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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리,두마리,세마리...
무슨 소리냐구요? 제가 수행하는 이곳 사찰에는 무당벌레가 참 많습니다.그냥 [벌레]라고 하면 그 스멀거리는 느낌이 소름끼칠 때도 있지만 무당벌레는 제게 있어 친숙한(?) 곤충입니다.
사찰에선 늦가을이면 겨우내 먹을 밑반찬거리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깻잎을 따서 소금물에 절이고,간장에 절일 고추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간장이 잘 스며들도록 윗부분에다 바늘구멍을 내서 간장에다 넣고,피마자 잎과 고춧잎,고구마의 여린순을 삶아서 말리고,토란대는 껍질을 벗겨 말리고,여린고추는 반으로 갈라서 튀김가루를 묻힌 다음 쪄서 말리고...
그래서 늦가을의 도량에는 햇빛 받으며 벌렁 누운것들이 여기저기에 많습니다.
그런데 이 맘때면 결코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도 덩달아 등장합니다.말려놓은 나물위로 너무도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무당벌레. 하지만 놀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해가 저물어 모든걸 거둬들일 시간에도 얘들은 집찾아 갈 생각이 없습니다.이렇게 놀던 무당벌레는 말려놓은 나물을 삐집고 들어가 마침내는 운명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나물을 먹다가 이들의 주검을 보고 기절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대충보아 넘길수도 없는 일입니다.이리저리 나물을 뒤적여가며 일일이 찾아내야 하니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지요.
게다가 건물 외벽이 노란색인 법당에는 더 많은 무당벌레가 포진해 있습니다.열심히 쓸어내고 뒤돌아보면 어느샌가 또 한 가득... 빗자루를 들고 왔다갔다하는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산빛이 물들어 마음 설레는 가을이 이 무당벌레 때문에 야속해져 갔습니다.어제도 나는 법당청소를 하면서 크고 작은 무당벌레를 한 웅큼 쓸어냈습니다. '네가 아니면 내 할일의 반은 줄겠다' '너희들은 겨울잠도 없냐?'란 푸념을 하면서...
그런데요. 오늘 우연히 읽은 책에서 무당벌레가 진드기를 잡아먹는 익충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저 혼자만 모르고 있었나봐요. 으으 창피..) 게다가 무당벌레를 서양 사람들은 'lady bug' 이라 부른다니 등에 새겨진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붙혀진 이름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늘 귀찮게 여기던 존재.하지만 냉대받던 그가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고 있었다니...
너무 미안했습니다.농약과 제초제를 피해 청정한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정 붙힐 시간도 없이 끝없이 빗자루를 휘둘렀으니...이런 내가 자비문중의 스님이란 말인가?
내일부터 나는 무당벌레를 벌레보듯 하지 않을겁니다.식성을 알수없어 맛나는건 못 사줘도 함께 놀아주는 일은 싫다하지 않을겁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지금 주위를 한번 둘러 보세요.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의 존재를 하찮게 여긴일은 없는지... 그들이 알게 모르게 내 삶을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건 아닌지...
~ ~ ~ ~ ~ ~ ~ ~ ~ ~
오늘도 엄지 손톱만한 무당벌레 한마리, 내 방 창문을 기어간다.
무슨 소리냐구요? 제가 수행하는 이곳 사찰에는 무당벌레가 참 많습니다.그냥 [벌레]라고 하면 그 스멀거리는 느낌이 소름끼칠 때도 있지만 무당벌레는 제게 있어 친숙한(?) 곤충입니다.
사찰에선 늦가을이면 겨우내 먹을 밑반찬거리를 준비하기 시작합니다.깻잎을 따서 소금물에 절이고,간장에 절일 고추는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간장이 잘 스며들도록 윗부분에다 바늘구멍을 내서 간장에다 넣고,피마자 잎과 고춧잎,고구마의 여린순을 삶아서 말리고,토란대는 껍질을 벗겨 말리고,여린고추는 반으로 갈라서 튀김가루를 묻힌 다음 쪄서 말리고...
그래서 늦가을의 도량에는 햇빛 받으며 벌렁 누운것들이 여기저기에 많습니다.
그런데 이 맘때면 결코 반갑지 않은 단골손님도 덩달아 등장합니다.말려놓은 나물위로 너무도 한가롭게 노닐고 있는 무당벌레. 하지만 놀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면 좋으련만 해가 저물어 모든걸 거둬들일 시간에도 얘들은 집찾아 갈 생각이 없습니다.이렇게 놀던 무당벌레는 말려놓은 나물을 삐집고 들어가 마침내는 운명을 달리하기도 합니다.
나물을 먹다가 이들의 주검을 보고 기절할 사람들을 생각하면 대충보아 넘길수도 없는 일입니다.이리저리 나물을 뒤적여가며 일일이 찾아내야 하니 여간 귀찮은 존재가 아니지요.
게다가 건물 외벽이 노란색인 법당에는 더 많은 무당벌레가 포진해 있습니다.열심히 쓸어내고 뒤돌아보면 어느샌가 또 한 가득... 빗자루를 들고 왔다갔다하는 내 모습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말입니다. 그래서 언제부턴가 산빛이 물들어 마음 설레는 가을이 이 무당벌레 때문에 야속해져 갔습니다.어제도 나는 법당청소를 하면서 크고 작은 무당벌레를 한 웅큼 쓸어냈습니다. '네가 아니면 내 할일의 반은 줄겠다' '너희들은 겨울잠도 없냐?'란 푸념을 하면서...
그런데요. 오늘 우연히 읽은 책에서 무당벌레가 진드기를 잡아먹는 익충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어쩌면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을 저 혼자만 모르고 있었나봐요. 으으 창피..) 게다가 무당벌레를 서양 사람들은 'lady bug' 이라 부른다니 등에 새겨진 아름다운 무늬 때문에 붙혀진 이름이 아닐까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늘 귀찮게 여기던 존재.하지만 냉대받던 그가 우리에게 이로움을 주고 있었다니...
너무 미안했습니다.농약과 제초제를 피해 청정한 이곳까지 찾아왔는데 정 붙힐 시간도 없이 끝없이 빗자루를 휘둘렀으니...이런 내가 자비문중의 스님이란 말인가?
내일부터 나는 무당벌레를 벌레보듯 하지 않을겁니다.식성을 알수없어 맛나는건 못 사줘도 함께 놀아주는 일은 싫다하지 않을겁니다.
여러분들께서도 지금 주위를 한번 둘러 보세요.누군가에게 도움을 받고 있으면서도 그의 존재를 하찮게 여긴일은 없는지... 그들이 알게 모르게 내 삶을 받쳐주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지낸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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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엄지 손톱만한 무당벌레 한마리, 내 방 창문을 기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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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팬클럽운영자
2005-02-05 07:02:59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이름이네요.. ^^;
어린시절 무당벌레를 잡고 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납니다.
낼이면 그 마당벌레들을 제가 직접 대면할수 있겠네요.. ㅎㅎㅎ -_-;;
무당벌레들에게 안부좀 전해주시고 낼 만나자고 미리 말씀좀 해주세요..^^
miasef
2005-02-05 07:27:35
어린시절 생각이 나네요..
맑은 공기와 새소리하며~
도시에서는 들을수도 없는
옛소리들..그소리들 듣고
싶군요..그소리를 들으려..
우주꿀꿀푸름누리
2005-02-05 09:47:27
김현
2005-02-05 19:05:54
가끔씩 올려주시는 지오스님의 글을 읽고있으면
마음이 편안하답니다. 꼭 산사에있는듯합니다.
항상 감사히잘읽고있습니다.
올한해도 건강하시고 좋은글 많이많이올려주세요.
베고니아♡
2005-02-05 19:35:32
밝은미소
2005-02-05 20:31:15
저는 다음기회에가서 보지요.
박꽃
2005-02-05 20:42:11
반갑습니다.^^
늘 행복한 나날 되십시요^^
필사랑♡영미
2005-02-05 21:24:53
산사의 풍경이 눈앞에 선하게 펼쳐지는 거 같네요.
예전에 청도 운문사 갔을 때 여름엔 여름대로...가을엔 가을대로
겨울 준비를 하시던 스님들을 뵌 적이 있었는데...
항상 웃으시면서 밝게 행복하게 일을 하시더라구요.
지금 생각해도 평화로운 시간이었네요.
긴 장대로 감을 따시던 모습이 눈에 선~ 합니다.
산나물을 쪄서 말리시던 모습까지...
운문사의 겨울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가보고 싶다.
오늘이 수진사에서 즐거운 만남이 있으시죠?..
마음은 그 곳에서 함께 하겠습니다.
가시는 분들 모두 즐겁고 행복한 시간 잊지 못할 추억들 만드셔요~^^*
부운영자
2005-02-06 00:11:06
말끔하게 정화 시켜주네요. 너무 잘 읽었습니다.
오늘 저녁에 지오스님과 함께 그곳 수진사에서 도란 도란 이야기
꽃을 피울 생각을 하니 출발하는 발걸음부터 신이 나네요.
가서 다음날 꼭 그 무당벌레 함께 보아야겠네요.
그리고 너희들이 주인공이 되어서 지오스님이 예쁜 글을 이곳에
올려주었다고 얘기해줘야겠네요. 지오스님 이따뵈요...
짹이가 날아갑니다. 휘리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