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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과 서태지의 문화영웅적 의미

찍사, 2001-04-27 04:5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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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낳은 대중음악계의 두 거인, 조용필과 서태지는 문화사적으로도 매우 의미가 크다. 대중음악가에게 뮤지션이라는 칭호를 붙여도 전혀 손색이 없는 이들은 단순히 음악적인 의미를 떠나서 우리 문화 전반에서 상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최근 서태지의 4년 7개월만의 컴백이 큰 화제로 떠오르면서 이를 둘러싸고 여러 가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좁게는 한 시대를 풍미하던 대중스타가 은퇴를 선언한 후 아무런 거리낌없이 컴백해도 되는 것인지, 그를 둘러싼 철저한 상업주의에 대한 비판, '아직도 서태지에 매달려야 하나', 그리고 넓게는 우리 문화의 서구 모방성(카피)에 대한 회의적인 우려 등 여러 가지이다.
물론 서태지가 서구 대중음악의 세례를 받았지만 과연 다시 그의 창작과 가창력으로 서구의 국제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을지, 그가 과연 그런 큰 뮤지션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찬반이 일고 있다. 서태지는 80년대 초 '난 알아요'라는 음반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혜성과도 같이 나타나 전통 트롯과 발라드 중심의 시장에 댄스뮤직 선풍을 일으키면서 가요계를 평정하고 우리 대중음악의 차원을 한 단계 올림으로써 그는 대중음악가로서가 아니라 문화적 전령으로서 전 문화적인 추앙을 받았다. 적어도 그는 중앙일보가 광복 50년을 맞아 선정한 '한국을 바꾼 100인'에 들어갈 정도였다. 전통적으로 대중 예술에 인색한 보수적인 지식인계마저도 그를 인정하였던 것이다.

오늘날 그에게는 흔히 '혁명가''메시아' 등의 수식어가 따르고 그에 대한 숭배는 광적이면서 종교적인 수준에 이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만큼 그는 중요한 위치에 있는 것이다. 이 말은 동시에 그에 대한 여러 차원의 분석과 의미 색출작업 여하에 따라 우리 문화의 성격과 실체, 그리고 그 가능성과 허구성까지도 파악할 수 있다는 말이 된다. 서태지에게서 문화적 코드를 찾아내는 작업의 일환으로 우리는 그의 선배이며 또 다른 거장인 조용필을 대비시키는 것이 매우 효과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용필과 서태지의 공통점은 우선 가창력, 작곡력, 연주력의 삼박자를 갖춘 점이다.

먼저 가창력은 조용필이 앞서는 것 같다. 이는 음악의 장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 조용필은 한마디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적어도 전통성의 토대 위에 서구 음악이 접목되었다는 점에서 '한국화된 팝의 대명사'라고 하는 것이 적합할 것 같다. 그는 특히 판소리에 기초한 한국의 정서 표현을 위한 가창력 배양에 피를 쏟는 노래연습을 한 결과 '창밖의 여자'로 그때까지 그 어느 가수들에게서도 들어보지 못한 듣는 이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는 한 장르에 국한하지 않고 전 장르에 걸쳐 고루 섭렵하였는데 포크에서 록, 컨트리 웨스턴, 트로트와 발라드 심지어는 국악에 이르기까지 전 장르에 걸쳐 종횡무진 도전해 얻어낸 결과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서태지는 단연코 댄스뮤직이다. 그의 장르가 '난 알아요'의 갱스터 뮤직에서 '울트라맨이야'의 하드코어 록에 이르고 있지만 결국 그는 댄스뮤직을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 댄스뮤직은 먼저 가창력을 위주로 하는 음악이 아니다. 그야말로 댄스가 앞서고 가창력은 두 번째이다. 이는 인류의 대중음악이나 노래에 있어서 오랜 전통인 멜로디에 치중할 것인가, 가사에 치중할 것인가 하는 것과 관련이 된다. 서태지는 분명 후자에 속하는 것 같다.

가사에 치중할 경우 필연적으로 멜로디 보다는 몸짓(판소리에서는 발림)을 많이 가미하지 않을 수 없다. 댄스란 대중음악에서 가사를 중시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이 때 멜로디는 단순하고 반복적이어야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현란한 몸짓과 댄스를 위해서는 멜로디를 중심으로 하는 가창력을 어느 정도 포기하여야 하고 역으로 이것은 모자라는 가창력을 은폐시키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태지가 음악적 세례를 받은 미국의 팝 음악은 크게 록음악과 재즈음악의 두 갈래 전통 위에서 이것을 융합하는 여러 변형과 유행을 생산해내고 있다. 음악 인류학적으로 볼 때 록음악은 북방적이고 재즈는 남방적이다. 북방음악은 전반적으로 남성적이고 전투적이고 남방음악은 여성적이고 축제적(평화적)이다.

북방적 음악은 멜로디과 가창력에 치중하지만 남방적 음악은 리듬과 댄스, 그리고 흥얼거림(말하는 것과 같은)에 의존하는 특성을 보인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의 융합적 특성은 이 북방과 남방적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셈이다. 하나는 서유럽에서 건너간 백인에 의해, 다른 하나는 노예로 잡혀간 아프리카 흑인에 의해 뿌리가 내려졌다. 이러한 인류학적 특성을 작게는 국내에도 적용해 볼 수 있다. 전통 트롯과 발라드라고 하는 것은 바로 멜로디와 가창력에 의존하는 것이고 댄스뮤직은 리듬과 댄스, 흥얼거림에 의존하는 것이다. 오늘날 우리의 대중음악은 거슬러 올라가면 판소리와 민요를 만나고 더 올라가면 고려가요나 신라향가 등과 만날 것이다. 물론 오늘날 이들의 정확한 음악(악보)은 내려오지 않고 있어서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아무튼 조용필은 가창과 멜로디의 전통에 맥을 닿고 있고 서태지는 가사와 댄스(몸짓)적 전통에 맥을 닿고 있는 것 같다.

원래 팝음악은 어느 나라에도 있는 대중음악을 말하는 보통명사인데 미국 팝음악의 압도적인 위세에 눌려 팝음악 하면 미국 팝음악을 지칭하는 것으로 되어 버렸다. 그만큼 미국의 문화적 지배력이 압도적이라는 점을 말한다. 미국 팝음악의 세례 면에서는 조용필은 덜 들어가 있고 서태지는 깊숙이 들어가 있다. 이는 이 두 뮤지션의 작곡력과 깊은 상관관계를 갖는다. 조용필은 그런 점에서 역시 토종의 된장 냄새가 강하고 서태지는 역시 미국의 버터 냄새가 강하다. 조용필은 표절시비에 휘말린 적이 없다. 그런데 서태지는 음반을 낼 때마다 미국 팝음악의 표절시비에 휘말린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하나는 서태지가 팝음악을 너무나 잘 소화하여 재창조(믹싱)해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일 수도 있고 다른 하나는 압도적인 팝음악의 홍수에 밀려 그것을 소개하기에도 급급하여 창조라기보다는 거의 복사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을 염려하게 하는 것이다. 작곡력에 있어서는 쉽게 누가 더 낫다는 속단은 금물이지만 서태지에게는 아직도 의문이 많다는 점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서태지는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계속 '팝음악의 전도사냐, 아니면 한국 대중음악을 한 차원 높이는 창조자냐' 하는 질문을 받을 처지에 서게 될 것이다. 이것이 본인에게 창조력를 더욱 발휘하게 하는 스트레스로 작용할지, 아니면 그 스트레스에 눌려 또 다른 도피와 은퇴선언과 같은 재충전의 기회를 계속 찾게 되는 것으로 작용할지 미지수이다. 적어도 서태지는 조용필보다는 국제적으로 인정받을 기회에 다가와 있겠지만 동시에 문화의 가피리스트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받을 위험에도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이다. 만약 후자에 속한다면 록그룹 시나위의 베이스 기타 주자였던 그는 어쩌면 우리 나라 록음악의 대부인 신중현의 업적에도 못 미치는 한 대중음악가로 전락할 지도 모르는 일이다.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하나의 뮤지션으로 꼽을 때에 신중현이 가장 앞선 세대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신중현은 가창력에서 조용필에 못 미친다는 점에서 항상 뒤에 놓이는 경향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만 '신중현과 그의 악단'은 그의 아들 신해철의 '시나위' 서태지의 '서태지와 아이들'의 대부로서 그의 제자들보다 더 가요사적 업적을 평가받을 지도 모른다. 그의 개척성과 독창성 때문이다. 만약 서태지가 팝을 베끼기에 열중한다면 결코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될 수 없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뮤지션으로 평가하는 데 무엇보다도 큰 항목인 작곡력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만약 그의 표절시비가 작곡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이 된다. 전반적으로 볼 때 근대문화에서 서구(미국) 모방적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나라는 흔히 문화의 리딩그룹들이 서구의 것을 몰래 가지고 와 자기 것으로 행세하는 그런 위선적인 풍토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 맥락과 관련지어 볼 때 더욱 혐의를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이다.

8일 발매된 서태지 솔로 2집 "울트라 맨이야" 중 집중적인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곡은 '인터넷 전쟁'. 최근 한 네티즌이 인터넷에 올린 글에 따르면 `인터넷 전쟁'이 두 부분, '오렌지'가 한 부분을 각각 표절했다는 것. 각각 15초∼20초 정도인 '인터넷 전쟁' 두 소절 중 한 부분은 해외 그룹 인큐버스(INCUBUS)의 '뉴 스킨(New Skin)'과 비슷하고, 다른 한 부분은 콘(Korn)의 '애스 잇치(Ass Itch)'와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오렌지'도 크레이지 타운(Crazy Town)의 '톡식(Toxic)'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확인 결과 `인터넷 전쟁'이 콘의 노래와 유사하다는 부분은 실제 창법과 악기구성 주법 리듬이 비슷했고, '오렌지'와 크레이지 타운의 '톡식' 부분은 꽤 비슷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인터넷전쟁'과 '애스 잇치'의 표절의혹 부분은 흥얼거리면서 외치는 괴기스런 창법과 샤우팅, 멜로디가 비슷하나 콘이 좀더 강약의 액센트를 구사한 것이 다르다.

조용필과 서태지의 연주력은 상당한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바로 그러한 연주력이 그들의 음악에 튼튼한 바탕이 되었을 것은 자명하다. 작곡가로부터 단순히 곡을 받는 그런 가수가 아니고 자기가 부를 노래를 스스로 만들 수 있고 그것을 또 연주할 수 있었기 때문에 뮤지션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노래는 위대하다. 그것은 소리가 비어 있는 것에서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전파력이 크고 또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에 이것만한 것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공자가 그렇게도 즐겨 읽었던 "시경(詩經)"이라는 것도 실은 오늘의 서태지의 노래와 같은 당시의 노래이고 보면 참으로 대중음악의 뮤지션을 문화사적으로 낮추어 평가할 수 없다. 그들은 상징적으로 우리의 과거와 현재와 현재를 동시에 보여주는 존재이다. 만약 서태지가 팝에서 세계적으로 된다면, 다시 말하면 서태지의 음악이 세계시장에서 팔릴 수 있다면 우리의 문화도 이제 문화적 수출의 길에 들어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서태지는 신중현이나 조용필보다 나은 후배가 되어야 하는 당위성이 여기에 있다. 서태지는 솔로 2집 발매 후 프로스펙스를 비롯, 여러 업체에서 42억원 CF계약을 체결했다고 한다. 이러한 대중적 인기에 실력으로 답해야 할 것이다.

서태지는 다시 미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컴백 앨범 '울트라맨이야'로 2달간 한시적 활동을 펼치기로 한 서태지는 음반과 콘서트 활동을 마감하는 11월 초 미국으로 돌아가 휴식과 음악작업을 병행할 예정이다. 아직도 서태지의 천재성이나 문화영웅성을 믿으려면 더 시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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