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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가요계의 제 3의 안정기와 수퍼스타 조용필
⑴ 가요계의 천하통일, 조용필
70년대는 포크의 등장으로 기존 가요계의 주된 흐름인 트로트와 스탠다드와는 분리된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나가고, 70년대 후반 록이 거기에 또 하나의경향을 보태는 등 새로운 경향들이 어느 것 하나도 뚜렷한 주도성을 잡지 못한 채 솟아오르는 시기이다.
79년에 조용필은 이전까지의 가요의 성과를 종합하고 총괄함은 물론 그 수준을 한 단계 높이면서 수퍼스타의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창 밖의 여자>, <비련>, <못찾겠다 꾀꼬리>, <촛불>, <물망초>, <꽃바람> 등 그의 재기를 성공시킨 노래들은 모든 계층에 고루 대중적이면서 선율적이며 느낌이 풍부한 단조스탠다드와 강한 리듬·음색의 록을 결합시킨 노래들이다. 또한 조용필은 다양한 쟝르의 곡을 통해 거의 전연령층·전계층에 호소력을 발휘한다. 조용필의 노래들을 분석해보면 다음과 같이 다양한 쟝르에걸쳐 분포되어 있음을 볼 수 있다.
# 록에 가까운 노래들 :
<단발머리>, <나는 너 좋아> 등
# 정통 스태다드 :
<돌아오지 않는 강>,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꽃순이를 아시나요>, <정> 등
# 정통 트로트 :
데뷔곡 <돌아와요 부산항에>, <미워 미워 미워>, <일편단심 민들에야> 등
# 포크적·가곡적 분위기의 노래 : <친구여>
# 민요 : <한오백년>, <강원도 아리랑> 등
이렇게 다양한 쟝르를 소화한 가수가 소화한 예는 일찍이 없었다. 스탠다드와 록을 결합한 노래들을 성공시킴으로써 80년대 전반 가요계의 판도를 결정지었고, 이러한 경향에 따라 김수철, 전영록, 윤시내, 이은하, 이선희 등 가요계의 대중적 히트곡이 나오게 된다.
이렇게 80년대 가요계는 70년대와는 달리 수퍼스타 조용필을 중심으로 일정한 안정기를 맞게 된다.
⑵ 최고의 상품으로서의 조용필
거의 전 연령층, 전 계층에게 호소력을 가지고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킨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구매자를 확보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조용필은 가요계에서 최대이윤을 창출하는 가장 우수한 상품이며, 그 상품적 우수성을 확보하기 위해 작위적인 노력이 가해진다. 즉 계획적인 매니지먼트에 의해 그다양성이 유지된다. 한 가수가 한 시기에 자연스럽게 하나의 경향을 가지게되거나,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그의 이미지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작품경향과 이미지가 최대 이윤창출이라는 원리에 따라 조정되는 것이다.
다양한 경향의 노래가 동시에 실린 음반이 기획되고 (1집 <창밖의 여자>, <단발머리>와 <돌아와요 부산항에>, 3집 <고추잠자리>와 <물망초>, <미워미워 미워>, <일편단심 민들레야>가 동시에 실림), 다양한 이미지로 부를 작품의 경향과 그 무대, 관객의 취향에 따라 의상 등을 선택하여 변신해가며 적재적소에 등장한다.
또한 대중가요의 경향 변화에 따라 작품의 경향을 바꾸어 나간다. 예를들어 장조트로트가 유행할 때에는 <허공>, 발라드가 유행할 때에는 <그대 발길이 머무는 것에>, 김현식의 <내 사랑 내 곁에>가 유행할 때는 <꿈> 등을 발표한다.
팬클럽의 결성 등을 통해 인기의 조직적 관리를 시도하는 등 본격적인 가요산업의 시대를 열어나가게 된다. 그 뒤를 이어 전영록, 이선희가 나타난다.
⑶ 가요 수용층으로서의 10대
조용필의 등장이 확인시켜준 것은 10대 -대학생이 아닌 중고등학생 - 특히중학생이 매우 중요한 가요수용층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극성스러운10대 팬들이 본격적으로 등장 (70년대 어니언스나 이수만에 대한 호응과는그 질이 다르다).- 10대가 가요의 주요 구매층으로 등장하게 된 것은 소형 오디오의 대중적 보급과 경제적 여유로 10대의 음반 구매가 가능해졌다는 것과관련이 있다.
이러한 경향에 따라 80년대부터 텔레비젼을 중심으로 하는 가요계의 중심적흐름은 10대를 겨냥한 작품으로 흐르게 된다. 이러한 속에서 10대들은 대중음악의 주요한 소비자, 음반 구매층이며, 팬클럽과 박수부대 등으로 '이것이 대세다'라는 느낌을 주게 만드는 오피니언리더의 구실을 하는 계층이 된다.
가요계의 흐름이 이러한 경향을 나타내게 되면서 전영록, 구창모, 김수철,이선희 등 10대를 겨냥한 가수들의 대거 등장한다. 이시기 가사를 살펴보면 수용층인 10대를 겨냥하여 유아적 발상과 표현이많이 쓰리는 것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사랑을 쓰다가 틀리면 지우개로깨끗이 지워야 하니까','아직은 사랑을 몰라 몰라', '못 찾겠다 꾀꼬리',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슬퍼지지', '내 사랑 울보', '만나 사랑한게 잘못이었나봐', '그대 우나봐','...했잖아','...했어요' 등
⑷ 록의 제2세대의 전성기와 록의 대중화
조용필의 등장은 록의 대중화를 알리는 것이기도 했다. 이와 함께 대학가요제 출신을 비롯한 그룹사운드 출신들이 대거 등장하여 대중적 인기를 얻으면서 록의 제2세대가 전성기를 맞게 된다. - 당시 {영 11} 같은 청소년 쇼프로그램은 이들이 빠지면 이루어질 수가 없을 정도였다.
송골배 <어쩌다 마주친 그대>, <세상 모르고 살았노라> 등
김수철 <못다핀 꽃 한송이>, <왜 모르시나>, <나두야 간다>, <젊은 그대>등
록의 대중화 시대의 인간형과 세계 인식
포크와는 달리 록은 반문화적 분위기를 가지고 출발하지 않고 처음부터 대중가요의 내용적 관행을 따르면서 대중적으로 시작하였다. 록의 제2세대에 이르러서도 록 특유의 세계인식은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고 있으며, 비극적 사랑노래의 내용만을 지니고 있을 뿐이다. 특히 가사를 중시하지 않는 분위기는음악양식과 질감, 기법을 중심으로 노래를 발전시킨다.
록의 가장 특징적인 것은 '절규'이다. 여태까지의 가요에서는 없었던 남성의 고음과 째지는 듯한 전자악기의 음향, 폭발적인 드럼, 강한 리듬들이 사용된다. 대개 고음부와 저음부가 나뉘며, 클라이맥스인 고음부는 맨 앞의 저음부보다는 완전히 한 옥타브 높은 음높이에서 진행된다. 김수철의 <못 다핀 꽃한송이>, <모르시나>, 조용필의 <창 밖의 여자> 등을 보면 한 옥타브 위로의도발적인 절규와 같은 상승이 있다. 저음부와 고음부의 분리와 고음부의 절규는 이 시기부터는 대중화되어서 <잊혀진 계절> 같은 팝발라드 계열의 작품에서도 흔히 드러난다. 조용필의 <촛불>, <비련> 등은 아예 고음부의 절규부터시작하는 강렬함을 보인다.
이러한 노래들의 표현을 보면 이성적이지 않고, 머리보다는 몸으로 먼저 다가온다. 지적이지 않으며 그런 의미에서 대중적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도볼 수 있다.
슬픔의 표현이 직설적이며 도발적이다. (직설적이라는 점에서는 트로트와일치하며 도발적이라는 점에서는 다름) 비극의 원인을 자신의 탓(운명이든 못난 탓이든 여자이기 때문이든)으로 돌리는 자학적 심리와, 그 비극으로 자신을 파괴한다는 점에서는 트로트와 흡사하다. 그러나 록의 인간형은 자폐적이며, 사이키델릭한 분위기는 그것을 말해준다. 자신과 세계 사이에 일정한 벽이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주관적 세계가 세상 전체보다도 중요하며 자신의내적 세계에 의해 세상 전체를 규정되고 좌지우지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록에서의 자신을 파괴하고 부정하는 것은 곧 세상 전체를 부정하는 것과같은 극단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차라리 차라리 그대의 흰 손으로
나를 잠들게 하라
<창밖의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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