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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는 관객을 관객은 가수를 만든다
조용필 35주년 공연이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에서 열린 지난 30일은 하루 종일 비가 주룩주룩 내렸다. 밤 7시30분 공연이 스타트되기 전 조용필의 속은 새까맣게 탔을 것이다.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수개월간 준비해온 '비장의 카드'들을 비 때문에 보여주지 못하게 됐기 때문이다.
첨단 무대장비들, 오케스트라 그리고 아기자기한 메뉴 등을 비 때문에 다 취소해야 했다. 겨우 백업 밴드인 '위대한 탄생'의 연주에 의존해 큐 시트를 진행해갔지만 그나마 밴드의 컴퓨터 시스템도 비로 인해 고장나버려, 원하던 음향을 관객들에게 양껏 전하지는 못했다. 비가 그렇게 원망스러울 수 없었을 것이다.
사실 그날 보여주려던 목표대로 꼭 공연을 한다고 마음먹었다면 취소하는 게 정상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미 주경기장에는 비에 아랑곳없이 4만5천명의 관객이 몰려들었다. 비가 안 왔어도 어수선했을 공연장 앞은 예약 티켓을 받느라 일대 혼잡이 빚어졌다. 한 손님이 걱정하는 투로 말했다. “이런 날씨에 과연 공연이 될까?”
조용필은 공연을 강행했다. 그는 무대에서 비장한 투로 “비가 오지만 공연은 갑니다!”라고 외쳤다. 하지만 비싼 티켓요금을 낸 관객들이 우비를 걸치고 비를 맞으며 공연을 봐야 한다는 점, 그것은 가수 입장에서는 참으로 죄송스러운 일이다. “전 비를 맞아도 괜찮은데, (관객) 여러분들이 비를 맞으니까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조용필은 오로지 노래로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속상한 마음과 고마운 마음, 그 희비의 심정이 속절없는 비와 어우러져 형언하기 어려운 감동의 가창을 주조해냈다. 노래로 치면 내가 본 조용필공연 중 단연 최고였다. '킬리만자로의 표범'은 전성기 절창 그대로였으며 마지막 '여행을 따나요'는 주경기장을 삼켜버릴 정도의 장관을 연출했다.
한 50대 관객은 데려온 딸에게 “저게 바로 노래하는 거야!”라고 말했고 딸은 “진짜 대단하네요!”를 연발했다. 청중들은 모두 노래를 따라 불렀고 최선을 다하는 조용필에게 아낌없는 갈채와 환호를 보냈다. 너무 감격한 나머지 눈물을 흘리는 사람도 눈에 띄었다. 그러한 객석의 열기는 고스란히 무대에 전달돼 더더욱 조용필의 흥을 북돋웠다.
관객과 무대의 완벽한 피드백, 하모니, 의사소통이었다. 그렇게 조용필과 객석이 하나 되어, 길이 남을 감동의 우중(雨中) 콘서트를 만들어냈다. 최고가수라서 관객이 몰려든 것이고, 또 그 관객들이 최고가수의 무대를 꾸려낸 것이다.
사실 조용필의 팬 사랑은 유별나다. “팬들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조용필이 있었겠습니까?”란 말이 입에 붙어있다. 모든 활동의 대전제가 팬이다. 그래서 그들 지지에 보답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와 자본을 투여해 늘 매머드 스케일의 공연을 꾸민다. 팬들도 그것을 알기에 많은 세월이 흘렀어도 변함없이 조용필을 사랑한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는 한 대형서점에 내걸린 글귀를 모두가 한번은 봤을 것이다. 그 문장의 사람과 책이란 말 대신에 가수와 관객을 써도 될 것 같다. 가수는 관객을 만들고 관객은 가수를 만든다!
-글 임진모 www.imz.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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