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펼쳐졌던 포르투갈과의 D조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루이스 피구(30·레알마드리드)가 이영표(25·안양)에게 경기 도중 비기자는 뜻의 은밀한 제스처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관심을 끌고 있다.

이영표는 15일 인천 문학월드컵경기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반전이 끝나고 하프타임 동안 루이스 피구가 다가와 ‘힘 뺄게 뭐가 있느냐’는 식의 제스처를 취했다”고 밝혔다. 피구의 이같은 의외의 제스처는 같은 시간 대전에서 열린 폴란드-미국전에서 폴란드가 전반에만 2골을 성공시키며 리드를 지켜 이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한국과 포르투갈이 16강에 동반진출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

이영표는 지난 2월 국제축구연맹(FIFA)과 소니뮤직이 공동으로 제작하는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한 자선음반 ‘러브 유나이티드(Love United)’에 한국축구선수대표로 함께 참여했던 피구와 일면식이 있었던 상태. 결국 대전의 상황을 알고 있던 피구는 하프타임이 시작되면서 이영표에게 다가가 ‘비기자’는 의미의 제스처를 취하게 된 것.

그러나 이영표는 그 순간 피구의 제스처를 이해하지 못했다. 히딩크 감독이 하프타임 때 대표팀의 맏형인 홍명보와 유상철 등 고참선수에게만 살짝 귀띔을 해준 탓에 나머지 젊은 선수들은 대전의 상황을 몰랐기 때문. 히딩크 감독의 지략 덕분에 젊은 선수들은 후반에 더욱 포르투갈을 몰아쳐 결국 1-0의 승리를 거두게 됐다. 특히 이영표는 포르투갈전에서 송종국과 함께 경기 내내 피구를 전담마크하며 포르투갈의 공격루트를 차단하는 수훈을 세워 이날 승리의 견인차 역할을 맡았다.

결국 이영표는 주심의 경기종료 휘슬이 불고 난 다음에야 대전에서 벌어진 경기 상황을 알게 됐고,그제서야 피구가 하프타임 때 취한 제스처에 대해 알게 됐다.

이영표는 “폴란드와 미국의 상황을 조금만 일찍 알았으면 흔들렸을지도 모른다”며 “그러나 승부는 어디까지나 정정당당해야 한다”고 못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