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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2009-03-03] [유레카] 킬리만자로의 표범 / 함석진
2009.03.03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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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레카] 킬리만자로의 표범 / 함석진
조용필 8집은 1985년에 나왔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그 안에 실려 있다. 가사는 요즘도 마음으로 읽힌다. “짐승의 썩은 고기만을 찾아다니는 하이에나”만 판을 치는 세상에서, 차라리 “산정 높은 곳에서 굶어서 얼어 죽는 표범”이 되고 싶기도 하다. “야망에 찬 도시 불빛 어디에도” 우리라는 단어는 없다.
가사를 쓴 양인자는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소설 앞부분에는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서 얼어 죽은 표범 주검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5공 정권이 뭘 좀 알았다면 노래는 불순한 운동가요로 엮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헤밍웨이는 사상적으로 미국 우파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쿠바에 심은 간첩이었지만, 피델 카스트로한테 감화돼 결국 쿠바혁명을 지지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그는 죽을 때까지 연방수사국의 지독한 감찰을 받아야 했다.
60년대 미국을 뒤흔들었던 흑인 좌파정당 ‘흑표범당’도 있다. 당시 미국의 민권법은 형식에 불과했다. 경찰이든 법원이든 사회적 약자인 흑인을 보호할 의사는 없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흑인 빈민가의 투쟁은 늘 불만세력의 ‘폭동과 소요’였고, 진압은 가혹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출범했다. 경찰의 총에 맞서 총을 들고 흑인 빈민가를 순찰했고, 아이들에겐 무료 아침식사와 약을 제공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집·빵·교육 등을 보장하라는 10대 요구안도 내걸었다.
그들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미국은 이제 흑인 대통령까지 냈다. 그 대통령은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소외계층을 돌보겠다고 한다. 맬컴 엑스는 “자기방어 수단일 때는 폭력도 지성이다”라고 했지만, 폭력 없이 새 세상을 열어갈 수 있는 오바마의 실험을 주목한다. 우린 아직 폭력적인 정부 그늘에 산다. 그 정부는 지적이지도 않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출처: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41825.html
가사를 쓴 양인자는 헤밍웨이의 소설 <킬리만자로의 눈>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소설 앞부분에는 킬리만자로 정상 부근에서 얼어 죽은 표범 주검 이야기가 나온다. 만약 5공 정권이 뭘 좀 알았다면 노래는 불순한 운동가요로 엮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헤밍웨이는 사상적으로 미국 우파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는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쿠바에 심은 간첩이었지만, 피델 카스트로한테 감화돼 결국 쿠바혁명을 지지하게 된다. 그런 까닭에 그는 죽을 때까지 연방수사국의 지독한 감찰을 받아야 했다.
60년대 미국을 뒤흔들었던 흑인 좌파정당 ‘흑표범당’도 있다. 당시 미국의 민권법은 형식에 불과했다. 경찰이든 법원이든 사회적 약자인 흑인을 보호할 의사는 없었다.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흑인 빈민가의 투쟁은 늘 불만세력의 ‘폭동과 소요’였고, 진압은 가혹했다. 이런 상황에서 당이 출범했다. 경찰의 총에 맞서 총을 들고 흑인 빈민가를 순찰했고, 아이들에겐 무료 아침식사와 약을 제공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집·빵·교육 등을 보장하라는 10대 요구안도 내걸었다.
그들의 실험은 실패했지만, 미국은 이제 흑인 대통령까지 냈다. 그 대통령은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두어 소외계층을 돌보겠다고 한다. 맬컴 엑스는 “자기방어 수단일 때는 폭력도 지성이다”라고 했지만, 폭력 없이 새 세상을 열어갈 수 있는 오바마의 실험을 주목한다. 우린 아직 폭력적인 정부 그늘에 산다. 그 정부는 지적이지도 않다.
함석진 기자 sjham@hani.co.kr
출처: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4182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