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열린 게시판

2003/01/21 18:44

[횡설수설]김순덕/思婦曲



‘지금 꼭 사랑하고 싶은데/사랑하고 싶은데 너는/내 곁에 없다. 사랑은 동아줄을 타고 너를 찾아/하늘로 간다…이제야 알겠구나/그것이 사랑인 것을.’ 팔순의 시인 김춘수는 지난해 아내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비가(悲歌)’로 토해냈다. 연전에 평생의 반려자를 먼저 보낸 뒤 남은 것은 시 쓰는 일밖에 없다는 양, 그는 ‘내 살이 네 살에 닿고 싶어한다’는 절대 고독 안에서 ‘너는 너를 새로 태어나게 한다’고 했듯 스스로도 새롭게 태어났다. 우리 근현대 시사에 남을 만한 최고령 시인의 작품집을 탄생시켰으니.


▷살면서 겪는 일 중 가장 스트레스가 높은 것이 배우자의 죽음이다. 남편을 잃은 여자보다 아내를 사별한 남자가 훨씬 더 견디기 힘들어 한다고 전문가들은 전한다. 아무리 ‘두 번 웃는다’는 속설이 있다해도, 동반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나이 든 남자들은 특히 심한 상실감을 경험한다. 최근 심장병으로 부인을 떠나 보낸 가수 조용필씨가 상우(喪偶)의 그 힘든 상황에서도 심장병 어린이를 돕는 데 아내의 유산을 쓰겠다고 밝혀 아릿한 감동을 준다. 사실 아내가 원했던 것은 남편이 평소 꿈꾸던 음악교육사업을 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남편은 아내를 앗아간 심장병을 치유하는 데 아내가 남긴 마지막 선물을 쓰려 한다. “하늘에 있는 아내도 나와 뜻을 같이 할 것”이라며. 어긋난 선물 속에서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오 헨리의 단편 ‘크리스마스 선물’과 영화 ‘사랑과 영혼’을 함께 보는 느낌이랄까.


▷서로 뜻이 어긋나서 더욱 아름다워진 유산 쓰임새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조씨와 고 안진현씨는 거의 완벽한 보완관계였다고 한다. 조씨가 나무라면 고인은 흙이었다. “음악이 먼저이고 가정은 그 다음”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남편에게 바가지를 긁기는커녕 “그이는 음악만 하다보니 세상물정을 잘 모른다”며 매니지먼트를 맡아했다. 결혼 3년 만인 1997년 여성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늙으면 결국 꼬랑지 내리고 마누라에게 기댈 것”이라던 조씨를 아내는 오래 기다려주지 못했다. 병상의 아내에게 미역국을 끓여줬더니 맛있게 먹더라는 것이 조씨가 마지막으로 꼽은 기뻤던 일이다.




▷‘국민가수’ 조용필씨가 할 일이 더 있다. 6년 전 인터뷰에서 “로드 스튜어트가 아내를 위해 곡을 썼듯이 나도 모든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마음을 대표해서 아름다운 곡을 만들고 싶다”고 한 것처럼 지금의 슬픔을 음악으로 승화시키는 일이다. 김춘수의 ‘쉰한편의 비가’ 못지 않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부곡을 조용필씨에게서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

5 댓글

짹짹이

2003-01-22 23:22:13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부곡......저역시 오빠에게서 들을수 있기를 바랍니다....모든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마음을 대표해서 아름다운 곡을 만들고 싶다는 오빠....존경합니다.

불사조

2003-01-22 23:29:55

어긋난 선물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물..오늘 역시 필님의 오랜 팬 이였다는것이 자랑스럽습니다..

미르

2003-01-22 23:32:51

아 이글 읽으니 또 슬퍼진다~~~~~~불사조님 저또한 제가 필님 팬이라는 사실이 정말로 자랑스럽습니다

...

2003-01-23 02:07:20

눈물이 매서운 찬바람에 다 마른줄 알았는데 아직 조금 남았군요.. '아내'란 단어.. 요즘 저에겐 가장 정감있는 단어입니다. 아내, 아내, 아내..

bks2143

2003-01-25 08:09:51

예 꼭 모든사람의 심금을 울리는 사부곡이 탄생되길 간절히 빕니다

Board Menu

목록

Page 1 / 1678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조용필 팬클럽 연합 팬미팅 신청 안내

2
  • file
일편단심민들레 2024-09-26 942
  공지

2024년 조용필 팬클럽 연합 팬 미팅 안내

15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13 1642
updated 공지

2024년 하반기 정기후원금 모금 안내

7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8-31 705
  공지

『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13
필사랑♡김영미 2023-07-10 3309
  공지

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이 책을 드리면서....

12
  • file
꿈의요정 2023-05-18 3451
  공지

조용필 『ROAD TO 20 PRELUDE 2』 뮤직비디오

10
일편단심민들레 2023-04-26 3501
  공지

[주문신청]가황,조용필을 노래하다-대백과사전/악보집

40
일편단심민들레 2022-12-13 7944
updated 33546

후원금 모금에 참여하신 분들께 ♥

4
일편단심민들레 2024-10-01 256
updated 33545

2024년 하반기 후원금 명단(최종)

5
일편단심민들레 2024-10-01 213
  33544

10월 22일 새로운 정규 앨범을 발매합니다.!!

6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26 393
  33543

조용필 오빠의 추석 메세지!!

19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13 927
  33542

포크라노스 유튜브에서 조용필님의 명곡을 만나요!!

2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11 346
  33541

조용필닷컴 오픈 기존회원 비빌번호 변경안내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10 223
  33540

조용필닷컴 홈페이지 오픈 공지 안내

1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07 361
  33539

조용필닷컴 홈페이지 리뉴얼 공지

1
  • file
꿈의요정 2024-07-15 502
  33538

형님 부디 바라옵건데...

1
弼心으로 대동단결 2024-06-23 922
  33537

[그 노래 그 사연] 아름다운 시어로 수놓은 노랫말

  • file
♡ㅋfㄹr♡ 2024-06-19 780
  33536

'두문분출' 가왕 조용필의 깜짝 등장, 탄자니아 대통령과 만난 이유는

1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6-05 1545
  33535

남양주 수진사에 오빠의 연등이 불을 밝혔습니다.

6
필사랑♡김영미 2024-05-13 1658
  33534

하지영 개인전 《그대 발길 머무는 곳에》

1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4-17 1514
  33533

팬연합모임 기념품 배송

2
일편단심민들레 2024-04-08 1609
  33532

팬연합 모임 기념품

2
필 사랑 2024-04-05 1472
  33531

2024년 상반기 후원금 명단(최종)

2
일편단심민들레 2024-04-01 1704
  33530

임원진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3
강큐리 2024-03-26 1402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