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 팬클럽 미지의 세계 Cho Yongpil Fanclub Mizi

열린 게시판

0

거울과 나침반]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over the rainbow*^^, 2003-08-29 18:58:51

조회 수
812
추천 수
5
[거울과 나침반]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중앙일보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새는 울어/ 뜻을 만들지 않고/ 지어서 교태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다(박남수의 시 '새' 중에서)'. 날아다닌다고 모두 새는 아니다.



박쥐는 날아다니지만 새가 아니다.




박쥐는 알을 낳지 않으며 숲에서도 살지 않는다.





TV를 켜면 요즘은 노래보다 말을 더 많이 하는 가수가 수두룩하다.



가수의 실천궁행(實踐躬行)은 말이나 재롱이 아니라 노래다.



TV라는 숲에서는 이제 진짜 노래하는 새를 보기가 힘들어졌다.



'국민가수' 조용필이 어느 날 녹음실로 나를 불렀다.



그러더니 한번 들어보라며 아직 가사가 입혀지지 않은 절대음악 하나를 들려주었다.





음악이 연주되는 동안 숨소리조차도 크게 낼 수 없었다.




슬픔이라기엔 너무 비장했고 아픔이라기엔 너무 비통했다.




음악이 끝난 후 그가 어떤 그림이 그려지느냐고 나직이 물었다.





황량한 사막에서 외로이 나는 독수리의 모습을 보았다고 대답했다.




고개를 끄덕이더니 엉뚱한 제안을 했다.




노랫말을 지어달라는 것이다.




그의 노래 인생 35년을 기념하는 콘서트에서 부를 예정이라고 했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단박에 수락했다.




창작작업은 쉽지 않았다.





원래는 소리의 이미지를 좇아서 "이제 새는 숲으로 돌아가려 바람을 부르지만 숲은 길이 되고 그 먼지 위로 차들은 헤엄치고"로 시작했던 것이 나중에는 "사랑이란 외로운 여행이라 그대는 말하지만 꿈은 사라지고 우리가 나눈 약속은 멀어지고"로 바뀌었다.




노래는 눈으로 읽는 게 아니고 입으로 부르는 것이라는 걸 학습하는 과정이었다.





제목도 처음 '도시의 사막'에서 '청춘의 사막'을 거쳐 다시 '고독'으로, 마침내 '도시의 오페라'로 결정되기까지 곡절이 많았다.





이 불멸의 가객은 노랫말 하나 하나에 혼을 불어넣고 다시 노래를 가슴으로 불러 떠나간 영혼을 맞아들인다는 느낌을 내게 주었다.




드디어 내일(8월 30일) 밤 잠실벌에서 장엄한 '노래의 초혼제'가 열린다.





무려 4만5천명의 관객 앞에서 노래하는 사람의 기분은 어떨까. 제사장이 된 느낌일 것이다.




이번 공연의 부제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더 히스토리'다.




그가 쌓은 음악의 '이야기'는 어느새 대중과 함께 한 '역사'가 된 것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사학자인 신채호 선생은 역사를 '아(我)와 비아(非我)의 투쟁'이라고 보았는데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역시 노래와 노래 아닌 것 사이의 투쟁의 기록이다.




'음악은 나의 인생'이라고 아무나 농담처럼 말할 순 없다.




그는 담담히 고백한다.




"음악을 빼고는 내게 인생이란 없다.




" 그가 걸어온 음악의 길이야말로 한 개인의 인생이자 그 가수의 노래와 함께 고락의 세월을 보낸 사람들의 욕망과 상실의 발자취다.




이번 공연 초입에 부를 '단발머리'는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 그 소녀"로 시작하여 "그 소녀 데려간 세월이 미워라"로 끝난다.




그가 창단(?)한 오빠부대는 실상 오빠들의 부대가 아니라 오빠를 사모하는 여동생들의 부대다.




중년의 아낙들은 내일 달빛 아래서 다시 소녀로 돌아갈 것이다.




세월을 거꾸로 돌리는 무서운 힘, 그것이야말로 사랑을 가식하지 않는 진짜 노래의 힘일 것이다.




주철환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 chjoo@ewha.ac.kr  


0 댓글

Board Menu

목록

Page 879 / 1678
Statu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2024년 조용필 팬클럽 연합 팬 미팅 안내

15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9-13 1568
  공지

2024년 하반기 정기후원금 모금 안내

6
  • file
필사랑♡김영미 2024-08-31 650
  공지

『CHO YONGPIL-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대백과사전&악보집 도서 기증

13
필사랑♡김영미 2023-07-10 3280
  공지

가황(歌皇), 조용필을 노래하다 이 책을 드리면서....

12
  • file
꿈의요정 2023-05-18 3427
  공지

조용필 『ROAD TO 20 PRELUDE 2』 뮤직비디오

10
일편단심민들레 2023-04-26 3481
  공지

[주문신청]가황,조용필을 노래하다-대백과사전/악보집

40
일편단심민들레 2022-12-13 7914
  15988

[펌]다음 검색컨테츠의 필님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리플들....(2)

부운영자 2003-08-29 913
  15987

[펌]다음 검색컨테츠의 필님기사에 달린 네티즌들의 리플들....(1)

부운영자 2003-08-29 930
  15986

2장 3층자리 팝니다..

필님팬 2003-08-29 398
  15985

추모곡 하시려는지...

2
서울 1987 2003-08-29 819
  15984

내일 티켓C석 1장 팝니다

사라 2003-08-29 376
  15983

VIP석 표2장 구합니다.

1
son 2003-08-29 422
  15982

서울 잠실운동장 기상예보

(필)기드 2003-08-29 1073
  15981

거울과 나침반] 조용필의 노래 인생 35년

over the rainbow*^^ 2003-08-29 812
  15980

edaily리포트)베짱이, 노래만 부르더니…

over the rainbow*^^ 2003-08-29 799
  15979

질문 있습니다.

1
김효년 2003-08-29 395
  15978

<예보변경> 차차 흐려져 밤에 비 조금(토요일 서울 경기)

1
내 마음은 호수요 2003-08-29 691
  15977

[re] <예보변경> 차차 흐려져 밤에 비 조금(토요일 서울 경기)

김환영 2003-08-29 605
  15976

저는 못가지만...

하라슈 2003-08-29 397
  15975

잠이 안와서 ...

1
  • file
나희맘 2003-08-29 617
  15974

[re] 사진계속(요번엔 책갈피 몇 개...)

4
  • file
나희맘 2003-08-29 668
  15973

[re] 사진계속(요번엔 책갈피 몇 개...)

하라슈 2003-08-29 508
  15972

[re] 사진 계속

2
  • file
나희맘 2003-08-29 529
  15971

[The History D-2] 낼 모레... ^^&

8
JULIE 2003-08-29 837
  15970

잠실공연 티켓 매진표 2장 사정상 못가게 되어 팝니다

영필사랑 2003-08-29 501
  15969

저는 雨가 와도 좋습니다⊙⊙

2
잠실운동장관리맨 2003-08-29 643

공식 미지 트위터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메달 수익 음악 영재 발굴에 기부 조폐공사,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수익금 '음악역 1939' 전달식 (왼쪽부터 조폐공사 류진열 사업 이사, 김성기 가평군수, 음악역 1939 송홍섭 대표) [음악역 1939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한국조폐공사가 제작한 '가왕' 조용필 50주년 기념 메달 판...

뉴스 - News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조폐공사, 조용필 메달 수익금 일부 음악영재 '후원' 한국조폐공사(사장 조용만)가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중 일부를 음악영재 지원 사업에 후원한다.   공사는 11일 경기도 가평 뮤질빌리지 '음악역 1939'에서 조용필 데뷔 50주년 기념메달 판매 수익금 가운데 2500만원을 가평군과 함께 가평뮤직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