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세계>라서 그럴까?
미지홈에 들어오기 정말 힘들다...(아낙네 컴퓨터가 구형이라서 그런가..)
뒤늦게 감상문을 쓰는 심정이 이럴까...
아...부담된다.
이제 시작하렵니다.
5월 27일 전주콘서트날, 아낙네집 거실풍경부터 구경해 보세요.
콘서트후 집에 돌아올 차편이 여의치않아서 걱정스런 마음으로 남편에게 물었죠.
"나, 어떻게 할까? 데리러 올래요?"
"그냥 차 갖고 가. 이제 운전 할 만 하잖아. 네비 켜고 가면 될거야."
.....라고 공연 전 날, 남편이 야근을 나가기 전에 아낙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콘서트가 있는 날...
'음, 날이 밝았군. 이제 슬슬 준비해볼까나~'
야근을 마친 남편이 퇴근하기 전에 현모양처로서의 아낙네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방청소와 점심, 저녁에 먹을 찌개를 끓이고 그리고...
거의 다 되어갈 즈음, 집에 와야할 남편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나, 직원들하고 공 차고 조금 놀다 들어갈께."
순간 아낙네 머릿속에선...(이게 뭔 소리여? 아니지...거사를 앞두고 있는 내가 참아야지. )
아침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 지 모릅니다.
12시 땡 하기 직전에 집에 돌아온 남편을 붙잡고 다시 부탁하는 아낙...
역시나 코맹맹이 소리로.."여보, 나 데리러 와 주라~응?"
"글쎄...하는 것 봐서..."
에이 치사하다 치사해~ 까짓거 포항까지 가봤는데 뭘 못하랴 싶었습니다.
(사실은 남편이 함께했던 여행이었지만요...남편은 조수석에서 코까지 골며 자고 있었거든요.)
할 수 없이 네비게이션 본체를 뜯어와 컴퓨터앞에 앉은 아낙...
그리고 오랫동안 미뤄왔던 업그레이드를 시도했습니다.
다 되었다 싶었는 지 한참을 나 몰라라하던 남편이 옆에 와 앉더군요.
(아낙은 또 다시 확인하고 말았습니다. 컴맹이라 자부하는 남편의 실체를 말입니다.)
그러더니 네비게이션으로 <모의주행> 이란 걸 해 보자고 합니다.
이미 삐침모드로 들어간 아낙이 그냥 가만히 앉아 있을 리 없지요.
"그런 걸 뭐 하러 해요 .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네비가 다 알아서 해 줄텐데.."
그리고는 아낙은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주방 저편으로...
"아빠, 저랑 해 봐요."
이런이런~ 아들이 함께 거들고 있네요.
이래서 가재는 게편이라 하나 봅니다.
아낙네의 나들이 준비는 초간단입니다.
맨얼굴이 좋아좋아~라며 살아온 지 어언 몇 년째인 지 헤아릴 순 없지만 여하튼간에 씻고 옷 입는데 걸린 시간은 다른 여인네들보다는 짧았습니다.(확실한 건 다음에...)
한참동안 아들과 둘이서 네비를 갖고 놀던 남편이 작업복 차림으로 밖에 나가더군요.
남편이 애지중지하는 토끼와 닭을 돌보러 가는 것이지요.
1시간쯤 지났을까..
준비를 마친 아낙이 현관문을 열고 뜰방에 발을 내딛다가 겁을 먹고 맙니다.
바람과 함께 빗방울이 후두둑후두둑~
마침 토끼에게 먹일 풀을 베어온 남편이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와 함께 마당에 들어오고 있더군요.
"나, 이제 출발해요."
"그래 잘 갔다 와."
"나, 정말 차 갖고 간다구요."
"그래 재밌게 놀다와."
차에 오르려는 순간에 남편이 피식 웃고 맙니다.
"내가 우리 각시 놀리는 재미로 산다니까. 나 이것 마저 하고 터미널에 데려다 줄테니까 집에 들어가 있어."
(그러면 그렇지. )
하지만 이미 마음은 전주에 가 있는 아낙은 뜰방에 앉아 깡순이와 얘기를 나눕니다.
"깡순아, 이번엔 제발 백구를 낳아야 한다. 진돗개 체면이 있지 맨날 불독잡종이 뭐냐?"
드디어...남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터미널을 향하는 아낙 룰루랄라~
"이따 데리러 올테니까 구경 잘 혀. 재밌게 놀고."
"고마워요~"
고속버스에서의 한 시간 30분이 왜 그리 더딘 지...
다른 때 같으면 차가 출발하자마자 잠을 청했을테지만 그 날만은 예외였습니다.
엠피쓰리에서 들려오는 오빠의 목소리에 취해 전주로 달려가는 아낙입니다.
터미널에 도착하여 몇 발자국 걸으니 콘서트를 알리는 광고가 보입니다.
그 앞에 서서 한참동안 흐뭇한 미소를 짓는 아낙.
오빠로 인하여 두 번째 찾은 소리문화의 전당은 낯설기는 커녕 건물이 눈에 들어오자 반가움마저 들더군요.
반가운 마음을 가득 안고 미지부스를 찾았습니다.
오늘도 역시나...열정적인 분들이 먼저 와서 부스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전주와 광주를 오가며 몇 번의 콘서트에 함께했던 아낙을 반갑게 맞아주니 무척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찍사님의 정성어린 선물...
얄궂은 비가 오다가 그치다가를 여러 번...
그러더니 아예 퍼붓기 시작합니다.
미지부스에서 하는 일 없이 어슬렁거리던 아낙은 애쓰는 분들을 뒤로 한 채 햇살님과 함께 먼저 공연장에 들어가기로 했습니다.
어느새 손에손에 우산을 펼쳐든 사람들이 공연장에 언제 들어갈 지 까마득하게 한 줄로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이쯤되면 궂은 날씨와 공연관계자의 무성의함에 불평들이 나올법도 한데...)
햇살님과 아낙은 괜스레 안절부절~
드디어 공연장에 들어갔습니다.
좌석를 찾고, 입구에서 받은 우비를 챙겨 입기도 전에 공연시작을 알립니다.
어떻게 해~ 아직 들어오지 못한 사람들이 많은데...
우비를 입으며 옷매무새를 채 정리하기도 전에 오빠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합니다.
"아시아의 젊은이여~~~~"
(와~~~이게 얼마만이던가...!!)
엉거주춤 옷매무새를 다듬고...
(아싸~! )
바지뒷주머니에서 핸드폰 진동이 울립니다.
<엄마!!재밌게 놀다 오세요~>
아뿔싸~ 염주체육관에 플라이투더스카이 공연을 보러 간 딸아이가 문자를 보냈습니다.
아낙은 이 날,조용필오빠만 생각하느라 딸내미의 첫 콘서트나들이에 무심한 엄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락음악들...
계속 내리는 빗줄기때문에 자연스럽게 스탠딩콘서트가 되었다.
"아직은 사랑을 몰라 몰라 그래도 우리는 좋아좋아~"
또다시 울리는 핸드폰진동.
<거긴비안와?데리러갈테니까찻시간신경쓰지말고조용필씨노래나감상잘하고있어>
남편이 보낸 문자에 아낙은 더욱 신이 났다.
<재밌게 놀다 갈게요. 고마워요>답글을 보내는 아낙.
지금와서 얘기지만 아낙은 그날 처음으로 비옷을 입어봤습니다.
오빠노래에 맞춰 춤추고 따라부르다보니 서서히 땀도 나고 답답하고 ...
비가 그친듯하여 비옷을 벗으면 조금 있다가 갑자기 더 굵어지는 빗줄기에 입고 벗기를 여러 번..
차라리 비옷을 입지 말것을....생각도 해봅니다.
그랬다간 더더욱 큰일날 뻔 했습니다.
(귓속말....오빠의 공연이 있기 사흘 전에 와인색으로 머리염색을 했거든요. 비에 젖은 머리칼에서 뚝뚝뚝뚝 떨어질....?)
공연전에 부스에서 사귄 햇살언니의 간곡한 청(ㅎㅎ)을 계속 거절하기가 미안하여 광주로 돌아오는 길은 햇살언니와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햇살님과 남편분의 대화를 들으며 ...(에휴~ 우리 남편은 언제쯤 공연장에 같이 다닐까...아니지~ 공연에 다녀오라고 허락해주는 것만으로도 난 행복한거야...)
지난 잠실공연때 아낙은 함께하지 못하여 빗속공연을 은근히 부러워했습니다.
비를 맞으면서도 즐기려는 사람들과
어쩔 수 없는 미안함과 고마움을 열정적인 무대로 보여주신 오빠...
오빠~! 흐뭇하시죠?
평생을 음악과 함께하는 오빠가 계셔서 아낙도 마냥 행복합니다.
* 부운영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복사되었습니다 (2006-06-15 09:38)
전주공연에서 두번째 만남여서인지 더 친숙함이 느껴졌어요!!
잘 가셨군요..예쁜 아들따님과 잘 지내시다 광주공연에서 또 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