받지 않는 건 대중음악 기자 만의 ‘특권’입니다.
기자를 보면 “예쁜 여가수 많이 만나 좋겠다”느니 “언제 밥 한번 같이 먹자”느니 싱거운 소리를 하며 낄낄대는 친구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한 솥 밥 먹는다는 동류의식이 있었다는 ‘낭만의 시대’인 1970~80년대와 달리 요즘 가요 기자와 가수들은 ‘기자와 취재원’이라는 숙명적 긴장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서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이랄까요. 톱가수 조용필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자는 스타들의 스타 같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기자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형, 스타는 세월이 가도 대중이 기억하지만, 기자는 펜을 놓는 순간 잊혀지쟎아.”
그래도 이 노래 저 노래 뒤적이다가 “어!” 소리 나는 판을 찾아내 정확히 평가하고, 실제 그 노래와 가수가 뜰 때 남 몰래 맛보는 뿌듯함이란! 그래서 기자는 지금도 CD 이어폰을 쿵쿵 울리는 리듬에 맞춰 어깨를 흔들면서 음반 더미를 뒤지고 있습니다. (hjkwon@chosun.com)
■권혁종기자는…1959년 1월 16일 충남 예산생. 1985년 2월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를 졸업했으며, 1984년 11월부터 연합통신 문화부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했다. 1990년 5월 조선일보로 옮긴 뒤 문화부에서 대중음악 기사를 전담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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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10-24 | 10993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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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1 |
1999-10-23 | 1150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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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상원님 화이팅,조용필화이팅........... |
1999-10-23 | 9340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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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
1999-10-23 | 95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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