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닷컴│박소영 기자] "용필 오빠 사랑해요!"

'가왕'은 달랐다. 웅장한 퍼포먼스, 화려한 입담은 불필요했다. 그저 그의 음악, 그를 존경하는 후배 가수들, 그만을 바라보는 팬들 2천여 명이면 충분했다. 19집 앨범 '헬로(Hello)'를 들고 10년 만에 돌아온 가수 조용필의 쇼케이스는 뭔가 특별했다. 

23일 오후 8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조용필의 컴백 쇼케이스 '헬로'가 열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궂은 날씨는 팬들에게 걸림돌 따윈 되지 않았다. 아이돌의 콘서트인 것 마냥 야광 머리띠를 찬 중년 여성부터 세월의 흔적을 주름에 가득 담은 노부부까지 조용필의 팬이라는 이름으로 대동단결했다. 가족단위부터, 모녀지간, 부녀지간, 20대 커플 등 연령도 지역도 관계도 모두 다양했다.

이들을 위해 조용필은 특별한 쇼케이스를 마련했다. 이번 신곡은 영상과 함께 하이라이트로 공개하고 자신의 히트곡을 부르는 후배들의 공연을 초석으로 깔았다. 팬텀, 이디오테잎, 국카스텐, 박정현, 자우림 등은 조용필의 노래 '단발머리', '모나리자',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 '꿈' 등을 열창하며 관객들에게 풍성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조용필의 컴백 쇼케이스에 초대된 건 이들에게 오히려 영광스러운 선물이었다. 신인 팬텀은 "'조용필처럼'이라는 노래를 만들면서 영원히 변치 않는 건 '조용필' 이름 석 자라고 생각했다"며 "이 자리에 초대돼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감격했다. 

지난해 MBC '나는 가수다2'에서 조용필의 '모나리자'를 불러 큰 호응을 얻었던 국카스텐은 변함없이 폭발적인 가창력과 무대 매너로 현장 분위기를 뜨겁게 달궜다. 보컬 하현우는 "한국 대중음악의 살아있는 전설의 공연에 같이 무대에 설 수 있어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박정현은 "19집 발매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하지만 '축하한다'보다는 '감사하다'가 맞는 것 같다. 좋은 말씀을 받은 기분"이라고, 자우림 김윤아는 "팬들은 물론 후배 가수들도 조용필 선배님의 새 음악을 기대했습니다. 멋진 앨범을 발표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영원히 저희의 조용필이 되어 주세요. 선배님 사랑합니다"고 외치며 함께 '가왕'의 귀환을 반겼다.

쇼케이스가 끝나갈 무렵 드디어 '가왕'이 무대에 올랐다. 지난 16일 선 공개해 각종 음원 차트를 휩쓴 '바운스' 반주와 함께 스크린이 걷혔고 스탠드 마이크 앞에 조용필이 섰다. 순간 객석의 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자리에서 일어났고 파란 야광봉을 흔들며 열렬히 환호했다. 핑크색 셔츠를 곱게 차려입은 '63세 오빠'의 이름을 연호하며 노래에 맞춰 흔들흔들 춤을 췄다. 

오랜만의 무대가 신이 난 듯 조용필은 흥겹게 노래를 불렀다. 다소 긴장해 박자 실수를 했지만 관록이 느껴지는 대처로 현장 분위기를 그대로 이끌었다. '바운스'에 맞춰 팬들은 직접 준비한 꽃가루를 뿌렸고 조용필은 두 팔을 높이 들고 흔들며 온몸으로 무대를 즐겼다. 

노래가 끝난 뒤 마이크를 잡은 조용필은 "정말 반갑다. 10년 동안 '내년엔 앨범을 내야지'했는데 마음만 앞섰다. 하다 보니 잘 안되더라. 하다가 구겨버리고 휴지통에 버리는 걸 반복하다가 10년이 걸렸다"며 "지금 신인 같은 기분으로 나왔다. 에라 모르겠다"라고 말해 관객들을 열광하게 했다. 

MC를 맡은 김제동은 "이렇게 많은 팬들이 모였다. 엄마와 아들이, 아빠와 딸이 같이 흥얼거리는 노래를 만들었는데 비결이 무엇인가"라고 물었고 조용필은 멋쩍게 웃은 뒤 "그런 건 없다. 음악이 좋았고 이번엔 저를 밖으로 내보내 보자는 생각으로 했다. 이렇게 반응이 좋을 줄은 몰랐다. 팬들을 위해서 앨범 하나 냈다는 자체가 잘했든 못했든 좋다"고 벅찬 소감을 말했다. 

대본 없이 대화를 이어가던 김제동은 "즉석에서 부탁이 있다"며 "'기도하는'을 한 번 해주시면 팬 여러분이 '오빠~ 꺄!'를 해주셨으면 한다"고 돌발 부탁을 했다. "준비가 필요하다. 여러분이 긴장해줘야 한다"고 주문한 조용필은 온 힘을 다해 "기도하는"이라고 히트곡 '비련'의 한 소절 을 불렀다. 네 글자만으로 객석의 2천 명은 실신할 듯 열광했다. 이것이 바로 다른 게 필요 없을 조용필의 저력이었다. 

날 쇼케이스의 마지막 곡은 새 앨범의 타이틀곡 '헬로'였다. 조용필의 열정적인 노래에 이어 래퍼 버벌진트가 무대에 올라 랩을 더했다. 신구 조화가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뤘고 무대를 바라보던 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조용필의 음악에 빠져들었다. 앞서 나왔던 후배 가수들 모두 등장해 '헬로'의 후렴을 '떼창'했다. 조용필은 모든 상황이 감격스러운 듯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위로 뻗으며 건재함을 자랑했다. 팬들도 후배 가수들도 조용필도 얼굴 가득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음악을 만끽했다. 

아이돌 듣고 있나. 화려한 군무 없이 비싼 스타일링 없이 조용필은 노래 하나로 모든 세대를 아우렀다. 이것이 돌아온 '가왕'의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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