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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특집]여자의 삶을 아름다운 실타래로 돌린다. 둘둘~

22년 역사의 레이디경향을 반추하면 현대사의 정사와 야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수많은 스타들의 명멸을 볼 수 있고, 감추어진 역사의 발굴 취재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받기도 한다. 20년이란 간극이 아스라할 수도 있고, 20년을 뛰어넘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이들도 만날 수 있다.


스타, 스타, 영원한 스타 황신혜 장미희 정윤희…
1988년4월23일 발행된 레이디경향에는 황신혜의 결혼 후 첫 인터뷰가 실렸다. 성형외과 의사들이 앞다투어 이목구비의 균형을 격찬하는 그녀는 한국에서의 미인 개념을 확 뜯어 고친 인물이다. 미인의 기준마저 인고의 현모양처형으로 고착화시켰던 고정관념은 1986년의 그녀의 데뷔와 함께 여지없이 깨져버린다. 결혼 후에도 탄력있는 몸매를 자랑하며 20년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쿨’한 여자의 전형이자 원조로 불리는 것은 그녀의 스타성에 의지한 바 크다.


특히 연상연하 부부의 닭살 애정행각이 배꼽을 쥐게 만드는 '천생연분'에서 제2의 전성기를 알리는 신호탄을 날린 셈이다. 그녀는 태평양 화장품 모델로 활동하다가 MBC 탤런트 16기 공채에 합격하면서 '내 마음은 풍차'로 데뷔했다. 그 후 '첫사랑'을 통해 단박에 신데렐라가 된다. 이어 배창호 감독의 영화 '기쁜 우리 젊은날'을 통해 관객들에게 주목받았다. 불혹을 넘긴 나이에도 여전히 탄력적이다. 이는 몸매 관리에 관해선 성실의 수준을 넘어 엄격하리만큼 치열하기 때문이다. 출산 후 한달 만에 미국 뉴욕에 갔을 때는 호텔방에서 스트레칭 등 각종 체조를 하며 1시간 넘게 땀을 흘려 남편을 놀라게 했다. 임신 중 15㎏ 늘었던 체중이 딸 백일도 못돼 임신 전으로 회복됐다. 아무리 바빠도 하루 2시간 이상은 헬스클럽에 나가 운동을 한다.

20년 전의 기사를 뒤지다보면 가장 많이 등장하는 여배우는 장미희다. 1984년4월23일에는 장미희 그 사람과 결혼 안한다, 같은 해 6월8일에는 장미희에 대한 소문 추적 기사, 또 9월23일에는 장미희 LA 결혼설, 12월23일에는 장미희 미국 현지 인터뷰가 실렸다. 1985년11월8일에는 장미희 귀국 돌연 연기, 같은 해 12월23일 장미희가 돌아왔다 기사 등이 이어졌다. 그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 그런 저력 탓인지 그녀는 여전히 드라마에서 주요 배역을 소화하고 있고, 대학교수로도 확고히 자리를 잡고 있다. 1976년 성춘향전으로 데뷔 이래 30년 가까이 어느 한 순간도 스타성에 의심을 받은 적이 없다. 요즘은 SBS 일일드라마 '흥부네 박 터졌네'에서 망가지는 역도 무리 없이 소화하고 있다.

1984년9월8일자에는 정윤희 스캔들 기사가 실렸다. 한 미모하는 배우였던 그녀의 스캔들은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이었다. 당시 한달 두 번 나오던 레이디경향은 보름 후인 9월23일 정윤희의 고별 기사인 ‘다시 여러분 앞에 설 때까지 안녕’이란 은퇴 기사도 특종 했다. 또한 같은 해 11월8일 또다시 그녀의 독점 인터뷰를 실어 인기 정상일 때 은퇴를 한 정윤희에 대한 피날레를 날리기도. 이어 1985년11년23일에는 정윤희의 남편 조규영의 내 아내 정윤희란 기사를 실었다.

1985년11월8일 가수 김수희가 암에 걸렸다는 일보와 같은 해 12월8일의 기적 체험 기사는 한 때 여성지는 물론 방송에서도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 되었던 기사이다. 암 덩어리를 손을 꺼내는 장면은 진위 여부를 밝힌다며 탐사 보도 프로그램에서 집중 보도하기도 했었다.

이외에도 1995년3월에는 SBS ‘모래시계’ 종영 파티에서 고현정을 만나 결혼도 하기 전 ‘파혼’ 이야기를 언급했다. 당시 기사의 제목은 ‘파혼 소문 고현정 눈물의 마지막 파티’였다. 실제로 결혼 후 이혼까지 이어진 그녀의 족적을 보면 ‘아니 땐 굴뚝’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1985년9월23일에는 청와대 대통령 피습 사건에 연관된 심수봉을 등장시켰고, 같은 해 11월8일에는 그때 그사람 이후의 심수봉의 삶을 조명했다.
1983년9월에는 조용필의 사랑 이야기와 1984년3월23일 조용필의 결혼기사를 실어 오늘 돌아보면 세월의 무상함을 느끼게 하는 기사를 싣기도 했다.

요즘 또다시 인기를 끌고 있는 금보라의 ‘이제 더 이상 비밀은 없다’는 인터뷰 기사는 1984년6월8일자에 실렸고, 김철수의 자서전 기사도 84년6월8일에 실려 레이디경향의 통해 당시 최고의 스타들이 자신의 풀 스토리를 공개했었다. 나훈아와 김지미 관련 기사도 1982년6월과 1983년9월23일에 실리는 등 연예 특종 기사가 유난히 돋보이는 종합 여성지로 자리매김했다. 물론 이렇게 레이디경향 관심을 받는것은 최고의 스타란 사실을 반증한다. 나훈아는 여전히 공연 무대를 통해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고 있다.

요즘도 끝나지 않은 조성민과 최진실에 대한 기사도 2000년7월과 8월에 연거푸 실리면서 스타의 결혼에 대한 관심을 최대로 증폭시켰다. 그러나 둘째 출산 직전 서로 다툼이 시작되면서 불행의 그림자가 아직 걷히지 않고 있다.

발굴 취재에 독보적인 특종 잡지
성철스님 가계추적, 독립운동가 가족 발굴…
1984년4월23일 성철스님의 아내와 딸 모두 스님이 되었다는 보도는 사회적으로 잔잔한 파문과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여전히 불교계 큰 어른으로 기억되는 성철 스님에 대한 스토리는 성철스님 열반후 한 신문에 따님이신 불필 스님이 아버지 이야기를 연재하기도 하면서 속가의 인연과 불심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떠오르게 했다.

같은 호에는 윤봉길 의사의 아내인 배용순 여사를 인터뷰하며 역사 바로 세우기의 한축을 담당했다.
중국 상하이 훙커우 공원에서 봉기했던 의사의 기개는 서울 서초구 양재동 시민의 숲 내 매헌기념에 그대로 담겨있다. 매헌은 윤봉길 의사의 호이다. 부창부수라고 윤 의사의 부인 배용순 여사 역시 지극한 효행이 알려져 매년 배용순 효부상이란 이름으로 효부에 대한 시상식이 갖고 있다.

1984년6월8일에는 불자이자 독립운동가이며 시인이기도 한 만해 한용운의 딸 한영숙씨를 인터뷰해 또다시 사회적인 반향을 몰고 왔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민족 대표 33인 중에서 가장 많은 7 년의 형량을 언도 받고 3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그 이유 중 하나가 감옥에서도 조선의 기개를 잃지 않고 일제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1982년8월23일자에는 종군위안부 관련 특집을 통해 그들이 겪었을 고통과 그것의 치유에 많은 지을 할애했다. 1983년7월8일자에는 비운의 덕혜옹주와 논개의 딸 마지막 진주 기생이란 기사에서 역사를 되돌아 보는 차분한 시간을 갖기도 했다.

1985년11월8일의 천재시인 이상의 여동생이 살아 있다는 기사도 문단에 화제를 몰고 왔다. 정치적으로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그의 문학성에 대한 평가는 시대를 앞서간다는 평을 받고 있다. 1985년10월8일에는 육영수 여사의 발굴 육필 수기를 싣기도 했다.

1983년6월8일자에는 ‘독도는 우리 땅’을 부른 정광태에 대한 내용을 구체적으로 실었고 같은 해 9월23일자에는 현지 취재 ‘독도는 우리 땅’을 내보내기도 했다. 물론 레이디경향 2004년3월호에도 20년 세월이 지난 지금 정광태가 무엇을 하고 있고, 독도에 대한 생각은 어찌 바뀌었는지 들어보기도 했다.

추적보도와 트렌드 분석 기사도 알찼다
남자시리즈, 다이어트, 이반들의 삶…
현대사에 의혹으로 쌓여있던 정인숙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도 돋보인다. 1984년12월23일에는 정인숙의 약혼자에 대한 추적보도 기사를 실었고 1985년11월8일 정인숙 미스터리를 보도했고 1988년4월23일에는 정인숙의 첫남자가 직접 쓴 육필 수기가 실리기도 했다. 정치의 희생양으로 희생된 한 여인을 통해 이 사회의 정의는 어디에 있는가란 문제 제기를 한 셈이다.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기사도 적지 않았다. 1980년대만 하더라도 다른 의미의 국제결혼이 성행했던 모양이다. 1983년12월에는 국제 결혼한 여자들이 가는 길이란 기사를 통해 국제결혼 열풍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이는 1982년12월8일과 1983년2월23일자 국제결혼 관련 기사의 후속이었다.

우리의 부끄러운 문화에 대해서도 메스를 댔다. 1982년12월8일 기사에서는 요정의 여인이란 이름으로 그늘진 곳에 감추어진 우리의 자화상을 돌아보게 했으며 1984년8월23일자에는 섹스 관광단이란 기사를 통해 우리 관광 상품의 저열함도 까발렸다.

사회적으로 성 모럴이 혼돈에 빠진 탓인지 성병도 꽤나 유행했나 보다. 1984년6월8일 이런 여자가 성병에 걸린다란 기사와 같은 해 8월23일 성병환자란 기사를 통해 우리 사회의 후진국성을 드러내게도 했다.

1983년도에는 남자 시리즈가 봇물을 이루었다. ‘좋은 남자 없다’ ‘결혼해도 좋은 남자’ ‘위험한 남자 안정한 남자’ 등의 연속 기획을 통해 독자들이 남자를 보는 눈을 높였다. 또한 다이어트에 대한 관심도 이 당시 끝이지 않은 듯 하다. 물론 아직도 여성지에서는 다이어트가 주요한 아이템이다. 그럲다면 이 당시의 트렌드는 무엇이었을 까. 냠냠 다이어트와 죽음으로 가는 다이어트 등이 그렇고, 1984SS2월8일에는 군살 빼기 성공 기사, 1988년3월호에서는 살빼기 위해 장까지 잘라내는 세태를 꼬집기도 했다.

1985년10월8일에는 호화 변태 사이비 유학 현장에 대한 고발 기사가 당시 유학의 허와 실에 대해 추적하였고 1983년2월23일자에는 러브호텔의 문제를 지적했다. 소수자일 수 있으나 사회적인 통념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는 이반에 대한 기사는 레이디경향이 꾸준히 관심을 보였던 분야이다. 1995년2월호에는 나는 게이로 산다, 1995년3월호에는 아름다운 게이 J의 고백이라는 제목으로 성전환 수술 공개의 부제로 사회적인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또한 1996년9월호에는 일본 포르노 영화에 출연한 한국 호스티스 이야기를 실어 우리 사회의 드리워진 도덕성을 위기를 질타하기도 했다.

1985년9월23일자에는 공인중개사 합격 비법이 실려있다. 이 당시도 부동산 열풍이 높았던 지 특집으로 소개되어 있다. 1984년7월23일자에는 88고속도로 4백리 탐험이 실여 있다. 고속도로가 놓아지면서 바뀌는 지역 문화의 새로운 흐름과 여행에 대한 기사였다. 이와 함께 1984년8월23일자에는 지하철 1, 2호선을 중심으로 한 데이트 코스에 대한 소개 기사가 실려 있다. 지하철이 가져온 젊은이의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사가 신기하다. 1982년11월23일자에는 고속버스 안내양에 대한 와이드 기사가 실려 있다. 지금은 찾아볼 수 없는 고속버스 안내양에 대한 기사가 시간의 흐름을 알게 해준다.

이와 함께 1984년11월8일자에는 TV를 통해 집안 숟가락까지 구부리던 유리겔라의 초능력이 조작된 충격적인 보도 기사가 실려 많은 사람들에게 호응을 얻기도 했다.

과거는 언제를 보는 창
20년 후, 취재원들의 변신
역사는 반복된다는 말처럼 과거 기사를 돌아보면 그간 세월의 흐름도 느낄 수도 있고, 부메랑이 되어 오늘로 강타하는 경우도 있다. 미모의 폭파범으로 희생자들보다 더 많은 동정(?)을 받았던 김현희에 대한 기사는 당시 트렌드였다. 1988년4월8일 김현희 관련 보도에 이어 1992년6월호 김현희 열애설의 진실 밝힌다, 98년2월호에는 김현희 보디가드와 결혼 기사까지 보도 되었다. 그러나 요즘 KAL기 사건에 대한 재조명이 서서히 급물살을 타면서 문제의 그녀에 대한 의혹도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사실, 사건초기 레이디경향 1983년10월8일에 실린 천병인 KAL기 기장 부인의 수기가 더욱 돋보여지는 순간이다.

1983년8월8일자에는 자신의 제자를 죽인 유괴범이자 살인범인 주영형의 수기가 실었다. 체육교사로 제자 윤상군을 살해한 그의 죄는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아직 우리 사회 공기는 이런 추악한 범죄 유괴를 박멸할 시스템을 마련하지 못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 제일의 적은 유괴다.

1988년4월8일 어렵게 취재 했던 박근혜의 요즘이란 기사는 정치 일선에 뛰어들면서 색다른 느낌을 준다. 정치 말이 나와서 말인데, 1985년11월8일자에 보도된 천하장사 이만기 대 이준희의 기사는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만기의 과거 모습을 돌아보게 한다.

경제 관련 기사도 레이디경향의 주요 메뉴. 1984년5월23일자에는 이병철의 아들, 정주영의 아들이란 기사를 통해 재계 라이벌의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20년이 지난 지금 한 기업은 여전히 한국 사회를 진두지휘하는 파워 기업으로 남아 있고, 한 기업은 왕자의 난 등 숱한 비화를 뿌리며 사세도 많이 쇠락해 보인다. 특히 1998년2월호에 실린 정몽헌의 현대 회장 취임 기사는 마음을 아리게 한다.

여성지 역시 한 시대를 조명하는 창이다. 레이디경향이 22년 간 줄달음쳐온 시간 역시 역사의 기록인 것. 교과서적인 기술은 아니지만, 그 시대 밑바닥 정서와 트렌드를 짚고 있는 모습에서 레이디경향은 또다시 신발 끈을 조여맨다.


글/강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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