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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서도 관심을 갖고 출연교섭을 해왔다.
이제 막 가수라는것이 무엇인지 알듯한데 영화배우까지는..?
처음에는 너무 뜻밖의 일이라 [농담하지 말라]는 식으로
영화출연 제의를 거절했으나 태창영화사에서는 자서전적인
이야기를 꾸며 보겠다며 집요하게 접근해왔다.
영화사가 제시한 개런티는 2천만원!
이 액수는 당시 최고였다.
스타급 인기 여배우들이 고작 1천만원대였고 코미디언
이주일씨가 1천 3백만원으로 기록을 깨뜨린 직후였다.
이형표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유지인이 내 상대역이었다.
그러나 강한 의욕과는 달리 뭐하나 제대로 되는일이 없었다.
배우로 치면 햇병아리에 불과한 나로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방송국 분장실에서 가끔 연기자들이 분장하는
모습을 봤던 기억을 떠올려 분칠을 하고 나섰더니
유지인과 함께 출연하는 박근형씨가 배를 잡고 웃어됐다.
그래도 내깐에는 괜찮게 했다 싶었는데..
결국 박근형씨가 분장을 고쳐줘 촬영에 임할 수 있었고
이후 다른 배우들이 돌아가며 내분장을 손봐주었다.
당초 시나리오를 보니 키스신은 물론 베드신까지 들어 있었다.
키스신만해도 쉬운일이 아닌데 여배우와 옷을 벗고 침대에서
몸을 비빈다니..상상만해도 아찔한 일이었다.
사정 사정해서 베드신은 뺐으나 키스신만은 어쩔 수
없이 강행해야 했다.
기지촌의 무명가수로 떠돌다 <혜련>이라는
여성을 만나 사랑을 하고 그녀에게 힘을 얻어
가수로서 성공을 한다는 내용의 영화에서
키스신마저 없으면 막말로 <앙꼬없는 찐빵>이었다.
영화촬영에 들어가기전 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가장 어려운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키스신이나 베드신은 프로배우가 아니라서 힘들것 같다>고
대답해 일은 더욱 꼬였다.
이를 잘못 이해한 모기자가 <조용필 키스신 거부>라고
크게 써버리는 바람에 유지인이 토라져버렸기 때문이다.
한 동안 대사이외는 말도 안하려는 그녀를
"그 기사는 잘못 나간거니 오해 말아 달라" 고
달래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키스신장면은 계속 NG가 났다.
유지인이 눈을 감고 내 입술에 갖다대려는 순간이면
꼭 고개가 옆으로 돌려졌다.
아름다운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그녀가
싫을리가 없는데 마치 무릎을 툭치면 다리가
들리듯 반사적인 동작이 나왔다.
감독에게 "조형, 당신은 지금 연기하는게 아냐,
실제로 유양을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해봐."라는
말을 여러차레 들은 후에야 간신히 해낼수 있었다.
'사랑하는 혜련이.. 사랑하는 혜련이....'
눈을 감고 중얼거리다가 <쪽>
가슴이 다 후련했다.
이렇게 어려운 일을 사람들은 왜그렇게들 좋아하는지...
키스신은 무사히 넘어갔지만 그 다음은 내가 팬들과
영영 헤어질뻔한 사건이 일어났다.
**********<그 사랑 한이 되어> 회고록 2부는 다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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